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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경제학자들은 왜 위기를 예측 못했나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8
조회수
1,042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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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경제학자들은 왜 위기를 예측 못했나

프레시안 | 기사입력 2013-07-08 08:05
[이정전 칼럼] <84> 불확실성 커지는 경제, 금융 시장 규제 강화해야

 [프레시안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더 나빠질까요, 좋아질까요?'

이것이 아마도 경제학자들이나 경제 전문가들이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요, 또한 이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2008년 미국 금융 시장의 붕괴와 이에 이은 세계 경제 위기를 경제학자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깜박 잊은 분들이다. 한국 경제와 중국 경제까지 휘청거리게 한 범지구적 경제 위기를 경제학자들은 왜 예측하지 못했을까? 시장의 원리 및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에 대한 맹신 그리고 첨단 이론과 기법을 이용해서 불확실성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지적 오만 등이 그 원인이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어떻든, 이들이 예측 못 했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일단 사태가 터졌을 때 경제학자들과 경제 관료들이 과연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했었던가. 미국 정부의 사후 대응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했음이 명백하다. 미국 정부는 사태를 부정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하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이미 2007년 초에 금융 시장 붕괴의 조짐이 나타났고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했다. 하지만 당시 부시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약간의 파문이 일고 있으나 곧 진정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부동산 가격이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부시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많은 지표가 양호하다고 본다'고 2007년 10월에 말했고, 이어서 11월에는 '우리(미국) 경제의 기반은 튼튼하며, 탄력성이 있다'고 공언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은 물론 그를 둘러싼 경제학자들과 경제 관료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2007년 12월 미국 경제가 본격 침체 상태로 접어들 즈음에야 비로소 부시 대통령은 '폭풍우 구름이 오고 있으며, 걱정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제) 기반은 양호하다'고 말하면서 처음으로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효과적인 대책을 취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부시 대통령은 늘 주장하던 만병통치약으로 감세 정책을 내세웠으며 이듬해 2월 감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별 효과 없이 미국 경제는 계속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은 2008년 2월 말에도 '우리가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겼다. 이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거대 투자은행인 베어 스턴스(Bear Stearns)가 파산했고 그해 9월에는 세계 5대 투자은행의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마저 파산했다. 실업률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자 그해 10월 부시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우리는 어떤 문제에 당면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도구도 가지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움직인 결과가 고작 국민의 세금으로 거대 금융 기관들의 빚을 갚아주는 것(구제금융)이었음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한창 잘나가던 일본 경제에 '잃어버린 20년"을 안겼는데, 그때 일본 정부도 사태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니 효과적인 대책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그리고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를 경제학자들과 경제 전문가들이 예측도 못 하였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대책도 내놓을 수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자본주의 시장의 불확실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경제의 불안이 더욱더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지구촌 국가들이 점점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가는 상황에서 금융 부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경제학자들은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을 구분하는데, 일찍이 케인스도 지적하였듯 금융 부문(그가 말하는 자본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금융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치는 미래 전망에 대단히 민감하다. 6개월 후부터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축소한다는 소문만 퍼져도 지금 당장 주가가 폭락한다.

미래는 온갖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요즘처럼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미래는 더욱더 불확실하다. 이와 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합리적 계산에 따라 행동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케인스의 말대로 동물적 직감(animal spirits)에 따라 행동하기 쉽고, 남 따라 '우르르' 행동하기에 십상이요, 근시안적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이 모두 미국의 금융 시장에서 익히 보았던 것들이고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늘 관측되던 현상들이다. 직감에 따른 행동, 남 따라 하기, 근시안적 행동 등은 변화무쌍하고 갈피를 잡기 어렵다. 어디로 튈지 감을 잡을 수 없는 행동들이 금융 시장에 횡행하다 보니 금융 시장 자체도 변화무쌍하고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실물 부문에도 변동이 많이 있지만, 금융 부문처럼 요동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서 라면 가격이 단시일 내에 두 배로 뛰었다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든가, 자동차 생산량이 두 배로 늘었다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든가, 임금이 두 배로 올라갔다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일은 생각하기 매우 어렵다. 실물 부문의 주요 변수들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널뛰기하는 예는 드물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금융 부문의 주요 변수들은 종잡을 수 없는 널뛰기를 반복한다. 금리를 보자.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는 금리가 1~2퍼센트 수준이었으나 후반에는 5~6퍼센트로 뛰었다가 금융 붕괴 이후에는 거의 0퍼센트대로 떨어졌다. 주가의 널뛰기도 이에 못지않다. 두 배 뛰었다가 반 토막 나는 주가가 즐비하다. 주가가 널뛰기할 때마다 주식 시장에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현상을 우리는 늘 보고 있다. 환율도 무시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이처럼 금융 부문의 핵심 변수들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기를 반복한다. 문제는 이것들이 약간만 변해도 경제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를 0.5퍼센트 올리는 문제를 놓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신경전을 벌이며 줄다리기를 한다. 약간의 변동만으로도 큰 파장을 몰고 오는 금융 부문의 핵심 변수들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 경제 전문가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 전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오늘날 금융 산업이 영미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영미 경제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니 금융 시장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금융 자본주의라고 말하지 않는가. 과거 실물 경제의 핵심 요소였던 부동산이 대규모로 금융 상품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미국의 금융 시장이 붕괴하고 이것이 세계 경제 위기로 비화하게 된 중요한 요인이었다. 어떻든 불확실성과 불안정성 탓으로 변화무쌍한 금융 시장이 비대해지고 세계경제를 지배하고 있으니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나라들의 경제 역시 불확실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만큼 예측하기도 어렵다.

불확실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 정도와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그 한 가지 방법은 금융 기관의 비대화를 막고 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2008년 금융 시장 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융 개혁이 될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이 큰소리치면서 서명한 금융 개혁법(도드-프랭크 법)이 의회에서 금융권의 완강한 저항과 로비에 걸려서 종이호랑이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금융 규제는 어떠한가? 한국에는 금융 기관의 비대화와 금융 산업 비중의 증대가 경제 안정화와 고용 증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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