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텍스트이고 우리들은 모두 기록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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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의 화두는 '갑과 을의 관계'인듯 합니다. 사회 생활을 해야하고 조직에서 생존해야하기 때문에 이 법칙에서 놓여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이 관계는 항존의 법칙이 아니지요. 갑은 을이 되기도 해서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문득 의미있게 다가오는 시가 있어 소개합니다. 권혁웅의 <이 저녁의 어두운 풍경3 > 입니다.
등뒤에 있는 노트, 지나간 것들이 저녁의 푸른 칠판 위에 적혀있다 나는 몇 개의 기억할만한 문자로 이 거리를 지나간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는 둥근 어깨와 선이 뚜렷한 입술을 가졌으나 먼지의 행간을 걸어가서는 저녁의 푸른 빛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의 모습을 속기로 적었으나 먼지가 자주 자리를 바꾸었으므로 지금 그를 짐작할 수 없다 등뒤의 노트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발자국처럼 말줄임표처럼 찍어두고 나는 긴 서술어와 서술어를 건너 여기에 왔다 간혹 만나는 입간판 앞에서 이 거리의 휴지와 종지에 관해 생각한 적이 있었으나..... 등뒤의 노트에 나는 배가 고팠다. 고 적었다 시간의 저녁상을 마주 하고 늦은 국밥을 시켜 먹고 싶었다 밥알처럼 떠오르는 저 불빛을 내안으로 떠넘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돌아온다 해도 이제 그를 알아볼 수는 없으리라 골목길에 접어들어 나는 등뒤에 노트를 닫고 저녁의 푸른빛이 문득 캄캄해지는 것을 본다 어제 늦은 저녁 잠이 오지 않아 써보았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써 본 시여서 부끄럽지만 파일로 올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