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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해밀턴 옥스퍼드大 총장 본지 인터뷰,'한국 大學들, 개혁 성공하려면 국적 잊어라'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5,005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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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大學들, 개혁 성공하려면 국적 잊어라"
조선일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A12면의 3단기사입니다.A12면3단| 기사입력 2013-04-05 03:04 기사원문
 
http://imgnews.naver.net/image/023/2013/04/05/2013040500069_0_59_20130405030427.jpg
앤드루 해밀턴 옥스퍼드대 총장은 “한국의 4월 날씨는, 춥고 비 내리는 영국 날씨와 비교하면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앤드루 해밀턴 옥스퍼드大 총장 본지 인터뷰]

'융합·파격·다국적·개방 필요, '학문적 유목민' 더 많아져야…

한국학생, 옥스퍼드서 큰 성과… 교육열·교육제도 덕분인 듯"

'대학이 세계로 뻗어가려면 '학문적 유목민'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영국 옥스퍼드(Oxford) 대학 900년 역사상 첫 비(非)옥스퍼드대 출신 총장은 '전통'보다는 '파격'을 강조했다. 대학이든 개인이든 늘 하던 대로 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 총리 26명과 전 세계 30개국 대통령과 수상을 배출한 유서 깊은 대학교의 총장은 '융합' '다국적' '개방' '경쟁'이란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앤드루 해밀턴(Hamilton·61) 옥스퍼드대 총장. 옥스퍼드의 라이벌인 케임브리지대 화학박사 출신인 그는 4일 본지 인터뷰에서 '21세기 대학은 국경과 전공을 넘어선 연구를 해야 한다. 한국 대학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학교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학생과 교수를 더 많이 불러들여 연구·공부하라는 조언이다.

2009년 총장이 된 그는 옥스퍼드에 수준 높은 융합교육과 국제화, 탄탄한 대학재정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교 내에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해밀턴 연구소'를 운영하며 분자인식기술, 유기화학, 생화학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연세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4일 방한(訪韓)한 그는 '나는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사람과 함께 연구를 했다. 그게 나의 학문적 자산이 됐다'고 했다. 스스로를 '학문적 유목인'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학부는 영국(엑스터대), 석사는 캐나다(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박사는 다시 영국(케임브리지대)에서 공부했다. 박사 후 과정으로 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에서 2년을 보냈고, 교수직은 미국(프린스턴대·예일대)에서 했고, 연구를 위해 일본(교토대)에 잠시 머물기도 했다.

해밀턴 총장은 옥스퍼드가 자랑하는 페니실린 상용화 연구를 국경을 넘어선 연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으며 '개방'을 강조했다. '페니실린 연구는 옥스퍼드에서 연구하던 오스트레일리아인과 독일인, 영국인이 모여 만든 성과이지요. 이 다국적 연구팀은 1942년 최초로 페니실린 상용화에 성공했고 이로 인해 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답니다.'

해밀턴 총장은 '그래서 옥스퍼드 대학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학생과 교수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고 했다. 현재 옥스퍼드 학부생의 3분의 1, 대학원생의 3분의 2가 외국인이다. 그는 또 '한국 학생 110명이 옥스퍼드에 재학 중인데 이는 비(非)유럽 국가 중에 일곱째로 많은 유학생 규모'라며 '한국 유학생들이 매우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교육열과 교육제도 덕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가수 '싸이'가 '옥스퍼드 유니언(옥스퍼드 학생들의 자발적 토론클럽)'초청으로 옥스퍼드에서 강의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음식(특히 비빔밥)을 좋아한다는 해밀턴 총장은 '50~60년 전만 해도 옥스퍼드 학생들에게 한국은 동양의 아주 먼 나라로만 인식됐겠지만, 지금은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가수 싸이를 초청한 것도 '강남스타일'이란 노래 이상으로 한국이란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한국 대학들이 세계 200위 안에 포함(지난해 QS 세계대학평가 기준 6개 대학)됐는데 옥스퍼드 같은 오래된 대학들에 한국 대학들이 경쟁자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학의 다양한 학문적 이종교배, 이젠 선택 아닌 필수”
중앙SUNDAY| 기사입력 2013-04-07 04:06 기사원문
2009년 10월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는 900년 넘게 이어 온 전통을 깼다. 비(非)옥스퍼드, 그중에서도 라이벌 케임브리지대 출신을 총장에 임명했다.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은 앤드루 해밀턴(61) 총장이다. 그는 6일 중앙SUNDAY 기자와 만나 “학문적 이종교배를 통한 융합은 성장의 주요 동력이며 대학들에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화학자인 해밀턴 총장 자신의 학문적 궤적 역시 융합으로 수렴된다. 그는 영국 엑스터대 화학과를 나온 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각각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후 과정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에서 했으며, 교수 생활은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시작했다. 프린스턴대 조교수로 시작해 피츠버그대 교수를 거쳐 예일대로 옮긴 그는 예일대에서 부총장(Provost)까지 지냈다. 옥스퍼드 총장직을 맡은 후 1년 만에 10억 파운드(약 1조7000억원)를 모금하는 등 학교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그는 중국을 거쳐 4일 서울에 도착한 뒤 연세대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나고등학교에서는 대학 교육의 세계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외에도 학계 및 정·관·재계 관계자들을 만나고 6일엔 한국 옥스퍼드대 동문회 리셉션에 참석한 뒤 싱가포르로 떠났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6일 오전 숙소인 서울 삼성동 파크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그는 “(비 내리는) 날씨가 고향과 비슷해 편안하다”는 유머를 건네는 등 시종 활기찼다. 총장으로선 이번 첫 방한이지만 한국은 처음이 아니다. 7년 전 부인 제니퍼 해밀턴과 함께 서울에 관광차 여행을 온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때 비빔밥의 팬이 됐다는 그는 “이번에 서울에 온 지 48시간 정도 됐는데 비빔밥을 두 번이나 챙겨 먹었다”며 웃었다. 사흘 간의 방한 일정을 위해 한국어 명함을 별도로 준비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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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지도 교수법 추천할 만 하다” 

-한국 학생들을 만난 소감은.

 “10대 학생들이 보인 자신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나고등학교에서 강연할 때 학생들이 예의는 갖추면서도 날카롭고 창의적인 질문을 하더라. 내 강연 내용 중 일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설득력 있게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자이자 총장으로서 반가웠다. 이런 도전정신은 옥스퍼드의 핵심 교육철학과도 통한다.”

 -어떤 교육철학인가.

 “남다른 생각(different thinking)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옥스퍼드는 학생들에게 교수의 말은 경청하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강조한다. 학생 스스로 깊이 파고들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지적 자신감은 지식의 축적만으론 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 교육 방법론으론 어떤 게 있나.

 “개별 지도(tutorial teaching) 교수법이 있다. 옥스퍼드 학생은 1대 1 또는 1대 2로 교수와 만나 매주 한 시간 동안 집중 교육을 받는다. 이 한 시간을 위해 학생은 10~15시간을 준비한다. 강의 내용을 숙지하고 교수가 어떤 내용을 질문하든지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논리력과 표현력을 갖춰야 한다. 글자 그대로 교수의 눈을 피해 숨을 곳이 없기(No where to hide) 때문이다. 준비 과정도 모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판단력이 길러진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떤 논리를 개발해야 할지, 시간에 대한 우선 순위는 어떻게 할지 등을 스스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교를 떠난 뒤 리더로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옥스퍼드가 900년간 세계적 명성을 유지해 온 비결이다.”

학생들에게 실수할 자유를 허락하라

-옥스퍼드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은 어떤가.

 “2013년 현재 약 150명의 한국인 유학생이 있고 그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한국인 졸업생은 총 400명이 넘는다. 이들은 학계뿐 아니라 정·관·재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어 자랑스럽다. 이번 방한 일정에도 어딜 가나 동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처럼 훌륭한 동문들을 배출한 한국은 세계 속에서 점점 더 중심적 역할을 하는 국가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60년 만에 경제적 성장과 함께 민주화라는 정치적 성과도 이뤄냈고, 교육 역시 크게 발전했다. 아시아 여러 국가의 롤모델이 됐다.”

 
 
앤드루 해밀턴 옥스퍼드대 총장이 개방과 학문 융합이 대학 발전에 미치는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정작 한국 내에선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

 “하나고 강연에서도 어떤 학생이 한국 교육제도는 암기 위주 주입식이라고 비판하더라.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해 10대 학생들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이 지워지는 게 문제라는 얘기도 들었다. 나라마다 교육시스템이나 문화가 형성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으므로 외부인이 한마디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런 비판의식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건강하고 적절한 일이다. 건설적 발전의 재료로 삼으면 된다.”

 -한국 교육이 보다 창의력을 기르는 방식으로 가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학생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완벽주의에 집착해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수동적이 된다. 학생들에게 실수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실수를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스스로 생각하며 깨달아야 더 크게 성장한다. 이를 위해선 교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식 전달과 비판적 의식 함양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줘야 한다.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마법처럼 그냥 나타나는 게 아니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교육적 토양의 산물이다.”

 -한국은 아직 문과·이과 구분이 뚜렷한 편인데.

 “문과와 이과는 사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의학은 삶과 죽음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런 학문이 삶과 죽음의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철학·윤리학과 떨어질 수 있겠는가. 또 의학의 실질적 발전은 생화학·의공학 등 다른 과학기술의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어느 하나의 분야만 파고들기보다 학문을 넘나드는 학제 간 연구가 꼭 필요한 이유다.”

 -한국 대학들이 같은 대학 출신, 같은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는 학문적 동종교배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국 대학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방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통찰력을 만나는 것의 효과는 분명하다. 국경을 넘어 다양한 배경과 시야 (Perspective)를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을 때도 창조가 가능하다. 옥스퍼드대가 페니실린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당시 연구실에 모인 호주·독일·영국인 학자들이 함께 거둔 성과였다. 옥스퍼드는 지리적으로는 유럽 북서부 섬나라의 작은 소도시에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세계화와 개방을 통해 글로벌한 대학이 됐다. 생물학에서 쓰이는 이종 교배(cross fertilization)가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라고 본다.”

옥스퍼드의 다음 경쟁자는 아시아 대학

-총장 본인도 ‘학문적 유목민’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융합의 길을 걸어온 것 같다. 어떻게 그런 길을 가게 됐나.

 “유목민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웃음). 그렇게 수많은 학교를 옮겨 다니려고 처음부터 작정했던 것은 아니다. 교수 자리를 알아보던 1980년대 초 영국은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었다. 반면 당시 미국은 역동적이고 계속해서 변화하던 사회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시야가 넓어졌고 이게 내 학문적 자산이 됐다. 옥스퍼드 총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다양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역시 개방적인 태도를 중시하고 있는 셈이다. 케임브리지 출신인 나로서는 옥스퍼드가 외국처럼 낯설기도 했다(웃음).”

 -지난해에도 인도·중국·일본을 찾았는데, 올해 아시아를 또 방문 중이다.

 “과거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미국 하버드·예일·스탠퍼드 등 신생 대학의 학문적 도전을 받으며 크게 성장한 경험이 있다. 최근 또 다른 도전을 받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한국 대학을 비롯해 베이징대·칭화대 등 아시아 지역 대학으로부터다. 하지만 이런 경쟁은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이승녕·전수진 기자 franc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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