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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되는 인문학

작성자
김경애
작성일
2013.11.11
조회수
4,635
첨부파일
-
‘밥이 되는 인문학’… 취업준비생들 벼락 공부

 
  • 입력:2013.06.19 18:21


 


최근 기업마다 인문학 소양을 갖춘 인재를 찾으면서 취업준비생 사이에 인문학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이들을 겨냥한 인문학 아카데미가 생겨났고 ‘인문학 벼락치기’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중앙대 법학과 4학년 고모(26·여)씨는 최근 한 강연 전문 업체가 개설한 ‘토요인문특강 면접대비반’ 강의를 들었다. ‘인문학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다. 강의는 독서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책 한 권을 정해 주제를 잡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고씨는 19일 “사물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갖게 됐다”며 “면접 준비에도 도움이 돼 대기업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강연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인문학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에게 인문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취업에도 도움을 주려고 기획했다”고 밝혔다.

취업 면접에 대비해 인문학 ‘벼락공부’를 하는 스터디 모임도 생겨났다. 취업준비생 인터넷 카페의 한 회원은 “스펙 쌓기 위주로 대학 생활을 보냈는데, 한 면접에서 갑자기 인문학적 성찰을 한 경험을 물어 당황했다”며 “곧바로 스터디를 꾸려 인문학 질문에 대한 대응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요 철학서적의 내용을 각자 정리해 줄거리를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하고 있다.

대학가의 인문학 열풍에는 직원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건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생각해야 한다.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이에 따라 인문학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키우는 ‘통섭형 인재 육성(SCSA)’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SCSA 면접에서는 ‘존경하는 철학자’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입사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에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 분야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통찰력·상상력·창의력 등을 향상시킨 경험을 서술하라’는 항목을 포함시켰다.

기업들의 인문학 중시는 대학가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현재 대학생들이 교양수업을 듣는 정도로만 여기며 인문학을 홀대하고 있다. 대학에서 인문학이 고사될 위기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취업 시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는 게 일상화되면 대학의 풍토도 곧바로 바뀔 것이란 얘기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업에서 ‘인문학 서적 리스트’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문학 인재’ 찾기에 나선 만큼 점차 이런 채용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며 “학생들 스스로도 인문학을 취업 스펙이 아니라 삶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평소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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