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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 교수·현장전문가 함께 강의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6.18
조회수
3,688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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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 교수·현장전문가 함께 강의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3-06-17 00:40 | 최종수정 2013-06-17 01:21 기사원문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실무교육서 지방대 비전 찾는 부산 동명대 설동근 총장

부산 동명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64%였던 취업률은 1년 새 73.9%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56.2%)을 크게 상회한다. 올해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 평가에선 최우수 등급을 받아 정부 지원 사업비가 지난해 23억원에서 올해 51억원으로 늘었다. 학교 분위기가 활기를 띠면서 올해 재학생 충원율도 106.1%를 기록했다. 학생 결원이 없다는 얘기다. 1년 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변화의 중심엔 설동근(65) 총장이 있다. 10년간 부산시교육감을 지냈던 그는 지난해 6월 동명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지난 13일 집무실에서 만난 설 총장은 “지방대가 살아남을 길은 특성화뿐”이라며 “동명대를 실무중심교육대학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취임 1년 만에 취업률 10% 끌어올려

 -높은 취업률의 비결이 뭔가.

 “실무중심교육이다. 올 1학기부터 48개 산학융합교과목을 개설했다. 교수가 9~10주 동안 이론 강의를 하고 나머지 3~4주 동안엔 관련 분야 현장 전문가들이 실무를 가르친다. 예를 들어 '해킹 및 악성코드 대응' 수업은 3주 동안 이호웅 안철수연구소 센터장이 강의를 맡는다. '호텔관광서비스론' 과목은 4주 동안 호텔 부지배인과 식음료팀장이 수업을 한다. 학생들이 현장에 투입됐을 때 별도의 재교육 없이도 실무에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동명대는 기업체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조선협회와 함께 조선공학과·자동차공학과 등의 학생 42명을 모아 조선·해양플랜트 생산설계 과정을 만들었다. 두 달간 300시간의 실무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올해 전원 취업에 성공했다. 동명대는 올해 정보기술(IT)과 디자인 등 분야를 확대해 총 198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매달 기업인·교수에게서 '더블 멘토링'

 -정규 수업 외에도 실무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은데.

 “올 1월에 기업인과 교수가 함께 학생들의 멘토를 맡는 '더블멘토링' 제도를 시작했다. 취업을 앞둔 102명의 학생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멘토를 만나 학습 방향, 취업전략, 직장문화 등을 배운다. 멘토로는 지역기업 CEO나 임원, IBK기업은행 부산지역 지점장·부지점장 등 실무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4월부터 졸업예정자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수요정장데이'도 운영한다. 매주 수요일에 학생들이 기업에 출근한다는 마음으로 정장을 입고 등교해 취업에 필요한 모의면접과 스피치, 자기소개서 쓰는 법 등을 배운다.”

 -실무교육을 중시하는 이유는.

 “대학은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나뉜다. 지방대가 연구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실무교육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우리는 현재 1333개의 가족회사를 갖고 있다. 여름이면 동명대 학생들이 동남아 국가에 가서 가족회사의 제품을 직접 세일즈하는 '해외보부상' 제도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학생 감소와 구조조정은 국내 대학들이 피해갈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다. 지난해 10월 비전선포식에서 설 총장은 전체 교직원과 교수들을 모아놓고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줬다. 어리둥절해하던 교직원과 교수들에게 설 총장은 “이것이 앞으로 닥칠지 모를 동명대의 모습”이라며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방 사립대의 어려움이 더 큰데.

 “교육과정이 비슷하다면 학생들은 등록금이 싼 국립대를 선호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사립대가 살아남는 방법은 차별화다. 백화점식으로 다른 대학과 똑같은 학과·교육과정을 운영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 동명대만의 인재상이 있어야 한다. 동명대의 비전은 산학실용교육 명문대학이 되는 것이다. 올해 개강을 앞두고 모든 학과 교수들이 1박2일 워크숍을 통해 어떤 인재를 기를지 목표를 정하고 커리큘럼에도 반영하도록 했다.”

-지역인재를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부산자동차고 등 부산 지역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세 곳과 MOU를 맺었다. 이 학교 학생들이 고교를 다니면서 동명대에서 수업을 듣고 최대 32학점까지 선(先)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학점은 고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뒤 온라인 강의나 주말강좌 등을 이용해 채우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청과 함께 부산 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시제품제작터(창작지원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지방대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필수적이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재정 확보가 긴요한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발전기금 모금이 더욱 힘들어졌다. 그런데 대학운영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늘어 대학 재정은 빡빡해지고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해법의 하나로 교수들이 연구 프로젝트를 더 많이 따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는 대학 총장 하면 으레 떠올리는 근엄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매일 오전 8시면 캠퍼스를 돌며 담배꽁초를 줍고 1교시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과 인사한다. 지난해에는 총학생회 간부 학생들과 함께 10㎞ 마라톤을 뛰고 산행을 했다. 그의 페이스북 첫 페이지에는 학생들과 팔씨름하는 사진이 올려져 있다. 교수들에게도 학생에게 먼저 인사하라고 권한다.

강의평가 공개해 성적 나쁜 교수 불이익

-평소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는 말을 자주 한다는데.

 “대학을 학생 중심의 교육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교직원과 교수는 학생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학생들은 불만이 있어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주인이다. 필요한 게 있으면 총장에게 직접 요구하라'고 얘기한다. 학생들 요구로 공무원시험준비반이나 복사·출력실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2학기부터 학생들의 교수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학생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교수는 대학에 있어선 안 된다. 2학기 수강신청 때부터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강의평가 점수 하위 10% 교수들은 수업컨설팅을 받게 하고 그래도 계속 평가 점수가 낮게 나오는 교수에겐 수업을 맡기지 않고 연구년제 선발에도 불이익을 줄 생각이다.”

 -교수들 반발이 적지 않을 텐데.

 “대학의 변화는 교수 역량에 달려 있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교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움직일 거라 믿는다.”

만난 사람=김남중 사회1부장

정리=이한길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설동근 총장=1948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마산고와 부산교대를 졸업하고 동아대에서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 부산 용호초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해 6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부산시 교육의원을 거쳐 2000년부터 10년간 제12~14대 부산시교육감을 지냈다. 교육감 재직 당시 독서교육 강화, 방과후 활동 지원, 돌봄교실 활성화 등 '부산발 교육혁명'을 이끌어 주목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을 지낸 뒤 지난해 6월 공모를 통해 동명대 제7대 총장에 취임했다.

김남중.이한길.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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