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대학붕괴 쓰나미
| 기사입력 2013-05-06 17:49
검은 파도가 순식간에 제방을 넘어 도시 전체를 삼켜버렸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 지역을 강타한 쓰나미는 대재앙 그 자체였다. 쓰나미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매시간 전해지는 뉴스 속보를 보며 '어떻게 저럴 수 있나?'라는 탄식만 쏟아냈다.
2년여 기간이 흘렀지만 일본은 여전히 쓰나미의 상흔으로 신음 중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또 다른 쓰나미가 한국 대학을 향해 덮쳐오고 있다. 그것도 7년 안에 한국 대학 3분의 1 이상을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과 속도로 말이다. 이 쓰나미의 진원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다. 현재 64만명인 고졸자는 2017년에 56만명으로 줄어든다. 그때의 대입정원(57만명)보다 고졸자가 1만명 부족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2020년에는 고졸자가 46만명으로 대입정원보다 무려 11만명 모자라게 된다.
고졸자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 78%를 최고점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더니 지난해는 71%까지 낮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까지 입학정원 2000명 규모의 대학 120여 개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히 '대학 붕괴의 쓰나미'라 할 수 있다.
대학이 붕괴되면 지역사회가 붕괴되고 마침내 국가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대학 붕괴 쓰나미에 대응할 종합대책들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대학들이 스스로 구조개혁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학을 정리할 경우 그 잔여재산을 전부 국고에 귀속하도록 되어 있는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대학들이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들의 통폐합을 유도하고, 대학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 대학들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201개 4년제 대학들을 회원으로 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대학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면 회원대학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대학 붕괴의 쓰나미를 코앞에 두고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대학은 이 속담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 봤으면 한다.
[서거석 전북대 총장ㆍ대교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