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學 살리려면 人文大 해체하라'
A19면2단| 기사입력 2013-06-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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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철 교수 논문서 주장]
'폐쇄적 전공 중심주의가 현재의 인문학 위기 불러… 교양으로 통합교육시켜야"
'아예 인문대학을 해체하고, 인문대 교수들이 교양교육원을 접수해야 성공하지 않을까? …연구중심 대학 등 극소수 대학을 제외하고, 모든 대학이 교양 강화의 길로 나가야 한다.'
중진 영문학자이자 전국 대학들의 교수·학습 지원 협의체인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 회장을 지낸 송승철(59·사진) 한림대 교수는 최근 출간된 반년간지 '영미문학연구 안과 밖' 34호에 '과격한' 주장을 담은 논문을 실었다. 제목은 '인문대를 해체하라!'
대학이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하면서 위기에 빠진 대학 교양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전공의 벽에 갇힌 인문학을 '교양 인문학'으로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인문대 해체'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송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줄곧 제기됐던 '인문학 위기'에 대해 '정말 위기일까'라고 반문했다. 대학 구조조정으로 인문학 일부 전공이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개업 3년 안에 80%가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사정과 비교한다면 이 정도 상황을 위기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정말 문제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폐쇄적인 전공 중심주의의 벽이다. 자폐적 전문성이 인문학자의 소외를 낳고, 다시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엘리트주의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전공 중심주의 때문에 폭넓은 시야, 통합적 구성력, 창조적 상상력을 함양시키며 궁극적으로 온전한 인간(the whole person)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이 없다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금보다 훨씬 급진적 수준에서 학문 간 융합을 시도해야 하며, 실용성 부족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인문학 전공은 연구자 양성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한국 인문학은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 같은 말에 부화뇌동할 게 아니라, 대중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스스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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