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인사이트] 중국, 올 대졸 취업난 최악
| 기사입력 2013-05-26 17:17
올해 신규 채용 목표 900만명인데.. 졸업 앞둔 대학생만 700만명 달해“
【베이징=차상근 특파원】 '3개월 동안 110여통의 이력서를 보냈지만 필기나 면접시험 기회는 10차례도 안됐어요.'
최근 신화망이 전한 상하이 대학생취업박람회장에 나온 쟝시사범대학 졸업반 학생의 취업전쟁 이야기다.
26일 중국정부망과 신화망 등에 따르면 올여름 졸업을 앞둔 중국의 대학생(전문대 포함) 수는 699만명에 달해 작년보다 19만명 늘어 사상최대이지만 이들을 수용할 일자리 추산 규모는 작년보다 15% 줄었다.
중국 정부의 올해 도시 신규취업자 목표는 900만명이지만 여기에 대학생 대기자만 80%를 차지한다.
이를 반영하듯 베이징시 당국이 지난달말 파악한 베이징 지역 대학졸업 예정자의 취업률은 30%에 못미쳤다.
지난 2월까지 베이징내 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의 올해 채용 예정인원은 작년 동기보다 15% 줄었다.
■성장통… 졸업은 실업
중국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최악의 취업난은 30여년간 지속돼 온 고속성장기에서 중성장기로 접어든 중국 경제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산업 구조조정 및 고도화 정책에 따른 일자리 확대 정체 현상과 함께 기업들의 경영합리화, 취업 예비군들의 눈높이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심각한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졸업은 실업‘이란 자조섞인 말이 유행하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하다보니 학교는 물론 남녀차별, 출신배경 차별 등도 만연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6일 교육부와 국무원은 기업과 각종 기관 등에 인력 채용과정에서 차별적 조건을 적용하지 말 것을 엄중히 요구했다.
학교, 성별, 연령, 질환, 호적지 등의 규정을 갈수록 엄격하게 적용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즈랜구인망 등 취업중개 사이트에는 많은 기업들이 심지어 현지 호적자 우대를 밝히고 있고 심한 경우 현지 생활자만 뽑겠다는 내용도 걸고 있다.
쟝시의 한 대학 취업지도센터 주임은 올해 여학생 취업률이 남학생보다 20% 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화망은 지난달 말까지 올해 대학 학부졸업생 취업률은 35%, 석사졸업생은 26%에 그친다고 전했다.
■일자리는 정체, 기대는 천정
중국은 1999년도 대학 신입생부터 대학정원을 대폭 늘리기 시작해 졸업생수가 2011년 114만명에서 올해는 7배 가까이 늘었다.
단순 비교해도 이전에 대학생들이 누리던 호사는 다시 반복될 수 없는 형편이다.
세계경제가 바닥권을 헤매고 있고 경제산업 구조조정 및 산업고도화 등의 영향으로 전통적 일자리 창구산업들의 신규 채용은 해마다 줄고 있다.
후난성 우한에서는 제조, 무역, 금융산업 등의 올해 신규채용률이 20,30%대로 추락했다는 보고서도 최근 나왔다.
최근 발표된 한 조사에는 영어, 법률, 컴퓨터, 회계, 국제경제 무역, 경영 등 대학의 전통적 인기학과들이 뜻밖에도 3년 연속 졸업생 실업률 상위 10위에 랭크됐다.
이는 채용기준의 변화, 관련 인력 공급과잉, 사회의 인력 수요 변화 등과 함께 높아진 구직자의 기대치도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기업도 구직자들의 높아진 눈높이 탓에 조건에 맞는 인재를 못찾는 인력수급 불균형 상황은 심화되고 있다.
안후이성 허페이의 한 민영 주물공장 인력 담당자는 '최근 몇년동안 월급여 4500위안(약 81만원)선에 기술인력을 모집했지만 학부생은 물론 전문대생조차 못구해 지금은 중등기술학교 졸업생을 채용했다'고 말했다고 신화망은 전했다.
중국의 사무직 대졸 초임은 통상 3500위안 전후에서 결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