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쉬바오캉 씨 “삼성 신경영이 中경제발전 갈 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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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3-06-19 03:10
■ ‘삼성 신경영’과 특별한 인연… 中런민일보 대기자 출신 쉬바오캉 씨
[동아일보]
한국경영학회가 ‘삼성 신경영 20주년’을 주제로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 중국 런민일보 대(大)기자 출신인 쉬바오캉(徐寶康·64) 씨가 특별강연자로 나선다.
그는 1974년 이후 199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1년간 평양 특파원을 지냈고, 1992년 한중 수교 이듬해 서울 특파원으로 부임해 총 10년 동안 특파원과 지국장으로 일한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기자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대기자 칭호를 받았다.
쉬 씨가 삼성 신경영과 맺은 인연은 각별하다. 삼성은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뒤 이를 같은 이름의 책으로 펴냈다. 외국인 직원에게도 전파하라는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중국어 번역판도 냈다. 삼성은 1995년 방한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로 하고 당시 서울 특파원으로 일하던 쉬 씨에게 번역판 감수를 맡겼다.
쉬 씨는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때 처음 삼성 신경영을 접했다”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는 말은 충격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찬찬히 읽어 보니 이만하면 ‘중국인의 마음에도 깊이 파고들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용이 풍부하고 철학적이었습니다. 목표를 실천하려면 나부터 변해야 하고, 법칙을 준수하면서 인간미를 갖춘 사람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삼성은 쉬 씨가 다듬어 새로 펴낸 이 책을 장 전 주석이 묵은 신라호텔 스위트룸에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장 전 주석은 방한 기간 중 책을 꼼꼼히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주석이 나중에 이건희 회장을 만나 자신이 이해한 신경영의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하더군요. 당시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후 구체적인 실천방향을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품질을 높이는 신경영으로 21세기 세계 일류기업이 되자는 삼성의 꿈은 중국의 꿈과 맞물렸어요.”
쉬 씨는 20일 강연에서 신경영 이론이 중국의 경제성장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내용을 미리 물으니 그는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연구소나 대학에서 삼성을 배우자는 붐이 일었죠. 미래 지도자를 키우는 중앙당학교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해 삼성을 탐방했습니다. 10년간 키운 수백 명의 청년지도자가 중국의 각 성에 퍼져 있죠. 삼성을 배워 중국 경제를 발전시킨 셈입니다.”
쉬 씨는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한국의 큰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런민(人民)일보에 소개하는 등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책을 번역했지만 신경영을 번역한 일이 가장 자랑스럽다”며 “20일 강연 때 중국 경제발전에 도움을 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