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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경제]비포 선라이즈 - ‘잘생긴 남자’와 ‘지적인 여자’의 후광효과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6.19
조회수
3,214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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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경제]비포 선라이즈 - ‘잘생긴 남자’와 ‘지적인 여자’의 후광효과

\| 기사입력 2013-06-19 10:56 \
셀린느가 묻는다. “아름다운 꿈을 가슴에 품은 꼬마애를 상상해봐.” 제시가 답한다. “얘는 말 그대로 보티첼리의 천사야.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라고 말해주는 천사 말야.”

어느 낯선 여행지. 마음이 잘 통하는 이성을 만난다면? 1990년대 중반 해외 배낭여행 붐이 일 때였다. <비포 선라이즈>(1995)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만들었다. 18년이 흘렀다. 이 영화는 연작이 만들어지며 당시 관객들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 2004년 <비포 선셋>이 나왔고, 2013년 <비포 미드나잇>이 나왔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도 같이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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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링클레이터가 감독한 <비포 선라이즈>의 무대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이다. 이야기 시간은 단 하룻밤이다. 미국 청년 제시(에단 호크 분)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스페인 마드리드에 왔지만 변해버린 그녀에게 상처를 받았다. 오늘 밤 빈에서 자고 내일 아침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프랑스 여대생 셀린느(줄리 델피 분)는 부다페스트에 있는 할머니를 만난 뒤 파리로 돌아가고 있다. 그 기차 안에서 ‘우연히’ 두 사람이 만난다.

몇 마디 나눠본 두 사람은 호감을 느끼고 빈에서 내린다. ‘기적 같은’ 하룻밤이 시작된다. 두 사람은 사랑하지만,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우연히 만난 사랑을 우연으로 간직하며 이별을 택한다. 무척이나 낭만적인 두 사람이지만 실은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믿는 지독한 현실주의자다. ‘꼬마애’와 ‘보티첼리의 천사’는 그렇게 헤어진다. 6개월 뒤 다시 만나기로 기약하면서.

제시와 셀린느는 왜 한눈에 반했을까. 제시는 잘생긴 미국 남자다. 셀린느는 지적인 프랑스 여자다. ‘잘생긴 미국 남자’가 상대에게 주는 이미지는 ‘멋있다’다. ‘지적인 프랑스 여자’는 ‘낭만적’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가 그 대상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후광효과’(halo effect)라고 한다. 심리학 용어지만 요즘은 마케팅, 광고 등 경제분야에서도 많이 쓰인다. 상품, 브랜드에 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후광효과에 대한 연구 중 대표적인 것이 ‘외모’다. 호주 연구팀이 외모와 경제적 가치의 연관성을 연구했다. 평균 이상의 외모 그룹과 평균 이하의 외모 그룹간 연봉격차는 3600만원가량 난다는 것을 밝혔다. 잘생기거나 예쁘면 상대방에게서 호감을 얻기 쉽다. 이런 호감은 실제 성과로도 종종 이어진다. 성형열풍이 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품 선호도 비슷하다. 명품을 몸에 걸치고 있으면 재력있고 세련됐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명품의 후광효과다. 대형차 선호도 비슷한 심리다.

한때 펩시콜라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적이 있었다.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 뒤 두 개의 콜라를 마시게 한다. 그런 다음 더 맛있는 콜라에 손을 들라고 했는데 실험에 따라서는 펩시쪽 손을 더 많이 들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후광효과가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았던 사례다. 중소기업이 만든 상품을 대기업이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기업의 유통망을 이용한다는 점도 있지만 대기업의 ‘후광효과’를 노린 전략일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가 CEO로 복귀하니 애플의 주가가 뛰었다. 그가 사망하니 주가가 떨어졌다. 스티브 잡스의 후광효과였다.

만약 제시가 못생겼다면, 그래도 셀린느가 접근했을까? 제시는 ‘잘생긴 미국인’이라는 후광효과를 톡톡히 봤다. ‘미국인’이라는 국적도 세계 최고국가의 국민이라는 후광효과가 있다. 셀린느의 외모가 별로였다면 제시가 관심을 기울였을까? 셀린느도 ‘지적인 프랑스인’이라는 후광효과를 누렸다. 지적이면서도 낭만적일 것 같다는 얘기다.

9년 뒤 제작된 <비포 선셋>은 <비포 선라이즈>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비포 선셋>, 그리고 <비포 미드나잇>까지 전작의 후광효과는 컸다.

<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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