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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업계 ‘인문계 반란‘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6.19
조회수
4,240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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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업계 ‘인문계 반란‘

 

서울경제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6면의 3단기사입니다.16면3단| 기사입력 2013-06-06 16:51 기사원문

 

 

지난 3월 개교한 NHN교육센터 넥스트에서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사진제공=NHN


NHN·삼성 등 인문·IT 융합 주목

비이공계 출신 개발자 채용 늘려

'지식·경험 더해져 놀라운 IT 등장'

경제학을 전공한 이도진(24ㆍ가명)씨는 지난3월 대학을 휴학하고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NHN 넥스트에 입학했다. 그는 '프로그램 개발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아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비(非)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자 동아리에 지원한 박수상(25ㆍ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씨도 컴퓨터 공학의 기초도 몰랐지만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두 달만에 직접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놨다.

최근 소프트웨어(SW)업계에 인문계 바람이 불고 있다. 비전공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SW분야에 대한 비 이공계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는 것. 대기업부터 프로그램 개발 동아리까지 인문학과 정보기술(IT)의 융합에 주목하고 있다.

NHN은 지난 3월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교육기관인 ‘넥스트(NEXT)‘를 개교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이 목적이지만 교육이념 중 하나가 인문학과 자연계의 결합이다. 실제 올해 신입생 86명 중 고졸 학생들을 제외하면 비 이공계 출신이 절반이 넘는다. NHN 넥스트소속 교사 조봉수씨는 '학생들의 개발실력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선발 기준'이라며 '이 때문에 이공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학생들이 입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넥스트 학생들은 2년간 6학기의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졸업해도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벌써부터 여러 IT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NHN 넥스트 관계자는 '지난달 넥스트 학생들을 KT인턴십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며 '연내 50여개의 기업과 산학협력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서울대 정보화 포털 3만명의 신상정보 유출을 학교에 가장 먼저 알려 주목을 끌었던 해커 이두희(31)씨는 최근 비 전공자만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동아리 ‘멋쟁이 사자처럼‘을 만들었다. 그는 '기존 프로그래밍 전공자들은 개발에 능할지 몰라도 다양성이 부족해 틀에 갇힐 수 있다'며 '비 전공자들이 각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에 프로그래밍 기술이 더해지면 놀라운 IT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프로그래밍을 교육받고 있는 학생은 총 27명. 이씨는 '지난 3월말 270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며 '개발이라는 장벽에 부딪혔던 스타트업(신생벤처) 기획자나 디자이너들이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목표는 여름방학 동안 팀원 스스로 한 개 이상의 IT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미 최근 2개의 앱을 출시했다'며 '괜한 걱정이라고 할만큼 프로그래밍 습득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부터 인문학 전공 대상자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전형을 시작했다. 당초 상반기 100명, 하반기 100명으로 총 200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상반기 공채에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400명 이상으로 선발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이 프로그램으로 채용했다. 지난 3월 마감된 삼성SDS 공채에는 SCSA 전형에만 2,000명이 넘게 지원했다. 이번 전형의 합격자는 6개월 간의 교육기간을 거쳐 소정의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다. 입사 후에 교육과정 6개월을 경력으로 인정해 동일한 시점에 취업한 동기들과 승격기준이 평등하게 적용된다. 삼성 측은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통섭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전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면접 때 뽑고 싶은 인재 점점 줄어… ‘차라리 직접 키우자‘ SW 교육 시작'

 

조선일보| 기사입력 2013-06-07 03:06 기사원문

 

이명원 기자

김평철 NHN 넥스트 학장

학비 안 받는 SW 교육기관 ‘넥스트‘… 정식 학위 안 나와도 입시 경쟁률 13:1

기업과 연계한 ‘현장형‘ 교육 위주… 인턴십·창업 과정 있어야 졸업 가능해


입시 경쟁률 13:1. 어느 명문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식 학위도 안 나오고, 시설도 건물 한 개 층에 불과한 2년 반 과정의 신생 학교 얘기다. 이곳에선 소프트웨어(SW)를 가르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임금은 낮고, 비전도 없다는 인식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SW산업 진출을 꺼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외의 성과다.

 

NHN이 올 3월 경기도 분당에 설립한 ‘넥스트(NEXT)‘는 2년 6개월 과정의 비영리 SW 교육기관이다. NHN이 책임지고 일반 사용자용 SW를 가르친다는 문구만 내걸었다. 지난해 첫 신입생 120명을 뽑는데 1100명이 몰렸다. 이 중 86명을 뽑았다. 김평철(50·사진) 학장은 '두 번째 신입생을 뽑으려고 입학설명회를 다니고 있는데, 올해엔 2000명 정도 몰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학장은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이다. 'CTO 시절, 신입사원을 뽑는데 갈수록 똑똑한 학생이 안 들어와요.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도 못 미치고요. 그래서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하려고 했더니, ‘이건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제한이 많더라고요. 차라리 우리가 직접 가르치자고 결론을 내린 거죠.'

넥스트의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졸업 후 NHN에 취업할 필요도 없다. 이윤 추구가 목표인 기업에서 왜 이 같은 일을 할까. 김 학장은 '인력 부족 문제는 NHN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사회공헌 사업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고졸 이상 학력을 갖췄고, SW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문과 출신도 좋고, 나이 제한도 없다. 대신 한 사람 한 사람 앉혀놓고 2시간씩 면접을 본다. 작년에도 120명이 정원이었지만, 3분의 2가량만 뽑았다. '원하는 만큼 열정이 보이지 않으면, 일부러 정원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학업계획서로 A4용지 100장을 써낸 학생부터, 5개 국어에 능통한 고등학생 등 SW 실력과는 무관하게 ‘싹‘이 보이는 학생들을 선발했다. 김 학장은 '입학생 절반이 대학 다니다 온 사람이고, 나머지 절반은 고등학교 졸업생"이라며 '30대 초반의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온 입학생도 있다'고 했다.

전임교수 1인당 학생 수는 7명 수준. 개인 교사처럼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해준다. SW를 능숙하게 다루는 ‘프로‘에서부터 ‘생초보‘까지, 워낙 다양한 수준의 신입생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건물 한 개 층에 자리 잡은 넥스트의 교수 연구실은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학장실에도 학생들이 친구방 드나들듯 자유롭게 출입했다.

넥스트의 교육은 일반 대학과 다르게 철저히 ‘현장형‘이다. 2년간의 교육과정에도 기업과 연계한 합동 프로젝트가 필수 과정으로 포함돼 있고, 이후에도 4개월 이상의 현장 인턴십이나 창업 과정을 거쳐야만 졸업할 수 있다. 'SW는 이제 도구의 학문이 됐고, 현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김 학장은 NHN에 CTO로 합류하기 전, 충남대에서 정보통신공학을 가르쳤다. '이전 학교에선 교수회의에서 학생이란 단어가 나온 적이 없어요. 교수·학교·직원들 얘기만 하죠. 하지만 여기선 교수들 대화 주제의 99%가 학생이에요. 학교의 중심이 일반 대학과는 좀 다른 거죠.'

김 학장은 '넥스트가 SW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해, 국내 대학들이 학생·현장 중심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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