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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인문학 … 창조적 융합이 시장 선도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6.26
조회수
4,163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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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인문학 … 창조적 융합이 시장 선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3-06-26 00:35 | 최종수정 2013-06-26 06:06 기사원문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설립 1년, 다양한 활동

창의융합 콘서트 내달 재개

대학생들 위한 교재도 제작

기술인문융합창작소는 기술·인문 융합 시대에 대응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4월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같은 해 9월 서울 동숭동 기술인문융합창작소에서 열린 '창의융합콘서트'에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사람들은 물건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구입합니다.”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있는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소극장처럼 마련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내용은 'IT와 인문의 융합'으로, 대구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있는 박진우 디자이너가 강연자로 나섰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들은 연구소에서 일하는 공학도·교수·산업기술 연구개발(R&D) 관계자 등 이공계 인재들이다. 기술인문융합창작소가 주최하는 '창의융합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인문계와 이공계를 넘나드는 창조성이 경쟁력인 시대다. 아이폰과 페이스북 이후 인문학적 감성이 깃든 R&D 사업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단지 기술기업이 아니다. 그 너머에 있는 기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4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하 기술인문융합창작소를 설립했다. '추격형 R&D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의적인 선도형 R&D의 기반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만든 연구기관이다. 인문사회·과학기술 공동연구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남식 계원예술대 총장이 창작소 설립 이후 쭉 소장을 맡고 있다. 연구 인력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네 명, 한국전자통신원·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한 명씩 파견돼 총 7명이다.

 이들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창의융합콘서트다. 이공학 전문가와 인문학 전문가 간의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지식콘서트다. 같은 주제를 두고 인문학자와 이공학자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지난해 아홉 번 열린 콘서트에는 450여 명이 참석했고 전용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도 1만5000여 명의 방문자가 다녀갔다. 올해는 7월 시작할 예정이다.

 콘서트 외에도 창작소는 문화관광부·산업융합지원센터 등 유관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기술·인문 융합을 기반으로 의제를 기획한다. 쌓아놓은 융합지식 자료도 2000건이 넘는다. 올해는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공계 대학생들을 위한 융합교육 교재를 개발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을 대상으로 '융합 워크숍'도 열 계획이다. 올해 예산으로는 총 21억원이 책정돼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술과 인문의 융합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구글은 2011년 채용인력 6000명 중 5000여 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채운 이후 지금까지도 인문학 전공자 채용에 적극적이다. 인텔은 디자이너·심리학자·소설가·공학자로 구성된 '상호작용 및 경험 연구소'를 설립해 IT와 인간의 소통방식에 대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이공대생을 대상으로 ST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TS는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사회(Society)의 줄임말로 이 세 가지가 현대생활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탐구하는 과정이다. 미국의 신흥명문 올린공대도 AHS(Arts·Humanities·Social Science)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 또 밥슨칼리지 경영대학원(MBA)과 공동으로 연구 및 제품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KAIST 문화기술대학원·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등 융합연구소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있다. 그러나 산업계 등 외부의 관심이 적고 연구교류 활동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 밖에 국내 융합 관련 전담기관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서울시크리에이티브랩이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창작소 관계자는 “국내 융합기관 간의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해 성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대 다니며 디자인도 공부 … 다양한 관심 잘 융합해야 경쟁력"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3-06-26 00:36 | 최종수정 2013-06-26 06:06 기사원문
GE 혁신왕 김호승 엔지니어

김호승“본사 사람들 모아놓을 테니 미국으로 와서 직접 설득해 보시죠.”

 2011년 6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고위 임원이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엔지니어 김호승(42) 부장을 찾아와 이같이 말했다. 김 부장은 당시 GE의 주력 제품인 양문형 냉장고에 부착될 액정화면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는 초기 아이디어가 개발단계를 거치면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를 꾸준히 본사에 전달했다. 본사 임원의 제안에 따라 미국 GE 가전사업부로 건너간 김 부장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원만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모의실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하드웨어 개발단계를 거치면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를 컴퓨터로 간단히 예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 덕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불필요한 논쟁을 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양면형 냉장고 액정화면 개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자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다. 예컨대 냉장고에서 나는 알림음은 냉장고를 신경 쓰고 있는 주부의 귀에는 쏙 들어오지만, 집을 방문한 손님은 인지하기 어려운 종류의 음향을 찾아내 적용했다. 얼음제조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애니메이션도 과거보다 한결 부드럽고 화려해졌다. 이렇게 '한국인 김 부장' 방식대로 생산된 액정화면은 GE의 양문형 냉장고에 장착돼 미국 전역으로 팔려나갔다. 김 부장은 “뒤늦게 경력직으로 입사한 '굴러온 돌'의 제안이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도전하고 제안하면 윗사람까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기업문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방식을 바꾼 공로와 혁신적 제품을 개발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한국인 최초로 GE 에디슨 파이어니어 어워드를 수상했다. GE 창립자인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이름은 딴 이 상은 30만 명의 GE 직원 중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기여한 엔지니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 1월엔 GE 가전사업부 수석 엔지니어 타이틀도 받았다. 이 역시 비(非)미국인으로선 최초다.

제품 아이디어, 본사 날아가 설득

 김 부장은 홍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게임회사에 들어가 '삼국지천명'이라는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벤처회사 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하지만 평범한 기계공학도 출신 엔지니어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김 부장은 “음악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대학교 때 디자인 수업을 많이 듣고 교회에서 예배당 음향 담당을 하며 음향 관련 지식도 습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디자이너의 업무와 하드웨어 개발자의 업무를 아우르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내가 이공계 출신인데 예체능 같은 다른 분야에 관심 있어도 되나' 이런 고민을 한다면 스스로 불행해지는 것”이라며 “다양한 관심을 잘 융합해야 새로운 서비스,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바로 요즘 말하는 창조경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GE 에디슨 파이어니어 어워드 상금 1만 달러(약 1100만원)를 모교인 홍익대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시상식 참석을 위해 아내와 미국에 갔을 때 GE 본사에서 기사가 딸린 리무진까지 준비해 주더라. 아내가 남편을 자랑스럽게 여긴 것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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