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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두 얼굴 소통의 장 VS 일상을 막는 늪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6.26
조회수
4,337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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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두 얼굴 소통의 장 VS 일상을 막는 늪

주간조선| 기사입력 2013-06-25 18:12 기사원문
 

하루 다섯 시간씩 카톡하는 아이들 “안 하면 왕따!”

한수빈(17·예일디자인고 1년)양은 하루 다섯 시간 정도 카카오톡을 이용한다. 그가 가입한 단체톡(단체 카카오톡)은 11개. 그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톡을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라고 표현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카톡을 확인하고, 잠자기 직전까지 카톡을 한다. 화장실 갈 때에도, 약속 장소에 가면서도 카톡으로 대화한다. 그는 자신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 특별히 많이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 배터리가 하루를 못 버틴다. 그의 교실에 있는 콘센트에는 하루 종일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가 꽂혀 있다. 급우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 충전 순번까지 정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는 리어카 휴대폰 배터리 충전소도 생겼다. 3분 안에 충전이 가능한 초고속 이동 충전기다.

카카오톡은 10대 중반~20대 대학생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이들에게 카톡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학생 이상 학급에는 대부분 ‘반톡(반 카카오톡)’이 있다. 공지사항이나 선생님이 전달할 내용이 있으면 반톡을 통해서 한다. 한수빈양은 “하루만 확인을 안 해도 1000개가 넘는 대화가 올라와 있다. 한꺼번에 확인하는 데에만 수십 분이 걸린다. 그렇다고 확인을 안 할 수 없다. 내용을 모르면 다음 날 대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카톡을 안 하면 왕따 된다”라고 말했다. 그의 반톡에 한 학생이 “폰이 초기화됐음. 번호 좀~”이라는 대화를 올리자 10여분 만에 20명의 학생이 좌르르 자신의 번호를 올렸다. 시간대는 오후 3시. 제각각 학원 등 다른 일정 중에도 카톡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카톡은 두 가지 얼굴을 지녔다.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자, 일상생활에 수시로 끼어들어 정신 산만하게 하는 치명적인 도구. 취재 과정에서 만난 카톡 사용자는 카톡에 대해 이중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분명 지장을 주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제5차 스마트폰 이용실태(2012년 8월)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중 73.9%가 스마트폰을 이용함으로써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도구는 카톡이다. 카톡은 분명 지인들과의 원활한 소통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실제로 30대 이상의 카톡 사용자는 카톡을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10~20대의 카톡 사용자들이다. 이들에게 있어 카톡은 정보 전달의 수단이라기보다 놀이로서의 기능이 더 강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10~20대 카톡 이용자들의 대화 내용 대부분은 의미 없는 수다였다. 그 수다의 즐거움은 감정적 반응을 기호나 이모티콘으로 주고받는 데에서 생긴다. 누군가 단체톡에 자신이 먹은 짬뽕 사진을 올리면 그에 대한 반응이 좌르르 올라온다. “냠냠 ㅋㅋ” “ㅋㅋㅋㅋㅋㅋ” “아배고파” “대~박 ㅋㅋ” “욜라마싯겠다ㅋㅋ” 이런 식이다. 한수빈양은 집에서도 동생과 카톡으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자리에 모여 있어도 카톡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카톡으로 대화하는 게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카톡은 일종의 변형된 수다 게임인 셈이다. 그 게임의 수단은 그들만의 은어와 축약어, 나날이 진화하는 화려하고 다양한 이모티콘이다.

대학생 이항현(23·숙명여대 3년)씨 역시 하루 다섯 시간 정도 카톡을 이용한다. 그는 꼭 필요한 말이나 급한 용건이 있을 때에는 문자메시지나 전화를 이용한다고 했다. 대학생인 그에게도 카톡은 수다 게임이었다. 텔레비전을 볼 때에나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특별한 다른 일거리가 없을 때에는 카톡을 한다고 했다. 그는 “어느 순간 카톡이 내 일상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끊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밥을 먹을 때에나 수업시간 등에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손에 닿을 거리에 올려 놓고 수시로 카톡을 한다”고 했다.

카카오톡 부작용도 흔하다. 마포의 한 한의원에서 20~30대 SNS 이용자 146명을 대상으로 한 ‘SNS 스트레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다. 그중 41%는 짜증 등 신경쇠약, 18%는 뒷목 경직 및 어깨결림, 16%는 우울감, 13%는 수면장애, 12%는 얼굴에 열감 증세를 호소했다. 한수빈양 역시 카카오톡 수면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는 “흰 배경에 검정 글씨를 하도 많이 보니 눈을 감아도 아른거려서 잠이 안 왔다. 새벽 3~4시까지 뒤척인 적이 있다”며 “친구들 중에도 카톡 수면장애를 겪은 아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항현씨는 잠결에 카톡으로 대화를 남겼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새벽 3시에 울린 카톡에 답변을 달았더라. 정작 나는 기억이 없다. 무의식 중에도 카톡의 소리에 반응했다는 게 소름끼쳤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10~20대 학생들은 카톡을 ‘덫’ ‘늪’ ‘중독’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한 번 정도는 카톡을 끊으려 시도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 끊지 못하고 복귀했다. 이유는 하나같았다. “나만 소외되는 것 같아서 두렵다”는 것.

기자는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0%가 이용하는 카톡. 우리나라에서 카톡 없이 살기는 쉽지 않다. 웬만한 배짱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 “민폐 끼친다”는 비난을 수없이 들었다. “단톡방에 가입돼 있지 않아 따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연락해야 하니 번거롭다”는 게 비난의 이유다.

카톡의 순기능은 많다. 직접 만나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소통의 끈이다. 그러나 판단력과 자제력 부족한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카톡 사용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 교육계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마트폰 사용 제한에 나섰다.

교사와 부모가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앱인 ‘아이스마트키퍼’에 하나둘 힘을 보태는 것은 이런 일환이다. 지난 6월 12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서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앱인 ‘아이스마트키퍼’를 올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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