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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民國?… 못읽겠어요” vs “학원서 중학교 수준 끝냈어요”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6.26
조회수
3,022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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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民國?… 못읽겠어요” vs “학원서 중학교 수준 끝냈어요”

\\A14면\| 기사입력 2013-06-26 03:10 \
‘天壤之差’ 初等生 漢字 實力

[동아일보]

1. ‘大韓民國’ 글자를 보여줬다. 한 남학생이 머리를 긁적이며 읽기 시작했다. “대…조…. 잘 모르겠어요.” ‘대한민국’이라고 제대로 읽은 학생은 100명 가운데 48명. 절반이 채 안 됐다. ‘讀書’는 어떨까. 23명만 ‘독서’라고 답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서울 강북구에 있는 A초등학교 3, 4학년 학생 100명에게 물어본 결과다.

2.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C한자학원. 초등학교 4학년인 한 남학생이 한자를 쓰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읽는 것은 물론이고 신중하게 획을 이어 쓰는데 그 수준이 상당했다. 한자능력 검정시험을 준비한다는 이 학생은 “중학교 수준 한자까지 이미 다 끝냈다”고 자랑했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한자 디바이드(격차)’가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자 실력이 상당히 떨어지지만 일부 학생은 전문학원을 통해 한자 선행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 대조적이다.

A초등학교 학생들의 한자 ‘쓰기’ 실력은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學生(학생)’을 정확히 쓸 줄 아는 학생은 13명. ‘明暗(명암)’은 단 5명만 제대로 썼다. 또박또박 명암이라 쓴 학생 5명 가운데 4명은 그나마 따로 학원을 다니며 한자를 배운다고 했다.

왜 이렇게 한자 실력이 떨어질까.

현행 교육과정 탓이 가장 크다. 초등학교에선 1년에 68시간 할당된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한자 교육을 한다. 하지만 이 중 몇 시간을 한자 수업에 할애할지는 학교장의 재량이다. 그러다보니 서울시내 초등학교는 연간 평균 6∼8시간만 한자를 배우는 데 그친다.

‘온라인 언어의 남발’도 이유로 꼽힌다. 컴퓨터,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온라인 신조어 등을 자주 사용하며 망가진 말을 쓰다보니 어휘력이 줄고 덩달아 한자 실력까지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 반면에 일부 초등학생들은 한자 실력이 오히려 중학교 학생들보다 좋을 만큼 뛰어나 전반적인 학생들 수준과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역시 사교육이다. 최근 일부 특수목적고, 대학 등에선 한자시험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준다. 이에 서울 강남, 목동 일대를 중심으로 한자 선행교육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실제 C한자학원 원장은 “최근 1, 2년 사이 대치동에만 한자 학원이 10곳 이상 늘었다”고 했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40만 명에 육박하는 한자능력 검정시험 응시자 가운데 상당수가 초등학생이었다. 올해는 한자 사교육 시장이 최소 10%, 많게는 3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가장 기본에 속하는 한자교육마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기면 교육격차 문제는 더욱 풀기 힘든 실타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25일 ‘한자교육 추진단’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을 단장으로 한자교육 전문가, 초등한자한문교육연구회 임원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태스크포스(TF) 조직. 초등학교와 중학교 한자교육 강화방안을 찾고 한자 수업을 어떤 식으로 학교교육에 흡수시킬지 고민하게 된다.

김재환 시교육청 장학관(교육과정과)은 “어린 학생들이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고 어른 세대와의 언어 장벽을 허물려면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 또 학부모들의 한자교육 요구를 수용하고 사교육비도 낮추는 차원에서 추진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만물상] 어휘력과 한자 교육

\\A34면2단| 기사입력 2013-06-26 03:24 \
어느 중학교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학생들 중엔 안중근 의사(義士)를 의사(醫師) 선생님으로 아는 애들도 있다.' 설마 그럴까 했는데 괜한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며칠 전 한 방송사 리포터가 지나가는 학생에게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학생이 되물었다. '야스쿠니 신사? 신사숙녀 할 때 신사 아니에요?' 일본 전범(戰犯)들 위패를 모아놓은 신사(神社)를 신사(紳士)로 알고 있었다.

▶지난해 고교생 퀴즈 프로그램인 KBS '골든벨'에서 '이비인후과는 어디가 아픈 사람들이 갈까요?'라는 문제가 나왔다. 모두 쉰 문제 중에서 열 번째쯤에 나온 것이었으니까 프로그램 제작진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 셈이다. 그런데 틀린 학생이 무더기로 나와 탈락했다. 이(耳)가 귀, 비(鼻)가 코, 인후(咽喉)가 목구멍을 뜻한다는 것만 알면 쉽게 맞힐 문제였다.

 

▶하긴 요즘 아이들만 흉볼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 가분수·대분수, 중학 들어가 교집합·인수분해 같은 수학 용어를 이름에 담긴 뜻도 모른 채 배웠다. 한자로 假分數·帶分數·交集合·因數分解라고 쓴다는 건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왜 이런 이름인지 한자 뜻풀이를 해 가며 설명해줬더라면 수학에서 그렇게 헤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과학 시간에 파충류·양서류·갑각류나 화성암·변성암·퇴적암의 뜻과 생김새를 머릿속에 떠올리기는 또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 이름들에 쓰인 한자를 알았다면 훨씬 쉽게 깨칠 수 있었을 것이다.

▶국어사전에 실린 우리말 어휘 가운데 70%가 한자어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하는 교과서에서는 한자로 된 단어·용어가 90%나 된다. 한자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간편한 우리말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어문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한자를 모르는 어린 세대가 한글로만 쓰인 한자 단어투성이 교과서를 배우기란 암호 해독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일 뿐 아니라 아예 이해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진다. 국어 과목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가을 학기부터 초·중학교에서 교과서 어휘를 중심으로 한자 교육을 하기로 했다. 우선 희망하는 학생을 모아 방과 후 국어·수학·과학·사회 교과서 속 한자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어휘력 없이 공부하는 것은 벽돌 없이 집을 짓거나 총알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다. 한자 교육이 학교 정규 과목이 돼야겠지만 당장 그럴 수 없다면 이렇게라도 첫걸음을 떼는 게 좋다.

[김태익 논설위원]

 

서울 초·중교 2학기부터 한자교육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13-06-25 19:55
교과서 단어 중심… 자율 시행
서울시내 초·중학교에서 교과서 수록 어휘 중심의 한자교육이 올해 2학기부터 자율적으로 실시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5일 이번 주 중 외부 전문가와 교육청 실무자 등으로 구성된 한자교육 추진단을 출범하고 한자교육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계획과 교재 마련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올해 2학기부터 한자교육을 시교육청의 특색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어 이해능력을 높이고 세대 간 언어장벽을 없애려면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한자교육은 국어와 수학, 과학,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어휘가 중심이 된다.

예컨대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삼각형(三角形)’, ‘정사각형(正四角形)’ 등의 단어가 각각 어떤 의미의 한자로 구성돼 있는지 이해시키는 방식이다.

교육은 퇴직 교원이나 한문을 전공한 임용 예정 교원, 민간 자격증 소지자, 학부모 등 재능기부자들이 방과후 희망학생을 모아 가르치는 형태로 진행된다.

현재 초등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학교장 재량으로 한자를 가르치고, 중학교는 한문이 선택과목으로 돼 있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과서에 한자어가 많은데, 상당수 학생이 기초적인 한자도 모르다 보니 단어를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외워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한자를 알면 수업 때 교육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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