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사태, 외교갈등 비화 조짐
| 기사입력 2013-06-25 20:25 | 최종수정 2013-06-2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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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도망자 협조국’에 분노 표출
중·러에 “양국관계 부정적 영향”
중 외교부 “미 비판 근거 부족”
인민일보 “강도가 나무라는 꼴”
‘빅 브러더’ 미국의 실체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29)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마냥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나라들을 거쳐 추적을 따돌리자 미국이 얼굴을 붉히고 있다. 스노든 사태 여파로 중국·러시아·남미 좌파 집권 국가들과 미국의 잠재된 외교갈등이 물 위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25일 <로이터>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 구성원들이 ‘도망자’ 스노든이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는 데 일조한 각국 정부들한테 분노를 뚜렷이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스노든한테 망명처를 제공할 뜻을 비친 에콰도르를 포함해 홍콩, 러시아, 중국 등 관련국 정부에 노골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스노든은 지난 23일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한 뒤 행적이 묘연하다. <로이터>는 “스노든이 쿠바, 에콰도르, 아이슬란드 등으로 향할 수 있다는 첩보 보고서가 눈더미처럼 쌓였지만 진짜 행적은 미궁에 빠졌다”고 전했다. 스노든이 미국과 불편한 외교관계에 있는 나라들을 도피 경로로 절묘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스노든이 홍콩을 거사 장소로 택해 35일을 머문 것은 이곳이 자유로우면서도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양대 강국(G2)인 중국의 그림자 안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의 인권 문제와 사이버 해킹 문제를 제기해온 미국에 불편한 심기가 있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미국 정보기관의 행태가 폭로된 것을 호재로 받아들일 여지가 크다.
미 백악관은 스노든의 도피를 방조했다며 중국 정부에 불쾌감을 표명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스노든이 러시아로 간 것이) 출입국 당국자의 기술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은 미-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오히려 자국이 피해자라며 역공에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미국의 비판을 “근거가 부족해 수용할 수 없다”며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 홍콩특별자치정부를 나무라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도 “미국이 칭화대학과 중국 이동통신사의 인터넷망에 침입해놓고도 사과나 해명도 없다”며 “강도가 미안한 마음도 없이 도둑맞은 사람의 합법적인 행위에 불만을 토로하는 게 과연 강대국이 취할 태도인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스노든은 홍콩 이후 행선지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택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 당국의 관리 아래에 있거나 남미의 ‘반미 벨트’에 속하는 에콰도르·베네수엘라의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에 있을 가능성, 미국의 적성국인 쿠바로 떠날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모든 가능성은 미국이 스노든의 신병을 인도받는 데 걸림돌이 된다. 미국은 이들 국가에도 날을 세웠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24일 성명을 발표해 “러시아 정부가 스노든을 미국으로 돌려보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검토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도 주미 러시아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사건이 양국 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일이 미국 뜻대로 풀릴 조짐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러시아는 묵묵부답이고,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스노든의 망명 요청과 관련해 “주권적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eraj@hani.co.kr
모스크바 공항서 다시 종적 감춘 스노든… 외교 망신당한 美, 뿔났다
| 기사입력 2013-06-26 03:22
美, 스노든 송환에 총력전… 홍콩·中·러 노골적 비난하고 쿠바·에콰도르 등엔 경고문
어산지 '위키리크스 회원 동행'
일부선 '종착지 아이슬란드"
미국이 국가안보국(NSA) 등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을 체포하기 위해 외교 마찰을 불사하며 국제사회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 러시아를 거쳐 제3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철저하게 배제되는 '외교 망신'을 사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백악관,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모두 나서서 '스노든 신병 확보'를 위한 총공세를 펼쳤다. 미국은 애초 홍콩·중국으로부터 스노든의 신병을 넘겨받아 조용하게 자국 내에서 형사처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홍콩이 스노든의 출국을 허용하고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런 계획은 수포가 됐다.
극도로 예민해진 미국은 홍콩·중국·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동시에 에콰도르·쿠바·베네수엘라 등 스노든이 거쳐 갈 길목이나 마지막으로 안착할 종착지가 될 수 있는 국가에 무차별적으로 협조 명목의 경고문을 보내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의 결정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미·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 이후 개선 기미를 보이던 양국 관계가 또다시 얼어붙는 것은 일정 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중국 내 전문가들은 홍콩이 스노든을 내보낸 것은 장기적으로 미·중 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당장은 미국이 불쾌하게 여길 수 있지만,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홍콩에서 스노든의 미국 송환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진행된다면 장기적으로 미·중 관계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선딩리(沈丁立)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소장은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이익이 걸린 이런 문제를 홍콩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미·중 간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스노든을 떠나보내는 것이 중국 측에 유리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홍콩을 출발해 모스크바로 향했던 스노든은 25일 현재 모스크바 공항에서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다. 스노든은 당초 24일 오후로 예정됐던 쿠바행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은 채 미국 정부와의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다. 스노든은 쿠바를 거쳐 최종적으로 망명지인 에콰도르로 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날 일부 외신은 '스노든의 최종 목적지는 아이슬란드이며, 노르웨이를 거쳐 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스노든을 돕고 있는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는 '스노든은 위키리크스 회원과 동행하고 있으며,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라고 했다.
푸틴 '스노든, 모스크바공항 환승구역에 있다'
| 기사입력 2013-06-26 00:25 | 최종수정 2013-06-26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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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1면 기사로 다룬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홍콩 거리의 가판대에 놓여있다. (AP=연합뉴스DB) |
(홍콩=연합뉴스) 황희경 특파원 = 미국 정부의 기밀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지난 23일 러시아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기 전 홍콩에서 보낸 35일 간의 행적이 공개됐다.
25일 스노든의 변호인단이 홍콩 언론 등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스노든은 5월20일 미국 하와이에서 홍콩에 도착한 뒤 홍콩 침사추이의 미라 호텔에 투숙했다.
6월10일 영국 가디언을 통해 자신의 신원이 공개된 날 체크아웃했고 이후 안전을 위해 2~3차례 홍콩 까우룽(九龍) 반도와 신계 지역에서 주거지를 옮겨다녔다.
스노든은 집 밖으로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으며 홍콩 내 현지 '조력자'가 그에게 음식을 조달했다. 비용은 스노든이 댔다.
스노든은 홍콩에 머무는 동안 컴퓨터를 손에서 놓지 않았으며 인터넷을 통해 사건의 최신 상황을 계속 살폈다.
긴장으로 점철된 시간이었지만 즐거운 한 때도 있었다.
지난 21일 홍콩에서 생일을 맞은 스노든의 생일 축하파티가 열렸다. 변호인단과 스노든은 마침 19일이 생일이었던 변호사 등과 함께 '안전한 곳'에서 피자와 콜라를 놓고 생일을 축하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 자리에서 스노든은 도청을 우려해 모든 참석자의 휴대전화를 냉장고에 넣도록 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또 사진도 찍지 않았다.
스노든은 홍콩의 법률회사 '호, 와이, 체'에 자신의 신분이 알려진 10일 처음 연락을 했으며 앨버트 호 의원 등 변호인단은 18일 처음으로 '안전한 곳'에서 대면했다.
변호인단과 스노든은 2시간 동안 저녁을 함께 먹으며 스노든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논의했다.
스노든은 소송 기간 자신의 망명이 허가될 지, 아니면 미국에 인도될지 알지 못한 채 수년을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 교도소에서 보낼 것에 대해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은 지난 21일 홍콩 정부의 '중개인'으로부터 체포되지 않고 홍콩을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를 신뢰하지 못했으며 걱정이 커지면서 22일 홍콩을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스노든의 요청으로 호 의원이 접촉한 홍콩 당국자가 만족스러운 답변을 주지 못하면서 22일 홍콩 출국은 연기됐다.
결국 스노든은 23일 오전 홍콩을 떠나기로 마음을 정했고 변호인단에 공항까지 동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23일 스노든은 로버트 티보 변호사와 함께 은신처를 떠나 공항으로 향했다.
스노든은 개인 승용차로 공항에 가는 내내 중간에 체포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변장을 하지는 않았다. 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조너선 만 변호사가 스노든을 넘겨받아 그의 출발을 지켜봤다.
스노든 신병처리, 시험대 오른 美 외교력
| 기사입력 2013-06-25 19:03 | 최종수정 2013-06-26 00:35
미국 정부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신병을 둘러싼 문제가 미국 대 중국·러시아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 위신과 외교 역량이 중대한 시험에 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게 중국이 방관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영향과 충격을 줄 것이다. 또 러시아인들이 법의 기준에 따라 살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과 중국에 좌절하고 실망했다. 스노든을 억류하지 않은 것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범죄인 인도에 관한 의무를 존중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국가 신뢰성까지 문제삼았다. 발언의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외교적 수사나 에두르는 표현 없이 이처럼 직설적이고 원색적으로 두 강대국을 비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극도로 예민해진 미국은 아울러 에콰도르 쿠바 베네수엘라 등 스노든이 거쳐 갈 길목이나 안착할 종착지가 될 수 있는 국가에 무차별적으로 협조 명목의 경고문을 보내고 있다. 특히 중미의 소국인 에콰도르 관리들이 “스노든의 망명 의사를 접수했다. 허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불쾌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미국은 에콰도르의 최대 교역 상대로 지난해 전체 수출의 43%가 미국으로 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에콰도르 등 스노든이 망명 희망을 밝힌 나라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 스노든을 “미국 정부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냈다”고 치켜세우며 “세계는 그의 용기를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도 대변인 브리핑에서 “미국의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며 “먼저 거울을 들고 자기를 비춰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특구정부가 법에 따라 관련 사건을 처리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의 의혹에 불만을 드러내며 “(스노든은) 자신의 경로를 스스로 선택했으며 우리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일축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공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노든이 “(형식상) 러시아 국경을 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