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네요 부산, 화려하네요 Busa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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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네요 부산 화려하네요 Busan| 기사입력 2013-06-28 00:10이참의 참 좋은 우리나라 마음 속 친구같은 부산 갈맷길 이기대 구간에서 바라본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해안절벽을 따라 난 길을 걷다가 마주친 첨단 문명은 화려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왼쪽)과 부산관광공사 엄길섭 사장. 안녕하세요,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참입니다. 지난주 19∼20일 '이참의 참 좋은 우리나라' 세 번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갔다 온 곳은 바로 항구 부산입니다. 올해는 '부울경 방문의 해'입니다.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를 합쳐 '부울경'이라고 부르지요. 문화체육관광부가 2004년부터 해마다 한 지역을 '방문의 해'로 선정해 지역 관광활성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올해는 부산·울산·경남 세 지역이 공동 신청해 선정됐지요. 방문의 해를 맞은 세 지역 중에서 부산만 다녀왔습니다. 세 지역이 워낙 넓기도 하거니와 소개할 곳이 너무 많아 부산만 콕 집어야 했습니다. 울산과 경남은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로 미뤘습니다. 마침 올 1월 부산관광공사가 출범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부산에 여태 지역 관광공사가 없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이제라도 부산관광공사가 생겨 다행입니다. 더욱이 엄경섭(60) 사장이 있어 든든합니다. 저와 함께 한국관광공사에서 일을 했던 관광 전문가입니다. 사실 이번 부산여행도 엄 사장의 초청이 있어 성사된 것입니다. 아무튼 앞으로 부산관광공사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부산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도시입니다. 부산을 여행한다고 하면 괜스레 가슴이 뜁니다. 무언가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직접 여행계획을 짰습니다. 부산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여정과 조정하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부산에 가면 가고 싶은 데, 먹고 싶은 게 어디 한두 개라야지 말이죠. 여러분도 그렇지요? “부산은 보석이다. 숨겨진 보석이 아니라 이미 많이 알려진 보석이다. 다만 부산이라는 보석은 아직 덜 가공된 보석이다.” 제가 외국인에게 부산을 소개할 때 종종 쓰는 표현입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관광명소가 부산에는 널려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부분이 보여 안타까울 때도 많았습니다. 사실 원석을 세련되게 가공하는 일이 저 같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겠지요. 부산에 올 때마다 다짐합니다. 이제야 말씀드리지만 하마터면 부산에 못 내려갈 뻔했습니다.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잡아 놓고 있었는데, 정부 3.0 비전 선포식이 19일로 결정되면서 일정이 꼬였습니다. 선포식이 끝나자마자 고속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달려갔습니다. 서울에서 주요 일정을 다 마치고 출발했는데도 오후 7시에는 부산에 와 있더군요. 부산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훌쩍 갔다 오는 맛 말입니다. 1. 샴페인과 바비큐, 부산의 야경이 함께하는 요트 투어 모습. 왼쪽부터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엄길섭 부산관광공사 사장, 박상철 관광마케팅단장. 갈맷길서 눈 호강, 국제시장서 입 호강 이참의 참 좋은 우리나라 1박2일 부산여행 4가지 메뉴 부산을 여행하는 네 가지 방법. 부산관광공사와 수차례 논의한 끝에 합의한 이번 부산 여행의 테마입니다. 1박2일은 짧았습니다. 첫날 저녁에야 부산에 도착하는 바람에 원래 첫날 낮에 가기로 했던 금정산 쪽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도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부산을 1박2일 일정으로 갔다 옵니다. 그러니까 이번 이참의 부산 여행이 여러분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여정에 따라 제 부산 여행을 소개합니다. 홍콩 갈 사람도 붙잡는 부산의 야경 19일 오후 8시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요트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부산은 항구입니다. 당연히 부산 여행에서 바다가 빠지면 안 되겠지요. 수영만에서는 요트 투어는 물론이고, 카누·카약·수상스키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양레포츠 시설이 가장 좋은 곳이 부산 수영만입니다. 한 시간 동안 요트를 빌려 투어를 떠났습니다. 수영만을 떠난 요트가 광안대교를 지나 이기대 앞에서 돌아오도록 코스를 짰습니다. 더 먼 바다로 안 나가고 해운대 앞바다에 머물러 있었던 건, 눈부신 야경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부산 요트 투어는 제가 주한 외교사절 등 외국인과 함께 부산에 내려오면 꼭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요트에서 바라보는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해운대의 야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힌다는 홍콩 야경에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프러포즈나 송년회 등 부산에서의 아주 특별한 밤을 꿈꾼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부산에서 맞은 첫날 밤은 바빴습니다(솔직히 부산에서는 밤에 더 바쁩니다). 요트에서 내리자마자 달맞이고개에 올라가 해운대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와인을 마셨고, 숙소로 정한 부산 조선호텔 바에 앉아 더 가까이에서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로 목을 축였습니다. 안주는 늘 그렇듯이 야경이었습니다. 원래는 포장마차까지 갈 작정이었는데,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갈맷길을 걸어야 한다며 다들 말리는 바람에 접고 말았습니다. ●요트 투어=부산 벡스코가 운영하는 '요트B(www.yachtb.co.kr)'의 프로그램은 두 개다. 임대 투어는 1시간에 50만원(4인 기준. 1인 추가할 때마다 8만원). 일반적인 요트 투어는 1시간에 어른 6만원(어린이·청소년 4만원). 051-740-7959. 2. 갈맷길 이기대 구간은 해안절벽을 따라 난 길을 걷는다. 해운대 마천루 배경 삼아 걷는 갈맷길 부산에도 걷기에 좋은 길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갈맷길. 갈매기와 길을 합쳐 만든 길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2009년 부산시가 조성을 시작해 지난해 비로소 263㎞ 길이 20개 코스의 갈맷길이 완성됐습니다. 갈맷길이 제주올레 버금가는 아름다운 해안길이라는 소문은 진즉에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아직 한 번도 걸어보지 못했는데, 이참에 걸었습니다. 제가 걸은 코스는 갈맷길 2-2코스에 있는 이기대 구간입니다. 오륙도 유람선선착장에서 동생말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진 4.7㎞ 길을 걸었습니다. 쉬엄쉬엄 꽃 들여다보고 사진 찍느라 세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갈맷길을 걷다가 여러 번 놀랐습니다. 해운대가 코앞에 보이는 해안에 이렇게 깊은 숲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해안길은 대개 뙤약볕 아래 노출되게 마련인데, 이 길은 가파른 해안 절벽에도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긴 세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산관광공사 엄경섭 사장이 “최근까지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곳”이라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길을 걸으며 부산시가 정말 큰일을 했구나, 새삼 생각했습니다. 더 놀란 건 길에서 마주친 장면입니다. 길에서 해운대 앞바다가 훤히 보였습니다. 광안대교·마린시티·해운대·달맞이고개 등 부산의 대표 명소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깊은 자연에 두 발 디디고서 문명의 현장을 바라보는 경험은 낯설고도 흥미로웠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어울마당을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가 보였습니다. 해녀가 “TV에 나오는 양반이네”하며 말을 받아주었습니다. 해녀의 이름은 조계월(60)씨. “자식들이 아직 물질 하는 것 알면 안 되는데…” 하면서 자신을 “해운대 마지막 해녀”라고 소개했습니다. 해녀가 들어간 바다 뒤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마린시티가 우뚝 서 있었습니다. 3. 감천동 문화마을 전경. 지성이면 감천 … 명품 달동네된 감천동 감천동 문화마을에 2주 만에 또 왔습니다. 부산에 출장을 왔었는데, 그때 억지로 짬을 내 감천동에 들렀습니다. 매스컴에 비친 감천동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제가 우겨서 왔습니다. 감천동은 달동네입니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진이 빠지는 산동네 판자촌입니다. 그러나 감천동은 지금 부산에서 가장 뜨거운 관광 명소입니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2011년 5만 명 정도였던 감천동 관광객이 지난해 10만 명에 이르렀고, 올 6월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요즘 들어서는 대만·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많이 온다고 합니다. 여기서 촬영한 TV 프로그램과 영화 덕분입니다. 감천 문화마을의 주소는 부산시 사하구 감천2동입니다. 골짜기 따라 판잣집이 다닥다닥 들어선 마을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감천동입니다. 올 1월 현재 4363세대 9677명이 감천2동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피란민과 태극도 신도가 들어와 판잣집 1000여 동을 짓고 눌러 살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합니다. 마을에는 공동 우물과 재래식 화장실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이 달동네가 관광 명소로 변신하는 데는 문화의 힘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기쁨 두 배 마을미술', 부산시의 '샛바람 신바람' '방가방가' 등 정부와 지자체의 여러 문화 지원 사업이 감천동에서 진행됐습니다. 2009년부터 약 50억원을 들여 달동네에 문화의 옷을 입혔습니다. 알록달록한 마을 풍경이 이 사업 덕분에 완성됐습니다. 관광과 문화는 늘 함께 가야 합니다. 감천동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사례입니다. ●감천동 문화마을=감천2동 주민센터 051-220-5451. 마을정보센터 하늘마루(cafe.naver.com/gamcheon2) 070-4219-5556. 4. 깡통시장의 명물 유부보따리. 먹을 것 천지 국제시장 … 없는 게 없는 깡통시장 오후 8시 기차를 예약했지만, 일정에서 저녁 식사를 뺐습니다. 시장을 돌아다니며 집어먹다 보면 배가 든든해질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갈치시장 앞에서 국제시장으로 가려면 비프(BIFF)광장을 통과해야 합니다. 영화의 도시 부산을 상징하는 장소이지요. 이곳에서 꼭 먹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씨앗호떡입니다. 여기에선 '이승기 호떡'으로 더 유명합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승기씨가 먹어서 화제가 됐다지요. 국제시장 어귀 먹자골목은 정겨운 곳입니다. 골목 한복판에 할머니들이 좌판을 펼치고 앉아 비빔당면·팥죽·팥빙수 따위를 팔고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지요. 다른 관광객과 나란히 앉아 주섬주섬 먹었습니다. 국제시장은 소위 '도떼기시장'의 원조입니다. 1945년 광복 직후 일본인이 전시 동원 물자를 내다 팔면서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이것저것 다 모아 흥정을 해서 도떼기시장이 됐다지요. 대한제강·한일합섬·고려해운·동양시멘트·베이직하우스 등 여러 기업의 모태가 국제시장이란 사실을 알고 계신가 모르겠습니다. 5.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떠난 요트는 광안대교 너머까지 나아가 해운대 야경을 보여준다. 요트에서 풍등을 날리고 있는 이참 사장. 부산의 시장은 생생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이 서린 곳이기도 합니다. 국제시장에서 일제 식민지의 흔적을 만났다면, 깡통시장에서는 전쟁의 상처가 만져졌습니다. 어느덧 부산을 떠날 시간이 됐습니다. 배가 잔뜩 부르네요. 부산은 분명히 서울보다 더 매력적인 곳입니다. 잠재력은 더욱 그러합니다. 부산에는 사람이 있고, 문화가 있고, 자연이 있고, 역사가 있습니다. 어떤 여행을 꿈꿔도 부산에서는 다 가능합니다. 부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서 오이소.” 부산에 어서 오십시오. 정리=손민호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손민호.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