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나의 라오펑유”… 朴대통령에 ‘8년지기’ 친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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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3-06-28 04:41 | 최종수정 2013-06-28 05:33
[한중 정상회담]중국에 부는 ‘박근혜 바람’
[동아일보]
중국 언론들은 27일 박근혜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로 칭했다. 오랜 친구이자 친한 벗을 뜻한다.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중 때는 안 쓰던 표현이다. 왜 그럴까.
○ 박 대통령은 ‘중국의 오랜 친구’
라오펑유의 주요 시발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그는 3월 박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국 인민과 나의 라오펑유”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2005년 서울에서 한나라당 대표와 저장(浙江)성 당서기로서 처음 만났다. ‘8년 지기’인 셈이다. 최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도 박 대통령을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라고 말했다. ‘라오펑유 박근혜’가 비공식 애칭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중국이 외국의 주요 인사들에게 라오펑유라고 부르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주간지 난팡(南方)주말이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1949∼2010년 기사를 분석한 결과 라오펑유라고 부른 건 123개국 601명이었다.
1세대 라오펑유는 1920년대 공산당 창립 후 중국 혁명에 관여한 외국인이다. ‘중국의 붉은 별’을 쓴 에드거 스노 등이 해당된다. 2세대는 1949년 건국 후 중국과 교류한 제3세계 지도자로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 김일성 북한 주석 등이다. 3세대는 1970년대 중국이 서방과 교류할 때 도움을 줬던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등이 꼽힌다. 4세대는 1978년 개혁개방 후 중국의 세계무대 진출에 힘을 실어준 인사들이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중국 지도자와의 개인적 친소관계는 물론이고 전략적 유대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중요 인물에게 라오펑유라는 호칭을 부여한 것이다. 27일 신징(新京)보는 지난해 12월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할 때 이미 “각하는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 이유 있는 중국 내 박풍(朴風)
중국에 부는 이런 ‘박근혜 바람’, 즉 박풍(朴風)은 어디서 왔을까. 전문가들은 고난을 딛고 대통령이 된 삶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과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해 최고위층과 두꺼운 인맥을 쌓으면서 한중 간 우호를 강조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중국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기존 관례를 깨고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한 것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농담조로 자서전에서 “첫사랑은 (삼국지의) 조자룡”이라고 했다거나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감명 깊게 읽었다는 점을 높게 사고 있다.
2005년 방중 때는 야당 대표임에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을 만나 또박또박 중국어로 첫인사를 해서 후 주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면담을 극적으로 성사시킨 탕자쉬안(唐家璇) 당시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박 대통령에게 “계속 주목해야 할 정치인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호의를 나타냈다.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도 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은으로 만든 구절판 그릇을 선물로 받은 뒤 “정말 예쁘다. 볼 때마다 박 대표를 생각하겠다”고 화답했다. 왕 부장은 2006년 11월 박 대통령의 방중 때 “대통령 되세요”라는 직설적인 덕담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대학 강연 등에서 ‘동반자’ ‘동질감’을 강조한 것도 중국인들의 뇌리에 남았다. 2005년 방중 때 베이징대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에 제일 많은 음식점이 중국집이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안재욱과 장나라 비 송혜교 같은 한류 스타들이 어릴 때부터 짜장면을 먹고 자랐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이런 문화적 동질감과 유대를 바탕으로 두 나라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 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강연의 첫인사와 마지막 인사는 중국어로 했다.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에 따른 후광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완준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