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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뜬 16시간 중 15시간…스마트폰에 빠진 그들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6.28
조회수
4,752
첨부파일
-
눈 뜬 16시간 중 15시간…스마트폰에 빠진 그들
중앙일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면의 4단기사입니다.1면4단| 기사입력 2012-05-19 00:52 | 최종수정 2012-05-19 01:40 기사원문
 
http://imgnews.naver.com/image/025/2012/05/19/htm_201205191384330103011.jpg
스마트폰 좀비 … 식사 중에도 회의 중에도 데이트 중에도 '터치'는 멈추지 않는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 명에 육박한다. 전 세계 디지털 군중이 손바닥 안의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다. 대한민국 일상 풍경도 바뀌었다. 청소년은 휴대전화 메신저로 또래 친구들과 항시 연결돼 있다. 대학생들은 강의를 들으면서도 휴대전화로 채팅 한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16시간 중 15시간 동안 '스마트폰 좀비'처럼 스마트폰에 매여 지내는 이들이 적잖다. 식사 중에도, 회의 중에도, 데이트 중에도 '터치'는 멈출 새가 없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 '디지털 디톡스'(디지털 해독)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단 몇 시간, 며칠이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노력을 해 보자는 것이다. 스마트폰 때문에 잃어가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제대로 돌아보자는 움직임이다. 스마트폰 때문에 대화가 단절되고,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문화가 만든 신조어

크랙베리(crackberry)

코카인의 일종 크랙(crack)과 스마트폰인 블랙베리의 합성어.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는 의미다.

쿼터리즘(quarterism)

한 가지 일에 1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젊은이의 성향을 집약한 단어.

퀵백 세대(quick-back generation)

빠른 회신을 기다리는 성향을 일컫는 것으로, 문자로 메시지를 보낸 뒤 바로 답이 없으면 전화로 확인해 채근하는 세대.

초미세 지루함(micro boredom)

'1초도 참을 수 없는' 현대인의 조급함을 뜻함. 현대인은 3~6분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만지며, 이 같은 '초미세 지루함'은 하루 20번 발생한다고 한다.

노모포비아(nomophobia)

'없다'는 뜻의 '노(no)'와 휴대전화를 의미하는 '모바일(mobile)'을 합친 말로 휴대전화가 없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것.

이딕션(E-ddiction) 또는 테크 어딕션(tech addiction)

트위터·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 미디어와 통신기술에 중독된 상태를 일컫는다.

자연결핍장애(nature-deficit disorder)

디지털 스크린에 매달려 엄청난 시간을 보내며 3차원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실제 세계에서 멀어져 가는 현상.



에릭 슈밋 구글 회장 “컴퓨터·휴대전화 꺼라. 그러면 주위에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중앙일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7면의 TOP기사입니다.17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7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2-05-19 00:19 | 최종수정 2012-05-19 00:54 기사원문
 
http://imgnews.naver.com/image/025/2012/05/19/htm_201205190525230103011.jpg
디지털 디톡스 말하는 해외 유명인·서적

에릭 슈밋 구글 회장 “컴퓨터를 꺼라. 휴대전화도 꺼라. 그러면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발을 떼는 손자·손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순간은 없다.”

 누가 이런 말을 했을까. 구글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인 에릭 슈밋이다. 2009년 봄 펜실베이니아대 졸업 축사에서 한 말이다. 현대 생활에 유용한 디지털 네트워크를 차단하라는 뜻이 아니다.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결코 얻을 수 없는 경험이 있으며, 그런 경험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확산되면서 요즘 해외에서 떠오르고 있는 용어들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디지털 다이어트'(Digital Diet) '언플러깅'(Unplugging)이라는 말이다.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균형'의 지혜를 강조하며 디지털 디톡스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논의한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윌리엄 파워스가 쓴 『속도에서 깊이로』(원제 『Hamlet's BlackBerry』)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스마트폰이 '가족이 사라지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이 가져다주는 마법으로 현대인들은 항시 연결될 수 있게 됐지만 그 관계의 질이 더 좋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계의 질을 따지기 위해 그가 사용하는 개념이 '깊이'(depth)다. 그가 말하는 깊이는 우리가 생활을 경험하며 얻게 되는 것들, 즉 배우고 느끼고 이해하는 것들의 질(퀄리티)을 뜻한다. 수시로 쏟아지는 e-메일과 메시지를 체크하고 SNS에 몰두하며 가족에게 소홀하게 되고, 천천히 느끼며 생각할 기회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해 그가 직접 택한 해결책이 바로 '디지털 디톡스'. 가족들과 더 친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에는 인터넷과의 접속을 끊는 강력한 처방을 썼다. 이른바 '인터넷 안식일'이다. 그는 “휴대전화는 내 행복의 원천이다. 디지털이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균형의 상실이다”고 말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원제 『The Shallows』, 니컬러스 카 지음)은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경고를 담은 책이다. 유명 IT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지난 20년간 인터넷에 푹 빠져 살아오다가 2007년 자신이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훑어보고, 키워드를 찾아내고, 대강 읽는 습관으로 '스스로 깊이 아는 능력'을 잃고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기술의 유혹은 거부하기 어렵다. 인스턴트 정보시대에 속도와 효율성이 주는 이득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사색과 명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잘 정제된 생각과 감정이 잠식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UCLA 신경과학 및 인간행동연구소 소장인 개리 스몰은 저서 『아이브레인(iBrain)』에서 “현대인의 대인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릴 때부터 테크놀로지 환경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는 대인관계 신경회로가 거의 활성화되지 않고 발달돼 있지 않다는 것. 그는 “디지털 자극을 중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방식으로 뇌를 훈련시켜야 한다. 테크놀로지 사용시간을 줄이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MIT대 셔릴 터클 교수가 쓴 『얼론 투게더』(원제 『Alone Together』, 국내 미출간)도 비슷한 맥락이다. 디지털 기기와 인간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터클 교수는 “갈수록 사람들은 얼굴을 맞대지 않고 접촉하고 있다. 실제 관계가 아닌 '시뮬레이션(모의 관계)'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데 실제로 디지털 기기에 매달려 살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불만과 소외감을 느낀다. 요즘 사람들은 기계에 더 밀착했을 뿐이지 사람들 관계가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커버스토리] 사용자 3000만명… 당신도 노모포비아?
서울신문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면의 4단기사입니다.1면4단| 기사입력 2012-05-19 02:06 기사원문
 
 

스마트폰은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사람도 바꿨다.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세상 같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옆에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화보다 채팅이 더 편하다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에 푹 빠진 중독시대다. 출시 2년여 만에 스마트폰 사용자는 곧 3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민 절반 이상의 필수품이 된 것이다.

취업준비생 유모(25·여)씨는 한순간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식사를 하면서도 카카오톡 그룹채팅에 여념이 없다. 그룹 멤버수가 20명이 넘는 방만 5개다. 잠시 스마트폰을 끄면 1분 안에 오는 메시지가 무려 1000개나 된다. 친구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유씨는 “취업 스트레스를 유일하게 스마트폰이 달래준다.”고 말했다.

M운송회사에 근무하는 김모(35)씨는 스스로 ‘스마트폰의 노예’라고 평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수면 상태를 체크해 주는 ‘슬리핑 사이클’(Sleeping Cycle)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을 하면서도 스마트폰 채팅을 할 정도다.

지하철이나 길거리, 심지어 자동차 안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채팅, 음악 듣기, 길 안내 등을 즐기는 것은 현대인의 일상이다. 마주치기 싫은 사람과 대면하거나 머쓱한 상황일 때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척하는 이들도 적잖다.

카페나 식당에서 휴대전화를 탁상 위에 올려 놓은 뒤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사하다 스마트폰 창에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가 뜨면 황급히 확인하고 답문자를 하는 모습도 흔하다.

노모포비아(No-Mobile Phobia)라는 용어는 신조어에서 제외될 만큼 일반화됐다.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기가 없을 때 초조·불안해하거나 강제로 사용을 제지당했을 때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증상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만지작거리거나 손에 떨어진 상태로 5분도 채 못 버틴다면 노모포비아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엄나래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노모포비아는 전형적인 스마트폰 금단현상으로 PC 인터넷 중독자들이 보이는 증세와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공동체 약화라는 악영향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률은 8.4%로, 인터넷 중독률 7.7%를 넘어섰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탓이다.

연령대별 스마트폰 중독률을 보면 10대 11.4%, 20대 10.4%로 평균 중독률 8.4%보다 높았다.

스마트폰 중독자의 1일 평균 이용시간은 8.2시간이다. 하루 3시간씩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보다 2배 이상 길다. 사용 목적(복수응답)은 채팅 77.7%, 음악감상 41.3%, 게임 36.3% 순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시간은 평균 59.7분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측의 SNS 이용시간은 6.3분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은 SNS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영준·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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