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원장 “인문학과 통폐합 너무 상업적… 지표 중심 대학평가 확 바꿔야”
| 기사입력 2013-06-28 06:03
ㆍ대교협 강연서 비판… 총장들 “지원 기준부터 제시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사진)이 27일 대학들의 ‘인문학 푸대접’을 질타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를 이끌면서 현 정부의 국정 밑그림을 그린 핵심 실세이다.
김 원장은 27일 오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창조경제와 대학교육’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면서 “창조경제의 핵심을 이루는 창조산업에선 문화적 콘텐츠가 중요하다”며 “현재 시장 수요가 적다고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가볍게 생각하는 흐름에 대해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의대와 법대를 나와 받는 사회적 대우가 5년, 10년 전과 다른 시차효과도 생각해야 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문화 콘텐츠 분야가 앞으로 중요해질 텐데, 이 분야에 뿌리를 내리는 문사철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사철에 바탕을 둬야 깊이 있고 차별성 있는 내용을 만들 수 있다”며 “지식창조산업 육성에 대학사회가 인재들을 제대로 기르고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강연 후 기자와 만나 “몇몇 학교들이 학과 통폐합을 하고 있는데 대학들이 너무 상업적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적으론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학과 통폐합 움직임을 보이는 대학들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김 원장은 “대학평가는 틀 자체가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현재의 지표 중심에서 프로그램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대학 총장들이 정부의 획일적인 대학평가를 지양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김 원장은 취업률을 척도로 문사철을 통폐합하려는 움직임부터 바꾸라고 답한 것이다.
대학 총장들은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그걸 누가 모르느냐. 취업률이 아니면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할지부터 제시하라”고 말했다. 한 지방대 총장은 “취업률이 절대 지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과 재정지원에서 취업률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있는 현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경주 |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