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교양 함양을 위한 참고자료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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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퍼스(1883~1969): 독일의 철학자로 실존주의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
야스퍼스에게 한계상황(限界狀況)은 ‘우리가 그 앞에 섰을 때 좌절할 수밖에 없는 벽 같은 것’이다. 죽음, 투쟁, 고뇌 등과 같은 넘어서기 힘든 벽(현실)을 마주했을 때, 인간은 이런 상황에서 도피하거나 자기 존재를 상실하게 된다고 야스퍼스는 역설했다. 반대로 인간은 그런 한계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임으로써, 하나뿐이며 한 번뿐인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다. 야스퍼스에게서 한계상황은, 이런 상황에서의 좌절을 직시함으로써 초월자의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계기이다. 이런 초월자를 야스퍼스는 ‘포괄자’라고 부르는데, 물론 여기서 야스퍼스가 의도하는 바는, 현실에 대한 좌절로부터 무엇인가 초월적인 대상(신 같은 존재)에 눈을 뜨라고 하는 그런 종교적인 의미는 아니다. 포괄자를 인지하는 것은, 이 세계에는 결코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며, 이성의 한계를 아는 것이다. 칸트에 의해 시작되고 헤겔에 의해 완성된 독일관념론 철학은 이성중심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즉 이성이 시행착오를 반복하더라도 이런저런 지식을 축적해 가다보면 최종적으로는 물(物) 자체까지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즉 이성에 의해 이해불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반해 야스퍼스는 이성의 세계와 비합리적인 세계의 단절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성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헤겔적인 오만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결코 해명되지 않는 부조리와 비합리적인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치 독일을 시작으로 20세기에 인류가 체험한 비극은 대부분 일종의 철저한 이성주의에 의해 초래되었다. 유태인 강제수용소의 가스실은 효율적으로 인간을 살상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며, 원자폭탄도 미국 병사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하되었던 것이다. 즉 그 자체는 합리성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로테스크한 비극을 초래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세계를 객관적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하고, 세계 전체를 멀리 내다보는 것도 불가능하며, 이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한계상황에 직면해서 좌절을 체험하는 것에 의해서만 이성의 한계를 진정으로 자각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성의 한계 이면에서 오는 모습을 드러내는 ‘포괄자’는 동시에 우리 삶의 지평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포괄자는 우리 삶의 기반이기도 하다. 객관적인 합리성을 가장 확실한 것으로 보았지만, 그것은 인간 이성의 범위 안에서 확실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성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이성적인 사로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