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 “안늦었어, 네 꿈을 요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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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3-07-03 03:10
■ SK쿠킹스쿨 통해 청년들에 재능기부
[동아일보]
1일 오후 서울 동빙고동의 SK행복나눔재단 본사에서 조리복을 입은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 8명과 역시 조리복 차림의 청년 19명이 만났다. 청년들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전문 조리사 직업교육 프로그램 SK해피쿠킹스쿨 수강생들. SK해피쿠킹스쿨은 요리에 대한 재능과 열정은 있지만 배움의 기회가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1년간 전문교육을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셰프들은 수강생들에게 레스토랑 인턴십, 졸업 후 취업 연계 지원 등을 제공하는 업무협약(MOU)을 재단 측과 맺기 위해 모였다. 자연스럽게 셰프를 꿈꾸는 수강생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대학을 휴학하고 교육을 받고 있는 양준석 씨(24)와 서울 이태원에서 레스토랑 ‘르꽁뜨와’를 운영 중인 서문용욱 셰프(39)의 만남이었다. 서 셰프는 프랑스의 미슐랭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 ‘르브리스톨’ 등에서 10년간 경력을 쌓고 귀국한 스타 셰프다. 양 씨는 우연히 서 셰프의 성장 스토리를 듣고 그를 ‘롤 모델’ 삼아 공부하던 터였다.
양 씨는 상기된 얼굴로 서 셰프에게 “저처럼 부모님 반대가 심했는데도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온갖 고생 끝에 유명 셰프가 됐다는 얘길 듣고 꼭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 씨는 맞벌이하는 부모님 때문에 어릴 적부터 3남매의 식사 준비를 도맡아야 했다. 그렇게 시작한 요리에 흥미를 느껴 셰프를 꿈꾸게 됐다. “요리해서 돈 벌기 어렵다”는 부모님의 반대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양 씨는 장학금을 주는 대학의 조리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자격증 따기에 급급한 학교 수업에 실망하고 휴학을 했다.
양 씨는 “휴학을 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3∼4년 늦어진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서 셰프는 이에 대해 “평생 요리할 생각이라면 몇 년 차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길을 가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프랑스에서의 고된 유학, 취직, 성장 과정 등을 소개하며 “어떤 문제도 절실함을 갖고 부딪치면 해결하지 못할 게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감사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서 셰프는 “자신의 앞길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모습 등에서 양 씨와 난 많이 닮았다”며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단순히 몇몇 요리만 잘해선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디저트, 식재료, 경영, 직원 관리 등 요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셰프가 돼야 평생 일할 수 있어요. 내가 스승에게 받은 이 가르침을 꼭 전해주고 싶네요.”
이번 협약에는 서 셰프 외에도 어윤권(구르메 에오), 김은희(더 그린테이블), 백상준(컬리나리아 12538), 토미 리(비스트로 욘트빌), 샘 킴(보나세라), 이경호(오키친), 박찬일 셰프(인스턴트펑크) 등이 참여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