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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은 세계 금융영토 확장… 국내銀行은 '우물 안 경쟁'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3
조회수
4,133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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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은 세계 금융영토 확장… 국내銀行은 '우물 안 경쟁'

\ \B3면 \| 기사입력 2013-07-03 03:11 \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서 한국 은행들 60위권 맴돌아]

中 공상銀, 아프리카까지 진출… 해외지점 1년새 60% 늘어나

일본계 은행은 저금리 앞세워 동남아 무역금융 점유율 50%

국내 은행은 해외진출 대신 가계대출 등 쉬운 영업에 주력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이 퇴조 기미를 보이면서 중국과 일본 은행들이 아시아권은 물론 아프리카로까지 '금융 영토'를 넓혀가고 있지만, 우리 은행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금융 전문지인 더 뱅커(The Banker)가 지난 1일 발표한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한국 은행들은 60위권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KB금융지주가 68위로 가장 순위가 높았고, 기업은행 등은 100위권이다.

반면 중국은 최대 국영 은행인 공상은행(ICBC)이 기본자본 기준으로 지난 3년간 1위를 지키던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기본자본은 총자본에서 후순위채권 등 부채성 자본을 제외한 실질적인 순(純) 자본을 뜻한다. 브라이언 캐플런 뱅커 편집장은 '중국 은행들이 드디어 서구의 은행들을 앞서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도 미쓰비시금융그룹이 7위 자리를 굳게 지켰고,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과 미즈호금융그룹이 16위와 17위, 노린추킨은행이 25위에 올랐다. 중국과 일본 은행들은 순위를 앞당기거나 유지하면서 세계 금융계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2010년 이후 순위가 조금씩 상승하고는 있지만, 50위권 이내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예대마진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으면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하고 있는 데다, 해외 진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서구 은행 공백 메워가는 중국·일본 은행들

중국 은행들은 아프리카까지 진출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공상은행은 지난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더드은행 지분 20%를 55억달러에 인수했다. 아프리카 18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이 은행을 인수하면서 18개국에 동시에 진출하는 효과를 거뒀다. 공상은행의 해외 지점 수는 작년 말 383개로 2011년 말(239개)에 비해 60%나 늘어났다. 지난해 공상은행이 해외에서 거둔 영업 이익은 46억3100만달러(약 5조1404억원)에 달했다. 2010년에 비해 40%나 확대됐다.

일본계 은행들은 무역금융(Trade Finance) 시장을 통해 동남아시아 진출을 늘리고 있다. 금융 위기로 영국계 HSBC은행 등 유럽계 은행이 주춤하자 저금리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제 대출에서 일본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전 6%대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0%대로 높아졌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월 '일본의 3대 은행인 미쓰비시,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은행의 해외 대출 규모가 1년 반 만에 20% 이상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일본계 은행들의 동남아 무역금융시장 점유율은 2011년 13%에서 지난해는 50%대로 급상승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일본 은행들이 아시아 지역 무역금융을 휩쓸고 있어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 국가에 진출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1000대 은행 중 국내 은행 9개뿐

중국·일본 은행들은 해외시장에서 펄펄 날고 있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대출 등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에 여전히 매달려 있고 해외 진출이나 M&A(인수·합병)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명박 정부 초기에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안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흐지부지됐다.

지난해 기준 세계 1000대 은행에 포함된 아시아지역 은행은 343개다. 이 가운데 중국이 104개, 일본이 100개를 차지하고 있고, 인도(32개), 대만(28개), 말레이시아(13개) 등도 두 자릿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9개로 태국(9개), 베트남(8개), 필리핀(7개)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업의 수준을 세계 1000대 은행에 몇 개가 포함됐느냐만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부끄러운 숫자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저금리·저성장으로 수익이 급감하고, 경기 침체로 대기업 부실 대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은행들도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열매를 맺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현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교민 상대 환전 영업 등에 그치기 일쑤다. 국내 은행들의 수익에서 해외 지점과 영업소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5%대에 머물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는 한·중·일 삼국이 엇비슷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서는 중국, 일본과 상대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비에 길잃은 세계 금융개혁

한겨레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6면의 TOP기사입니다.16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6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3-07-02 20:55 기사원문
 

[한겨레] 월가 후원금·소송 무기 개혁법 교란

미 파생금융상품 규제 대상 축소

EU 과도한 보너스 제한 방안 유보

단기부동자금 규제도 지지부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융개혁이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7월21일 백악관에서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법)에 서명한 뒤 이렇게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던 미국 서민들은 반색했고, 언론들도 “홀딱 반할 만하다”며 오바마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오바마의 장담은 3년이 지난 지금 빈말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월가의 강력한 로비에 막혀 금융개혁법이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최근 재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융개혁법 적용 대상에서 스왑 상품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스왑은 금융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파생금융상품이다. 금융개혁법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강력한 규제인데도 월가의 집요한 로비로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비영리 단체인 맵라이트에 따르면, 월가의 로비가 이뤄진 기간에 친 월가 성향의 의원들에게 쏟아진 금융업계의 후원금은 다른 의원들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월가는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뿐만 아니라, 각종 소송 제기로 금융개혁법의 시행을 막고 있다. 월가는 최근 금융개혁법의 의결권 대리 행사 규정에 대해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며 무효 소송을 냈다. 미 금융당국이 비용-편익 분석에만 2만1000시간을 쏟아 붓는 등 철저한 사전 검토 작업을 거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소송은 억지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월가가 미 연방대법관 안토닌 스칼리아의 아들을 변호사로 선임한 탓인지 법원은 심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월가의 로비스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드-프랭크법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며 “의회와 오바마 행정부의 상당수 인사들이 월가를 돕는 데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부터 대형 투자은행 최고경영자(CEO)의 보너스를 ‘본봉의 100%’로 제한하고, 이 가운데 절반은 펀드의 실적과 연계해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과도한 인센티브가 은행의 위험한 투자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규정에 대한 유럽의회의 표결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표결이 무기 연기됐다. “사전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금융업계의 로비가 먹힌 탓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전 검토 작업은 전적으로 금융업계가 제공한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므로 ‘물타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은 올해 초부터 투기자본의 단기 부동자금 유입에 따른 폐해를 막으려고 금융거래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피델리티, 도이치방크 등 대형 은행들이 유럽연합을 상대로 한 로비 자금으로 15만~190만유로를 썼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활동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로비자금으로 쓰였으리라 추정된다.

한편, 유럽연합은 1일 제이피모건 등 13개 대형 투자은행들이 25조달러에 이르는 신용파생상품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공모한 사실이 드러나 벌금을 매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금융개혁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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