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일자리 클리닉]한전 인력채용팀 紙上첨삭
B7면
| 기사입력 2013-07-03 03:05
누구나 할 수 있는 선언적 포부 나열하면 식상
[동아일보]
“자기소개서는 채용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면접 내용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입니다.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할 수 있는 사례가 필요합니다.”
한국전력공사 인사처 인력채용팀이 전한 자기소개서 작성의 팁이다. 자기소개서를 단지 ‘서류 전형용’ 자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면접장에서 지원자에게 던져질 질문의 방향은 자기소개서에 쓴 사례들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군대, 동아리, 어학연수, 학점 올리기, 조별 발표 등은 단골 소재다. 그만큼 식상하다.
이번에 한전 자기소개서를 가상으로 작성해 본 사람은 경기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A 씨와 숭실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B 씨. 첨삭에 나선 인력채용팀은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은 포부나 단순한 에피소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제한된 분량 안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신문 기사처럼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체도 주문했다.
○ 역량을 보여줄 적절한 사례를 선정하라
한전 자기소개서의 1번 문항은 ‘인생의 큰 목표를 세운 경험, 실현하기 위한 행동과 결과’ 소개다. 지원자의 도전정신을 파악하기 위한 것.
A 씨는 군 복무 시절 “사단장 지시로 4년 동안 폐건물로 방치돼 있던 유격장 부식물 저장고 이축 공사를 맡게 되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한전 인사처 인력채용팀은 “군대에서 상사의 지시로 수행한 것이므로 성취지향성을 파악하기에는 부적절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보다는 자발적인 동기로 목표를 잡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한 사례가 낫다는 것.
B 씨는 “G20(주요 20개국) 모의 정상회담에 참가했고 4박 5일 동안 영어로만 진행되는 회의에 내내 주눅이 들었다”는 일화로 시작했다. 이후 외국인 친구와 스카이프로 회화 실력을 키우는 등 영어 공부 과정을 죽 적었다. 인력채용팀은 “글로벌 인재를 향한 노력으로 보기에는 다소 단편적이라 공부 이외의 다양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 평가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라
2번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로 인해 계획했던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끝까지 수행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던 경험’을 물었다. 열정을 엿보기 위한 문항이다.
A 씨는 대학 시절 풍물동아리 회장을 맡았던 사례를 들었다. “처음에는 고작 10명 안팎이었지만 체육대회를 개최해 단합심을 높였고 이를 계기로 인원을 3배 이상으로 늘렸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는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적었다. 인력채용팀은 “장애 극복 노력을 묻는 평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B 씨는 고교 1기 졸업생으로 동문회를 조직한 경험을 소개했다. “8개월의 준비 기간을 가졌고, 동문회가 필요한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 결국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성공적으로 발족하여 초대 동문회장으로 선출됐다”고 적었다. 인력채용팀 관계자는 “학연, 지연을 바탕으로 하는 모임은 자기소개서 소재로 대체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 누구나 할 수 있는 포부는 삼가야
‘한전에 지원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을 묻는 3번에서 A 씨는 공병장교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리더십, 추진력을 조직에 적용해 어디에서나 ‘○○○라면 믿을 만하다’라고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인력채용팀은 “단순 선언의 성격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준비한 점을 한전의 어떤 사업 분야에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식의 작성이 낫다는 것이다.
마지막 문항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일을 처리한 경험’ 소개. 인턴십을 하며 기성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하는 업무를 개선한 사례를 우수 사례로 설명했다.
인력채용팀 관계자는 “각 문항을 통해 평가하려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에 각 회사의 인재상을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한전의 인재상은 ‘통섭형 인재’, ‘기업가형 인재’, ‘가치창조형 인재’, ‘도전적 인재’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일자리클리닉’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직접 참여해 자기소개서를 첨삭 지도하고 입사지원 팁,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청년 구직자들은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www.yd-donga.com)에서 자기소개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후 제출하면 됩니다. 다음 클리닉 대상 기업은 한국생산성본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