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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만에 첫 악역 도전 정우성 “하찮은 범죄자를 그리고 싶었다”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3
조회수
4,356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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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만에 첫 악역 도전 정우성 “하찮은 범죄자를 그리고 싶었다”

경향신문신문에 게재되었으며 22면의 TOP기사입니다.22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22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3-07-02 21:36 | 최종수정 2013-07-02 23:04 기사원문
 

ㆍ영화 ‘감시자들’서 데뷔 20년 만에 첫 악역

배우 정우성(40)이 <감시자들>에서 맡은 ‘제임스’는 명명백백한 ‘악한’이다. 경찰 감시반의 추적을 교묘하게 따돌리면서 범죄를 구상하고, 조직원들을 단속한다. 정체가 드러날 위험에 노출되면 바로 제거하고, 실수를 한 조직원도 철저하게 응징한다. 이 같은 악행을 만년필, 테이프 같은 일상적 도구로 저지르는 점은 더 큰 두려움을 준다. 제임스는 어떤 이유로 범죄자가 됐는지 설명하지 않고 영화 내내 내달린다. 이런 악한을 충무로의 대표적인 미남 스타, 정우성이 맡았다는 점이 더 큰 재미다.

- 데뷔 20년 만에 첫 악역 연기다.

“악역보다는 존재감에 끌렸다. 많이 나오지 않지만 존재감을 발휘한다. 다만 하찮게 그리고 싶었다. 제작진에게도 ‘정우성이 한다고 특별하게 만들어주지 말라’고 부탁했다. 마지막 등장도 더 안 좋은 꼬락서니로 가고 싶었다. 범죄자일 뿐이니까(웃음).”

“말보다 행동이 앞선 20대

연기를 아는 척했던 30대

40대가 된 지금,

나이를 ‘먹히는 것’보다

이젠 스스로 먹고 싶다”


- <검우강호>나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과는 다른 액션이라 연습이 필요했을 것 같다.

“이런저런 작품으로 액션에 필요한 주먹질은 이미 연습이 돼 있다. 이번엔 여럿이 함께하는 ‘합’이 중요했다. 상대가 어떻게 힘을 쓰느냐를 보면서 힘의 균형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운동보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더라.”

- 영화 속 그룹 2PM의 준호씨와 맞대면이 인상적이었다.

“준호는 (가수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에서 공연하고 지친 몸으로 촬영장에 오는데, 몇 시간씩 기다리다 날씨 때문에 못 찍고 간 적도 있다. 국제적으로 바쁜 가수인데 영화 한다고 힘든 기억만 가지게 될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아주 바른 자세로 ‘선배님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니 예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촬영장에선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현장은 내 것’이라는 마음과, 나도 너도 그도 주인공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주어진 배역이 끝이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생각 말이다.”

- 언제부터 주인의식을 갖게 됐나.

“처음부터. 영화 현장에 처음 딱 왔을 때 ‘이 집이 내 집이네’ 싶었다(웃음). 너무 행복해서 그것이 내 것이었으면 했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나 관심도 생겼다.”

- 첫 촬영 현장은 어땠나.

“나를 굉장히 무서워했다. 첫 작품인 <구미호>에서 독고영재 선배님이 저승사자 역을 했는데 나와 몸으로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몸도 풀리지 않아 나무토막 같은, 혈기만 왕성한 신인이 앞뒤 재지 않고 덤비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나. 믿음을 주고 싶어서 ‘저 잘합니다!’를 외치며, 코앞만 살짝 스치면 되는 액션을 하다 진짜 코를 쳤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얼굴을 막 쓰다듬어드리기도 했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던 스무 살의 정우성은 말보다 행동이 앞섰다. 신인 배우의 연기를 의심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일단 몸을 던졌다.

 

“서울극장인가, 피카디리인가. 가파른 계단이 있는 극장에서 구르는 장면이 있었다. (김성수) 감독님이 ‘구를 수 있겠냐’고 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렇게요’라면서 뒤로 막 굴렀다. 우당탕탕탕…. 그땐 몸이 아픈지도 몰랐다.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촬영 현장은 설레고 좋다.”

- 초심을 오래 유지하는 원동력은.

“작품을 통해서 자아를 실현하니까. 현장에 나와야 자아를 실현할 수 있으니 촬영이 즐겁고 편하다. 20년을 했지만 뒤돌아보면 왜 더 열심히 많이 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 이제 조금 알았으니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많이 하고 싶다.”

- 이제 조금 알았다는 의미는.

“연기를 좀 알겠다. 20대 때는 내가 눈감고 있는지 모르고 다 보인다고 덤빈 거 같고, 30대 때는 아는 척만 했다. 40이 되니까 뭔가 좀 깨닫게 된다. 갓 40이 된, ‘아기 40대’니까 앞으로 더 많은 걸 알 수 있지 않겠나. 지금까진 (타의적으로) 나이를 먹었지만, 이젠 스스로 먹고 싶다.”

- 뮤직비디오, 단편영화 등을 직접 연출했는데, 앞으로 연출 계획은.

“영화를 오랫동안 못했으니 출연 먼저 하고, 천천히 연출작도 준비하겠다. 액션멜로 장르의 시나리오를 하나 써놓았다. 액션이 주가 되지만 사랑을 소재로 한다. 내가 액션도 멜로도 잘하니까 액션멜로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민하는데, 고민을 해결해줄 ‘짬짜면’인 셈이다.”

- 현실에서 멜로는.

“연기 욕구가 더 커서 현재로선 일에 대한 계획만 많다. 사랑이란 게 상대가 나타나야지,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주변에 여자가 많을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오히려 다가오는 사람도 없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도 있지 않나(웃음).”

- 공부 계획은 없는지.

“감독을 하다보면 현장에서 공부하고 구현해내는 게 분명히 생긴다. 학창시절이 짧다보니 책보다 현장에서 습득한 나만의 이론이 있다. 이론을 책으로 공부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새로운 스토리를 구상하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그리는 시간이 내겐 더 필요하다.”

<글 박은경·사진 홍도은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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