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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아웃] “박인비, 상품성 없다?”… 해외매체, 외모 두고 토론 ‘논란’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3
조회수
4,960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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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아웃] “박인비, 상품성 없다?”… 해외매체, 외모 두고 토론 ‘논란’

국민일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22면의 1단기사입니다.22면1단| 기사입력 2013-07-02 17:53 | 최종수정 2013-07-03 01:22 기사원문
 

시계를 돌려 2012년 8월 6일 런던올림픽 당시로 돌아가 보자. 여자 역도의 장미란(30)이 오른손에 입술을 대 바벨에 키스를 하고, 무릎을 꿇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슴이 뭉클했을 것이다. 지난 1일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제68회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라 두 팔을 치켜들며 활짝 웃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가슴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자기 일에 열정을 다한 둘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일부 해외 골프 매체 기자들이 박인비의 ‘외모’를 두고 토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골프닷컴’은 1일 ‘박인비가 메이저대회 3연승을 했지만 미국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며 ‘뭐가 문제인가’를 주제로 기자들에게 이메일 토론을 벌이게 했다. 그 결과 토론에 참여한 기자의 절반 이상이 박인비의 ‘상품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뱀버거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수석기자는 “미디어를 탓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회적인 현상”이라며 “만약 박인비가 나탈리 걸비스나 하다못해 낸시 로페즈 같은 외모를 지녔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이 기자는 박인비가 아니라 백인 미녀 골퍼 폴라 크리머(27·미국) 같은 선수가 메이저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같은 일부 미국기자들의 희망은 글로벌 투어를 꿈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지향성과는 전혀 상반된다. LPGA는 최근들어 미국을 벗어나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류 언론의 논조도 상품성 논란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몬테 버크 칼럼니스트는 “골프닷컴이 박인비 상품성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박인비가 상승세를 이어가 계속 우승한다면, 특히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면 상품성 논란은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고 외모 논란을 일축했다.

왜 여성 선수들의 외모만 보려 하는가? 외모 뒤엔 가족의 사랑과 헌신, 남몰래 흘린 눈물 그리고 우승과 좌절이라는 가슴 찡한 ‘드라마’가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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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소렌스탐도 못 세운 대기록… '살아있는 전설'로

세계일보| 기사입력 2013-07-01 20:52 기사원문
아널드 파머·잭 니클라우스

1타차 준우승 그쳐 무산돼



박인비가 세계 골프계 살아있는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말 그대로 생애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엄청난 사건이다. 로또다. 그런데 박인비는 올 시즌 열린 3개 메이저 대회를 독식했다.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은 무려 63년 만이다. 박인비가 두 번째다. 박인비가 세계 여자 골프를 사실상 평정한 셈이다.

남자 골프까지 영역을 넓히면 1953년 벤 호건(미국)이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을 내리 제패한 기록이 있다. 벤 호건부터 따져도 무려 60년 만에 박인비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 60년 사이에 아널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골프의 전설’들이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파머는 1960년에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브리티시오픈에서 한 타 차 2위에 머물러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이 무산됐다. 또 니클라우스는 1972년에 마스터스, US오픈을 차례로 제패한 뒤 브리티시오픈까지 노렸지만 리 트레비노에게 역시 1타 뒤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는 메이저 4연승 기록이 있다. 2000년 US오픈부터 2001년 마스터스까지 메이저대회를 휩쓸어 ‘타이거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천하의 우즈’도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은 이뤄내지 못했다. 이 기록에 우즈가 가장 근접했을 때는 2002년이었다. 그러나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28위에 머물렀다.

여자골프에서는 팻 브래들리(미국)가 1986년에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 챔피언십을 휩쓸고 US여자오픈에 나섰지만 1라운드에서 76타를 치는 부진 끝에 공동 5위에 머물렀다. 브래들리는 그해 듀모리에 클래식에서 우승해 한 해 메이저 3승을 달성했다. 여자골프에서 한 해에 메이저 3승을 기록한 최근 사례가 바로 박인비 이전에 브래들리였다. 소렌스탐은 2005년 US여자오픈에서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에 도전했지만 공동 23위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개막 후 3연승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역시 ‘캘린더 그랜드 슬램’ 가능성 때문이다. 이제 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은 올해 남은 두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박인비가 승수를 보탤 수 있느냐에 쏠리게 됐다. 여자골프에 메이저 대회는 지난해까지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4개였지만 올해부터 에비앙 마스터스가 추가됐다. 박인비는 이 가운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만 우승을 못했다.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는 메이저 대회로 승격하기 전인 지난해 정상에 올랐다.
 

상식 깬 파격적 스윙으로 일냈다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13-07-01 20:53

엉성한 듯 하지만 방향성 좋아

집중력·평정심 유지도 ‘한 몫’
박인비(25·KB금융그룹)를 살아있는 신화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으로 골프 상식을 뒤집는 파격적인 스윙 폼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꼽힌다.

박인비는 느린 백스윙으로 아이언을 수직으로 세웠다가 코킹(손목꺾기)을 거의 하지 않고 가볍게 휘두른다. 풀 스윙도 보통 골퍼의 4분의 3 정도에 불과하다. 백스윙은 가다 마는 듯한다. 임팩트 순간까지 공을 봐야 한다는 정석과 달리 다운스윙과 함께 시선은 바로 타깃을 바라본다. 그래서 박인비의 스윙은 역동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다는 평을 받는다. 교과서에 나오는 전통적인 스윙과도 거리가 멀다. 어느 땐 프로답지 않고 엉성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박인비의 스윙은 상당한 비거리와 방향성이 보장된다. 실수도 거의 없다. 박인비가 일정한 리듬과 템포를 지닌 독특한 자기만의 스윙법을 터득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킹을 하지 않으면 손목을 덜 쓰게 돼 샷의 방향이 일정해진다고 설명한다. 머리가 일찍 타깃을 향하면서 체중 이동이 자연스러워져 비거리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이언샷 기록에서도 이런 특성이 잘 나타난다. 박인비의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55위(72%)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린 적중률(GIR)은 17위(72%)다. 여기에 정교한 ‘컴퓨터 퍼팅’이 더해진다. 박인비의 평균 퍼트 수는 2위(라운드 당 28.43개), 파 온했을 때 평균 퍼트 수는 1위(1.702)에 올라 있다.

박인비만의 스윙폼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 교정의 결과란 얘기다. 박인비는 ‘컴퓨터 퍼팅’ 능력을 지녔지만 샷이 늘 문제였다. 박인비는 지난해 약혼자인 남기협(32) 스윙 코치와 지금의 독특한 스윙법을 익혔다고 한다.

여기에 박인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평정심 유지법까지 터득했다. 동반 플레이어를 의식하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은 퍼팅 성공률을 높인다. 마인트 컨트롤 또한 고수의 반열에 올랐지만 지금도 경기 전 스포츠심리 전문가에게 멘털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벌써 5년째다.

자신감도 박인비의 승부사 기질을 키우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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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팬들은 벌써 한달뒤 영국을 기다린다

한겨레| 기사입력 2013-07-01 19:55 | 최종수정 2013-07-01 20:56 기사원문
 

[한겨레] 박인비, LPGA 메이저 3연승

내달 브리티시오픈 재패땐

시즌 4개 메이저대회 우승

사상 첫 ‘캘린더 그랜드슬램’

“이런 기회 자체가 큰 영광”

‘올해의 선수’는 사실상 확정


“유에스(US)여자오픈은 코스가 굉장히 어렵고 한번도 우승하기도 너무 힘든 대회인데, 두번씩이나 우승해 너무 기쁘다. 베이브 자하리어스와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이다.”

1일(한국시각) 2013 유에스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박인비(25·KB금융그룹). 자하리어스 이후 63년 만에 3회 연속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을 세운 그는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주변에서 ‘캘린더 그랜드슬램’ 기회가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많이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고, 그런 위치에서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이날 생중계를 맡은 <엔비시 티브이>(NBC TV) 아나운서가 올 시즌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오, 이제 제발 그랜드슬램은 그만 얘기하세요”라고 회피했다. 캘린더 그랜드슬램이란 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 우승을 석권하는 것을 말한다. 커리어(생애) 그랜드슬램 달성을 뛰어넘는 위대한 기록이다. 통산 25회 우승을 달성한 박세리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 위업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골프팬들의 최대 관심은 박인비가 8월1~4일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지 여부다. 여기서 우승하면 덤으로 역대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동시에 달성한다.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는 신지애한테 뒤져 우승을 놓쳤지만 2위를 차지했다. 유에스여자오픈에서 우승한 2008년 컷을 통과하지 못했으나, 이후 2009년 24위, 2010년 공동 9위, 2011년 공동 7위 등 갈수록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기대를 부풀린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은 변덕스런 날씨 등 변수가 많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박인비는 이번 유에스여자오픈까지 최근 3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절정의 샷감각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은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5년 만일 정도로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다.

박인비는 이번 유에스여자오픈 우승 원동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샷, 퍼팅, 어프로치 등 전체적인 게임 면에서 크게 나무랄 게 없었다, 마음 상태도 안정적이었다.” 그는 이어 “어젯밤에 약간 긴장했다. (4라운드) 경기 초반에도 약간 긴장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편안했다. 지지난주와 지난주에 연거푸 우승했던 경험이 오늘 경기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박인비는 실제 멘털이나 샷 등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다. 앞으로 남은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는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등 2개의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모두 13개 대회다. 미키 라이트가 1963년 기록한 한 시즌 최다승(13승) 기록을 넘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쩡야니(2011년), 로레나 오초아(2008년), 카리 웹(2000년)이 달성한 시즌 7승 기록 깨기는 시간문제다. 최근 같은 상승세라면 2000년대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의 시즌 11승(2002년) 기록 경신에 도전할 만도 하다. 쩡야니 등 경쟁자들이 올해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상금왕과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 등 2관왕에 오른 박인비의 올해 목표는 ‘올해의 선수’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까지 목전에 와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3년간의 슬럼프… 박인비를 잡아준 건 사랑이었다

조선일보| 기사입력 2013-07-02 03:03 기사원문
 

[박인비를 만든 사람들]

-코치이자 약혼자 남기협씨

2011년 약혼 후 스윙 코치로 불안하던 드라이버샷 잡아줘… 朴 '오빠만 보면 마음 안정돼"

-자신감 심어준 백종석 코치

2008년 US女오픈 우승 때 지도… 부진 빠졌을 땐 日진출 권유, 재기할 수 있는 발판 마련해줘

-멘털 트레이너 조수경 박사

5년 전 만나 매주 전화 상담 '행복한 골퍼'라는 목표 심어줘


1일 박인비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갤러리 사이에 있던 아버지 박건규(52)씨와 어머니 김성자(50)씨는 포옹하며 눈물을 쏟았다. 현지 중계방송 화면은 경기 내내 이들 부부의 표정을 화면에 담았다. 밤에 전화 연결이 된 어머니 김씨는 쉰 목소리로 '딸이 대견하고 고마워서 눈물을 흘렸다"며 '지난 5년간 열심히 도와준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인비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2008년 US여자오픈은 박인비에게 너무 이르게 찾아온 우승이었다. 박인비의 당시 스윙 코치는 백종석(52) 프로다. 198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 주니어 캠프와 미국에서 골프 대학을 운영하는 백 프로는 박인비가 고3이던 2005년 처음 만났다.

박인비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플로리다에서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스쿨 그리고 3년 뒤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부치 하먼 스쿨을 다니며 골프를 배웠다. 백 프로는 '처음 인비를 만났을 때 수줍음을 많이 타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박인비에게는 여러 가지 후유증이 나타났다. 19세에 가장 어렵다는 US여자오픈을 우승한 천재 골퍼로 매스컴의 조명을 받자 박인비는 오히려 자신이 '능력이 부족한데 운으로 우승한 것 아닐까' 하는 자격지심을 갖는 것 같았다고 한다. 특히 스윙 연속 사진 촬영처럼 자신의 스윙에 관심을 갖는 것을 극히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백 프로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박인비가 미국에 처음 건너와 영어에 자신이 없던 시절 '우승하면 영어 연설을 하는 게 부담스러워 일부러 퍼트를 실수하곤 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했다. 백 프로는 '스윙에 자신이 없어지면서 점점 공을 오른발 쪽으로 놓으면서 스윙 궤도가 가파르게 변했다'고 했다. 그러자 왼쪽으로 당겨치거나 오른쪽으로 크게 밀리는 샷이 늘었다고 한다. 연습장에서 스윙을 교정해도 실전에 나가면 나쁜 습관이 금세 돌아왔다.

2009년 중반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되자 백 프로는 박인비 가족에게 일본 진출을 제안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 투어에서 생활하면서 가족도 자주 만나고,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자는 취지였다. 2010년 박인비는 일본 투어에서 2승을 올리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 스윙 코치를 맡고 있는 약혼자 남기협(32)씨도 백종석씨가 LA에서 운영하던 골프 아카데미에서 박인비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남기협씨가 전지훈련을 오면서 박인비와 처음 만났다. 박인비는 '말수는 적어도 자상해서 믿고 따르는 오빠 동생 사이가 됐다'고 했다. 남기협씨는 2008년 KPGA선수권에서 8위에 올랐다 은퇴했다. 드라이버샷을 300야드 넘게 때리는 장타자인 그는 이론에 해박했다. 2006년 2부 투어에 진출하면서 가끔 만나다 2007년 경주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박인비의 부탁으로 남기협씨가 캐디 백을 메면서 연인 사이가 됐다. 2011년 남기협씨와 약혼하며 투어 생활을 같이하고 있는 박인비는 '외롭게 투어 생활을 하다 완전히 내 편이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며 '드라이버샷의 궤도를 잡아준 것 이상으로 오빠만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고 했다.

2008년 11월 박인비에게는 멘털 트레이너가 생겼다. 박태환·손연재·양학선 등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들의 심리 상담을 맡고 있는 심리학 박사 조수경(43·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장)씨다.

조 박사는 '인비를 처음 만났을 때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고 했다. 조 박사는 '각종 심리 측정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네가 이런 상황인데 나와 함께 노력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목표는 '행복한 골퍼가 되는 것'으로 잡았다. 골프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도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박인비에게 했다. 매주 한 가지씩 '하루에 긍정적인 것 하나를 떠올리자' '어깨 턴을 확실하게 해보자" 등의 화두를 던졌다. 이번 US여자오픈에서는 '밖에서 메이저 3연승이다 뭐다 해도 나는 눈앞의 한 샷에만 집중해 자신 있게한다'였다. 조 박사는 '처음엔 매일 국제 전화를 했고, 지금도 5년째 매주 상담을 하는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고 했다. 조 박사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며 '앞으로도 행복한 골퍼가 되겠다는 초심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민학수 기자]
 

김인경 2위·유소연 3위… 한국, US여자오픈 휩쓸어

조선일보| 기사입력 2013-07-02 03:03 기사원문
김인경(왼쪽 위)과 유소연.
거친 바람·까다로운 그린에도 '코리안 트리오'만 언더파 기록

1998년 박세리 우승 이후 한국 선수 7번째 정상 올라


올해도 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달러)은 한국 선수들의 잔치가 됐다. 박인비(25)의 우승은 물론 김인경(25)과 유소연(23)도 각각 2, 3위에 올라 한국 선수가 '금·은·동메달'을 휩쓸었다.

1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세보낵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박인비와 김인경이 챔피언조에서 맞붙었다. 4타 앞선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이날 버디 2개, 보기 4개로 2타를 잃어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했다. 김인경도 버디 1개, 보기 3개로 똑같이 2타를 잃어 준우승(4언더파)했다. 유소연은 버디 3개, 보기 3개를 기록해 3위(1언더파)에 올랐다.

출전 선수 156명 중 최종 합계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이 세 명뿐이었다. 바람이 강하고 핀 위치가 어려워 타수를 줄이기 힘들다고 대부분의 선수가 울상을 지었지만 '코리안 트리오'는 더 강세를 나타냈다.

63년 만의 대기록 사냥에 나선 박인비는 마지막 날 퍼트가 약간 흔들렸다. 1라운드 25개, 2·3라운드 각각 28개에서 4라운드 33개로 늘어났다. 박인비가 6번(파4)·7번홀(파3)에서 연속 보기를 기록했지만 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김인경도 4번홀(파4)과 6번·7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9번(파4)홀에서 두 번째 샷을 1.5m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고 10번홀(파4)에서도 3.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김인경은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파 행진을 이어가 박인비와 6타 차로 벌어졌다.

박인비는 14번(파4)·15번홀(파5)에서도 다시 연속 보기를 기록했다. 그래도 우승을 차지하기엔 타수 차가 넉넉했다. 박인비는 '오늘은 기록이나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인경이보다 잘 치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내가 퍼트를 조금만 더 잘했다면 인비를 더 압박할 수 있었을 텐데 인비가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 됐다'고 했다.

이로써 US여자오픈에서는 1998년 박세리(36)를 시작으로 한국 선수가 7번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번번이 트로피를 가져가자 미국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 선수들끼리 우승을 축하하는 것이 왜 전통이 됐나'라는 질문을 받자 유소연은 '언어도, 문화도 다른 해외에서 투어 생활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돕고 좋은 정보를 가르쳐준다"며 '특히 인비는 작년에 내가 LPGA 투어에 처음 왔을 때 집 렌트도 도와주고 공항에서 환승하는 방법도 알려줬다'고 답했다.

'미국 선수들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도 많았다. 폴라 크리머는 '미국 주니어 선수들이 요즘 잘하고 있으니 곧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안젤라 스탠퍼드는 '그런 질문을 너무 자주 받아 화가 난다'며 '우리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브리타니 린시컴은 '내가 한국 투어에서 뛰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익힌다는 것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며 '인비와 한국 선수들은 낯선 환경에서 정말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브리타니 랭은 '미국 선수들이 다 같이 한국으로 가서 인비와 함께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최수현 기자]

 

[박인비 63년만의 대기록] '역사적 순간 평생 추억될 것…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어'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13-07-02 03:01

박인비 전화 인터뷰… '역전당할까 불안해 전날 잠도 잘 못자'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전날 너무 긴장이 돼서 잠이 잘 오지 않았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코스에 나가니 다시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대기록에는 신경 쓰지 않고 눈앞의 샷에만 집중하려고 애썼다"고도 했다. 박인비는 현지 시각으로 1일 오전 8시 NBC TV 아침 프로에 출연하기 위해 밤늦게 방송사에서 준비한 차를 타고 뉴욕으로 이동했다. NBC에서 대회 직후 여자 골퍼를 초청해 인터뷰한 것은 박인비가 처음이라고 한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어떻게 긴장을 풀었나.

'보통 라운드 전에는 저녁 9시 전에 자는데 어제는 불안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패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엄마, 아빠하고 밤 11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농담을 잘하시는 엄마가 '지금까지 한 것만 해도 대견하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았으면 너 같은 딸을 두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웃었다. 늘 긍정적인 아빠는 '인비야 넌 무조건 우승할 거야. 아무 걱정 할 필요 없다'고 하셨다.'

―마지막 라운드 전에 스윙 코치 남기협(약혼자)씨가 어떤 얘기를 했나.

'오빠가 평소처럼만 하자고 하더라. 약혼자이기 이전에 스윙 코치이고 친구다.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기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동갑내기 김인경 선수와 플레이했는데.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 경기 중에는 원래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인경이도 마찬가지 스타일이다.'

―초반 6·7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했다.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US여자오픈 코스는 보기를 하기 쉽게 만들어진 코스다. 남은 홀이 많아 집중하려고 했다. 내가 보기를 했을 때 (함께 라운드한) 김인경 선수도 보기를 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후반 14·15번홀에서도 연속 보기를 했는데.

'6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길래 안심하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실수를 했다.'

―오늘 퍼트 수가 33개로 나흘 중 가장 많았다.

'홀을 스치고 나간 퍼팅이 몇 개 있어서 아쉽다. 마지막에는 타수에 여유가 있어 스리 퍼트를 피하려고 다음 퍼트를 하기 좋은 곳으로 보내려 했다.'

―오늘 대기록을 세웠다.

'역사적 순간에 설 수 있었다는 건 평생 추억이 될 것 같다.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면 메이저 4연속 우승이다.

'그 생각을 지금부터 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브리티시오픈에서도 골프를 즐기고 싶다.'

―앞으로 목표는.

'올 시즌엔 올해의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2016년 올림픽에 나가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다.'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것은?

'푹 자고 싶다.'
 


 

[박인비 63년만의 대기록] 우즈·파머·소렌스탐도 못이룬 위업, 그녀가 해냈다

조선일보| 기사입력 2013-07-02 03:01 기사원문


 

박인비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 대기록…

브리티시오픈 우승 땐 여자골프 사상 첫 '시즌 그랜드슬램'

美언론 '조용한 그녀가 새 역사 향해 걸어가고 있다'

소렌스탐도 '인비, 계속 성장 가능성… 그게 참 무서워"

올 시즌 6승으로 한국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도 경신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5)가 세 번째 샷을 한 뒤 환호하는 팬을 향해 한 손을 수줍게 들어 올리며 18번홀(파5) 그린을 향해 걸어가자 TV 해설가는 '조용한 그녀가 새로운 역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1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세보낵 골프장(파72·6821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68회 US여자오픈에서 박인비는 '시즌 개막 후 메이저 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이뤄진 기록이다. 마지막 홀에서 파를 기록한 박인비는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하며 김인경(4언더파)을 4타 차로 이기고 우승했다. 3위도 역시 한국의 유소연(1언더파)이었다.

평소 여자 골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미국 언론들도 박인비가 골프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자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차분하면서도 승부에 강한 그녀가 역사적 위업을 향해 걸어나가는 모습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는 박인비의 사진과 함께 '그녀만의 리그'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ESPN은 '박인비가 자하리아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여자 골프가 현재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은 근대 골프에서는 처음으로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자하리아스가 이 기록을 세웠을 때는 한 시즌에 메이저 대회가 3개만 열렸다. 메이저 대회가 4개 이상으로 늘어난 이후 여자 골프에서 메이저 3연승을 한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CBS스포츠는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안니카 소렌스탐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박인비가 해냈다"고 썼다. 남자 골프에서는 보비 존스가 1930년 당시 4대 메이저 대회(US오픈, US아마추어선수권, 브리티시 오픈, 브리티시 아마추어선수권)를 한 시즌에 모두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유일하게 달성했다. 벤 호건은 1953년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 오픈을 내리 우승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60년간 우즈와 니클라우스, 파머, 소렌스탐 등 남녀 골프의 전설들이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연승에 실패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올해부터 에비앙 마스터스를 포함해 5개 메이저 대회 시스템으로 바꿨다. 박인비가 다음 달 1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할 경우 여자 골프 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4개의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게 된다. 미국 언론들은 5개 메이저 대회 가운데 4개 대회를 우승할 경우, 이를 그랜드슬램으로 불러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USA투데이는 '우선 용어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랜드슬램으로 할 건지, V슬램으로 할 건지, 펜타 슬램으로 할 건지 정해야 한다'며 '박인비의 모국어인 한국어를 따른다면 '다섯(Da-seot) 슬램'으로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는 타이거 우즈가 2000년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부터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4연속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놓고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던 것과 흡사하다. 당시 미국 언론은 우즈의 이름을 딴 '타이거 슬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LPGA투어는 한해 5개의 메이저 대회 중 4개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NBC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올 시즌 그랜드슬램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박인비는 '오, 이제 그랜드슬램에 대해서는 그만 이야기하세요' 하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박인비는 '즐거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겠다"며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면 나는 올 시즌 그랜드슬램을 이뤘다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6승째를 올린 박인비는 박세리가 갖고 있던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5승)과 시즌 최다 메이저 우승 기록(2승)도 경신했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세리 키즈' 박인비가 한국 여자 골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박인비는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5년 만에 3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도 세웠다. 단일 시즌 최다 연속 우승 기록은 1978년 5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낸시 로페즈(미국)가 보유하고 있다.

이날 골프 채널 해설을 맡았던 '골프 여제' 소렌스탐(스웨덴)은 '박인비는 몇몇 부분에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게 참 무서운 점"이라고 격찬했다. 소렌스탐은 트위터에 '인비 정말 축하해. 너의 모든 샷을 지켜봤고 감동받았고 행복했어. 이 역사적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길 바란다"는 축하 글을 남겼다.

우승 트로피에 두 번째로 이름을 새기게 된 박인비는 '열아홉이던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는 그 의미를 잘 몰랐다"며 '자하리아스 같은 위대한 이름 옆에 내 이름이 새겨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학수 기자]

 

'전설' 자하리아스를 넘어 … 박인비, 새 전설이 되다

중앙일보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3면의 TOP기사입니다.3면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3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3-07-02 00:54 | 최종수정 2013-07-02 01:28 기사원문


 

63년 사이 3연승 대기록 같지만 경쟁 감안하면 직접 비교 어려워

'인비, 전체 선수들 실력 끌어올려' 침체된 LPGA 깨우는 역할

박인비(25·KB금융그룹)와 비교할 수 있는 현역 골퍼는 없다. 그는 잠들어 있는 전설, 베이브 자하리아스(1914~1956·미국)를 깨웠다. 박인비가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세보낵 골프장에서 끝난 68회 US여자오픈에서 합계 8언더파로 우승했다.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6월 웨그먼스 챔피언십에 이어 3개 메이저 대회를 연속 석권했다. 미국의 골프 칼럼니스트 존 스트레지는 '오늘 경기를 자하리아스가 봤다면 박인비의 명연주에 찬사를 보냈을 것”이라고 썼다.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은 1950년 자하리아스에 이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64년 역사상 두 번째 기록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고, 경쟁이 훨씬 치열해진 현대 골프에서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스트레지는 “클럽은 지휘봉이 아니고 골프는 교향악도 아니다. 하지만 퍼터를 든 박인비는 명작을 만들어내는 교향악단의 명지휘자였다”고 찬양했다.

 자하리아스는 근대 스포츠의 혁명가였다. 분야와 종목, 심지어 성별을 넘나드는 천재였다. 그는 1932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80m 허들·창던지기), 은메달 1개(높이뛰기)를 따냈다. 이뿐만 아니라 야구·농구·테니스·복싱·펜싱·사격 등에서 국가대표급 실력을 자랑했다. 1999년 AP통신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선수 100명'을 꼽았고, 자하리아스를 여자 선수로는 가장 높은 9위에 올렸다. 그가 드라이버를 잡으면 평균 250야드의 샷을 날렸다. 그는 1945년에는 세 차례 미국프로골프(PGA) 대회에서 컷을 통과, 남자들과 경쟁한 유일한 여자 선수였다. 대장암 수술을 받고도 우승 행진(통산 41승)을 이어갔다.

 박인비의 기록은 전설을 다시 일으켜 세울 만큼 놀랍다. 1950년 US여자오픈 참가 선수 기록은 남아 있지 않고, 공식 기록이 시작된 1953년 참가자는 37명이었다. 이번 대회엔 투어 멤버 92명에 미국 지역예선(1420명 출전)을 통과한 64명을 합쳐 156명이 겨뤘다.

 열 살 때 클럽을 쥔 박인비는 골프가 취미이자 일이고, 첫사랑이다. 어린 시절 배운 피아노조차 섬세한 퍼팅으로 연결한 골프 스페셜리스트다. 미국 NBC 방송의 골프해설가 로저 몰비는 “박인비가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을 LPGA 투어로 집중시켰다. 그 원동력은 초자연적 수준의 퍼팅이다”라고 평가했다. LPGA 정상급 선수인 폴라 크리머(27·미국)는 “박인비가 전체 선수들의 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LPGA는 그동안 한국 낭자군단과 청야니(24·대만) 등 아시아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이 때문에 PGA에 비해 골프팬과 언론의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박인비가 자하리아스의 63년 전 기록을 재현함으로써 LPGA는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8월 1일 영국에서 열리는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까지 우승한다면 박인비는 자하리아스를 넘어 새로운 LPGA의 전설이 될 것이다.

 

 

소렌스탐 “볼 때마다 발전… 무서워”

동아일보 | 기사입력 2013-07-02 03:19

■ 동료-외신 앞다퉈 칭찬

CBS “골프 전설들도 못해낸 일 해내”… “한국어로 다섯슬램이라 불러야할지도”

[동아일보]

“박인비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왜 저렇게 못 치나) 자괴감이 들 정도다.”

박인비(25·KB금융그룹·세계랭킹 1위)와 201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 1, 2라운드를 같은 조로 플레이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2위)의 회상이다. 2010년 이 대회 우승자 폴라 크리머(미국·14위)는 “박인비를 상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더 열심히 노력하자’고 마음을 다잡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고, 브리태니 린시컴(미국·35위)도 “박인비는 우리하고 다른 코스에서 공을 치는 선수 같다”고 치켜세웠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소렌스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인비는 볼 때마다 발전하는 선수라는 느낌을 준다”며 “앞으로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면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칭찬 일색이다. 미국 CBS스포츠는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같은 골프 전설들도 못해낸 일을 박인비가 해냈다”고 전했다. 우즈는 2000년 US오픈부터 2001년 마스터스까지 메이저 대회 4연승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두 시즌에 걸친 기록이었다.

USA투데이는 30일 “이제 그랜드 슬램 대신 퀸터플 슬램(The Quintuple Slam), V슬램(The V Slam), 펜타 슬램(The Penta Slam), 아니면 한국어로 ‘다섯 슬램’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모두 다섯(5)을 의미하는 용어로 에비앙 마스터스가 메이저 대회로 승격하면서 LPGA가 올해 처음으로 5개 메이저 대회로 치러지는 것을 감안해 박인비가 이를 모두 휩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황규인 기자 witness@donga.com


 

벌써 6승… ‘女帝 박인비’의 2013년은 마침표가 없다

동아일보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A24면의 TOP기사입니다.A24면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A24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3-07-02 03:19 기사원문


 

[동아일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열 살이던 1998년 US오픈에서 박세리(36·KDB금융그룹)의

‘연못 샷’을 보면서 골퍼의 꿈을 키웠다. 선천적으로 오른쪽 손목뼈가 짧아 팔목이 꺾이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드라이브 거리 대신 퍼팅 능력으로 이 단점을 극복했다. 탁월한 거리감각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이렇게 15년간

‘노력하는 세리키드’로 자란 박인비는 당시 박세리가 평정했던 LPGA를 자신의 천하로 만들었다. 박인비는 그리고 마침내 1일 올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우상’ 박세리가 2001년, 2002년 두 차례 기록했던 한 시즌 한국인 LPGA 최다승(5승)

기록마저 뛰어넘었다. 현재 추세라면 2002년 박세리도 이루지 못했던 ‘올해의 선수’ 수상도 유력하다. 박인비의 올 시즌 6승을

정리했다.    

    

▼ 올해 메인스폰서 맡은 KB금융 “고맙다 인비” ▼

용품 후원 던롭 “우승 때마다 매출 쑥”… 의류 지원 휠라, 유소연도 3위 겹경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이 열린 미국 뉴욕 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에는 경기 내 강풍이 불었다. 박인비는 홀과 홀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KB금융지주 로고가 박힌 노란 우산을 펼쳐 바람을 막았다. 바람이 너무 거세 우산을 펼치는 게 쉽지 않았지만 박인비는 우산을 펴고 또 폈다. 2010년 이후 처음 찾은 ‘메인 스폰서’를 배려한 행동이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부탁하지도 않은 행동 덕에 경기를 보는 동안 정말 흐뭇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의 계열사 국민은행은 보통 금융 상품보다 금리를 더 올려주는 ‘박인비 US여자오픈 우승 기념 특판 예·적금’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박인비의 한 시즌 메이저 대회 3연승 ‘비밀병기’ 3종 세트도 주말골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인비에게 골프용품을 후원하는 던롭스포츠코리아는 “박인비의 우승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그가 경기 때 쓰는 ‘뉴 스릭슨 Z-스타’ 골프공 판매량이 늘어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배 늘었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쓰는 ‘젝시오 포지드’ 아이언도 인기다. 상반기에만 올해 매출 목표보다 3배 이상 팔렸다. 던롭스포츠코리아 관계자는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박인비가 큰 몫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휠라코리아는 박인비에 이어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도 3위를 차지하며 ‘더블 대박’을 맞았다. 휠라코리아는 두 선수에게 경기와 훈련에 필요한 옷을 모두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보통 여름은 골프 의류 비수기지만 올해는 두 선수 덕에 10∼20%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돌부처 골프 스타일' … CEO들 경영 벤치마킹 모델로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13-07-02 00:38 | 최종수정 2013-07-02 01:39

인내하며 끝까지 집중하라

불황 극복, 박인비에게 배운다

28개월간 스폰서 없는 설움 이겨내

아웃도어 업체인 블랙야크의 강태선(64) 회장은 1일 미 프로골프투어(LPGA) 박인비(25) 선수의 US오픈 우승을 지켜보면서 '청계천 시절'이 떠올랐다. 그는 1973년 50만원을 들고 서울 청계로 단칸방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강 회장은 “이제껏 세상에 없던 상품을 만들겠다는 당시의 창업 의지와 '아무리 어려워도 우직하게 내 길을 가겠다'는 박 선수의 각오가 오버랩됐다”고 말했다. 중국·유럽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이 회사는 2020년 세계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세계 여자골프 역사를 새롭게 쓴 박인비 선수의 3연승은 기업인에게도 '울림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골프를 즐기든, 그러지 않든 '박인비식 돌부처 스타일'이 위기극복 경영과 일맥상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저성장 기조를 돌파하는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대회 기간 내내 그의 샷은 흔들림이 없더라. 반짝 우승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며 “이 같은 꾸준함을 기업인도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꼽은 박인비식 골프의 경영 키워드는 꾸준함과 위기관리·승부욕·집중력·긍정 마인드였다.

 28개월간 스폰서 없는 설움 이겨내

 화천기계 조규승(68) 사장은 박 선수의 경기를 기업 경영에 빗대서 분석했다. 요컨대 성공한 경영은 탄탄한 기본기와 위기관리·섬세함이 조화를 이루는데, 박 선수의 플레이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는 얘기다. 특히 그는 박 선수의 감정 기복이 없는 플레이를 높이 평가했다. 지난 1997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 사장은 “기업은 위기 때 표정관리가 중요한데 박 선수는 20대의 나이임에도 대회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더라”며 “나이를 떠나서 리더가 지녀야 할 자세”라고 조언했다.

 특히 박 선수는 올 5월 KB국민은행과 계약하기 전까지 28개월간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상품 가치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2011년엔 한 중소기업에 스폰서와 관련해 사기를 당하는 아픈 기억도 있었다. 일본 업체로부터 후원 제의가 있었지만 박 선수의 의지는 분명했다. “한국 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천호식품 김영식(62) 회장은 “박 선수에게서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봤다”고 말했다. 광고모델로 등장해 유명해진 그는 “스폰서가 없이 운동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것은 그 순간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지만 스스로 버텨내야 할 시련”이라며 “박 선수는 끈질긴 승부욕으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승부욕과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휠라글로벌의 윤윤수(68) 회장은 박 선수의 연승 행진이 누구보다 반갑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박 선수에게 의류를 지원하고 있다. 윤 회장은 “1일 오후 박 선수에게서 감사 전화를 받았는데 (뛰어난 활약을 해) '오히려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며 껄껄 웃었다. 그는 “박 선수는 숨이 막힐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나다”며 “기업도 소비자에 집중하면 롱런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리를 박 선수에게 새로 배우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기업, 운동보다 더 오래 인내해야”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파이컴(현 솔브레인이엔지) 창업자인 이억기(59) 전 대표는 “골프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갖는 마음가짐”이라며 “그래서 박 선수는 경영자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박 선수가 평소 '퍼트가 다소 불안할 때는 이번 아니면 다음 홀, 그래도 아니면 그 다음 하면서 위안을 삼는다'고 하더라. 기업인은 이런 긍정과 소신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54) 대표는 보다 냉정한 평가를 했다. 스포츠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지만 기업의 세계는 훨씬 냉혹하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박 선수의 3연승은 끊임없는 인내와 공정 경쟁이 결합된 성취물”이라며 “기업인은 운동 선수보다 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고 더 오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채윤경 기자

 

세계1위 박인비 - 우즈 묘하게 닮았네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3-07-02 17:06 기사원문

 

'박인비는 우즈와 동급, 여제를 모셔라.'

요즘 미국 미디어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63년 만에 개막 후 3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25ㆍKB금융그룹) 모시기에 한창이다.

LPGA 투어 새 기록을 쓴 박인비는 2일(한국시간) 전국에 생방송되는 NBC 유명 프로그램 '투데이쇼'와 스포츠 전문채널 ESPN '스포츠센터', 골프채널 TV토크쇼 '모닝드라이브'에 잇달아 출연했다. 이 같은 방송사들 러브콜은 한국 여자프로골프 선수 중 최초이고 여자골프 선수로도 유례가 없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박인비는 미디어 투어 후 '실력 위주 평가와 이를 인정해주는 미디어 분위기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날 ESPN은 올해 박인비 기록이 2000년 남자프로골프 메이저 대회 3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미국ㆍ38)와 비슷하다며 박인비와 우즈를 상세하게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올 시즌 박인비 성적은 부활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묘하게 닮았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직후 슬럼프에 빠졌다가 지난해 LPGA 상금왕을 따내면서 부활한 데 이어 올 시즌은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주하고 있다. 세계 남자골프계를 지배했던 우즈도 불륜 스캔들로 인해 슬럼프에 빠졌지만 지난해 3승을 거두면서 샷감을 찾았고 올해는 벌써 4승을 올리면서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박인비는 올해 13개 대회에 출전해 6승을 올리고 있다. 우승 확률은 46.2%. 우즈도 9개 대회에 출전해 4승을 올려 우승 확률이 44%에 이른다. 우승 확률은 비슷하지만 영양가는 박인비가 훨씬 높다. 박인비가 거둔 6승 중에는 메이저 대회 우승컵이 3개나 포함돼 있다.

올해 박인비와 우즈가 플레이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롱게임은 그저 그렇지만 그린 근처로 갈수록 강해진다.

박인비는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46.9야드로 82위에 그치고 있다. 우즈도 300야드를 넘나들던 드라이버샷 거리가 올해는 294.5야드로 39위에 머물고 있다. 버디 기회를 잡는 레귤러 온 확률도 박인비가 71.42%로 15위, 우즈는 67.19%로 42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린에서 퍼팅 능력만큼은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레귤러 온 시 박인비 평균 퍼팅 수는 1.702개로 1위에 올라 있다. 우즈도 1.718개로 3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버디를 잡을 확률이 경쟁자들보다 높은것.

퍼팅의 힘은 평균 스코어로 증명된다. 박인비 평균 스코어는 69.67타로 1위. 우즈도 69.082타로 1위에 올라 있다. 박인비와 우즈는 '숏게임'으로 세계 랭킹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사실 퍼팅 감각은 박인비가 한수 앞선다. 박인비는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나흘간 퍼트 수 98개를 기록했다. 퍼팅에 관해 최고로 평가받는 우즈도 72홀 기준으로 100개 밑으로 친 적이 없다.

올 시즌 박인비는 우즈 전성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2000년 우즈는 메이저 대회 3승을 포함해 9승을 올렸다. 단 20개 대회에 출전했으니 우승 확률이 45%나 된다. 박인비도 전성기 때 골프황제와 마찬가지로 메이저 대회 3승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우승 횟수는 6번. 하지만 단 13개에만 출전해 얻은 성적이라 우승 확률은 46.2%로 우즈를 근소하게 앞선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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