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 2부. ‘덕후’ 기질, ‘화신’의 봉기자를 낳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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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 2부. ‘덕후’ 기질, ‘화신’의 봉기자를 낳다| 기사입력 2013-06-24 10:07봉태규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개성 넘치는 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몇 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그는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서 ‘봉기자’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처음 MC로 나설 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캐릭터가 만들어 진 데는 봉태규의 ‘덕후’(일본어 ‘오타쿠’의 온라인상 줄임말: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한다) 기질이 한몫을 했다. 그는 게스트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예리한 분석력, 중립적이면서 객관적인 태도로 ‘화신’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네이버 스타칼럼을 통해 봉태규의 ‘덕후 인생’을 마음껏 파헤쳐보자.// 편집자 주.
# 공백기 동안 더욱 심해진 ‘덕후’ 기질 저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가 많은 분들이 ‘덕후’를 나쁘게만 본다는 거죠. 보통 ‘덕후’라 하면 애니메이션에 빠져있고 미소녀 캐릭터를 좋아하는 변태, 그런 모습으로만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거든요. 어느 한 분야에 대해 깊이 공부를 하는 겁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자랑하기 위해서도 아닌 순수하게 자기가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어느 한 분야에 재미를 느끼고 계속 이것저것 알아보고 공부하면서 전문가가 되는 거예요. 어른들 중에서는 할리 데이비슨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 분들도 ‘덕후’가 많습니다. 스스로 정비도 할 줄 알고요. 사실 전 원래도 하나를 깊이 파는 성격이었는데 공백기 동안 시간이 많다 보니 더 심해졌어요. 딱히 일이 있거나 돈이 많지 않으니까 그런 식으로 소비를 한 거죠. 예를 들어 옷을 좋아한다면, 보통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해서 사 모으고 그런 걸로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진짜 ‘덕후’들은 그거 관심 없어요. 만약 청바지를 좋아한다면 원래 시초는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창시자가 누군지, 그때 쓰인 원단은 뭔지 하는 세밀한 사항까지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하는 거죠. 초창기 청바지의 단추는 어떤 모양이었는지, 실은 어떤 실을 사용했는지 그런 것들을요. 원단이 뭔지 어떤 방직기로 짜는지도 중요해요. 파고들다 보면 무궁무진한 세계가 펼쳐지는 겁니다.
저의 ‘덕후’ 기질은 옷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너바나를 좋아하는데 그 밴드와 관련된 것들을 다 찾아보는 거죠. 일대기 같은 건 출판이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는데 커트 코베인의 공연 실황이나 외국 블로거들이 쓴 글을 모아놓은 것을 주로 봐요. 섹스피스톨즈도 아주 좋아하죠. 정말 짱인 것 같아요. 그들은 노래와 연주가 엉망이지만 펑크 정신은 100% 충만하죠. 멋있더라고요. 보통 인기를 얻으려면 연주 실력이 뛰어나야 정상이잖아요. 그런데 그들이 추앙 받는 이유 중에는 모두가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빠져 있는 거예요.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죠. 거침없는 말로 화제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 때 보면 완곡 연주가 거의 없을 정도에요. 심지어 베이스를 다른 멤버가 쳐줬다는 소문도 있었으니까요. 하하. 이들 밴드에 대해 개성 있고 독특하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가 볼 때는 ‘개성’이라는 말조차도 사람을 재단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 역시도 ‘개성파’ 혹은 ‘개성 있다’는 말은 듣지만 당연히 사람은 다 다른 게 정상이잖아요. 개성이 있다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다름’이 좋아요. 틀에 박힌 게 싫거든요.
제가 몇 번 이야기는 했지만 공백기 동안 전(前) 소속사와 소송 문제가 있었고,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는 등 아픈 일들이 많았어요. 일을 안 하는 동안은 수입이 없다 보니 아무 것도 안 사고 검소하게 살게 되더라고요. ‘덕후’ 기질이 심해지면서 그런 식으로 소비 하다 보니 욕구가 채워졌어요. 어떤 물건을 취하지 않아도 채워지는 게 참 신기했어요. 사실 저도 활동을 할 때는 사람들에게 비춰져야 하니까 어떻게 보면 돈을 무분별하게 썼던 것 같아요. 유행이라고 하면 덜컥 사고. 쉴 때는 일을 안 하기도 했지만 다짐을 한 게 있었어요. ‘좋아하는 걸 하지 말아봐야지’ 라는 생각을 했죠. 일전에 촬영장에서 입으려고 샀던 잠바가 너무나 따뜻해서 겨울 내내 그것만 입었어요. 앞으로도 몇 년은 거뜬할 것 같아요.ㅋㅋ 좋아하는 것도 끊고 여러 가지 변화들이 있었지만 일을 쉬는 동안 좋은 것도 있었어요. 주변에서는 “너 사무실에서 신경 쓰고 있는 거냐”고 묻기도 했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건 제 스스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두려운 부분도 있었거든요. 일을 안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충격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니까요.
제가 방송에서도 언급을 한 적은 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불길한 느낌을 먼저 받았던 것 같아요. 일요일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을 때 조금 이상했어요. 그 때 전화가 온 순간부터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엄마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 같아”라고 하셨고, 두 번째 “많이 다치신 거 같아”라고 하셨다가 마지막으로 다시 “돌아가신 거 같아”라고 했을 때 저는 아버지의 죽음을 짐작했어요. 슬프고 그런 게 없이 멍한 상태였죠. 내가 슬픈지 안 슬픈지도 모르고, 현실인지 아닌지도 구분 못한 채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팡 깨어나 현실로 왔어요. 당시 기사가 많이 났습니다. 저는 댓글이나 그런 거에 신경을 크게 안 쓰는데 엄청난 댓글이 많았어요. 게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뫼시러 큰집 산으로 가는데 휴게소에 들렀거든요. 상복을 입고 화장실에 가는데 어떤 분이 밝은 표정으로 제 손을 잡고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 하시더라고요. 그 웃는 얼굴에 화가 나는 거보다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내가 노출이 되고 일을 하는 게 무서운 거구나. 이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았으면 이런 일을 겪었을까’ 싶더라고요. 아무리 몇 년 동안 배우생활을 하고 무던한 사람이어도 그건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시간이 꽤 흘렀고 지금은 괜찮아요. 누나가 두 명이 있는데 다 가까운 데 살거든요. 매형이랑도 너무 친해서 그냥 “형”이라고 부르죠. 큰 매형이 증권가에 종사하셔서 속칭 ‘찌라시’도 많이 접할 수 있어요. 매형은 우리나라 주요 증권사 고위직 에이스에요.ㅋㅋ 누나는 형이 잘 나가고 그러니까 같이 있는 시간이 적다고 투정 부리는데, 정말 배부른 소리죠. 전 너무나 자랑스러워요.
아시다시피 저는 요즘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이하 화신)에 출연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출연하는 게스트들 조사는 직접 다 해요. 작가 분이 쓴 거랑 제가 쓴 거랑 많이 겹치긴 할 텐데 그래도 제가 먼저 알아야 하니까요. 게스트에 대해 알고 얘기 하는 것과 단순히 대본만 보는 것과는 차이가 크죠. 2PM, 이창훈, 성시경 편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제가 알고 있던 게 많았어요. 이창훈 선배님이 ‘봉기자’라고 하면서 저의 캐릭터가 탄생한 거죠. 그래서 죽을 것 같아요. 눈알이 빠질 거 같습니다.ㅋㅋ 장윤정씨 같은 경우는 파도 파도 계속 새로운 게 나오더라고요. 마냥 뒷조사만 할 수는 없죠. 얼토당토않은 얘기도 많으니까요. 난처한 얘기만을 던져서도 안 되고요. 게스트가 네 명이면 진짜 죽을 맛이죠.ㅠㅠ 조사할 양이 너무나 방대해요. 하지만 미리 알고 하니까 게스트들의 없는 부분을 끌어낼 수 있더라고요. 이종석씨가 좋은 예인데, 나오기 전에 기사를 다 찾아봤어요. 그러다 보니 한 얘기를 또 할 필요가 없이 다른 얘기들을 더 할 수 있는 거죠. MC가 네 명인데 모두 웃길 필요는 없잖아요. 제가 해야 할 몫은 그런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봉기자 캐릭터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요즘 안경 ‘덕질’에 꽂혀있어요. ㅎㅎ 좀 더 날카롭고 세밀한 이미지 표현을 위해 안경을 사다 모으는 중이거든요. 방송 보실 때 안경도 유심히 봐주세요. 늘 같은 안경을 끼는 것이 아니랍니다.
함께 출연 중인 김희선 누나와 김구라 형님과도 많이 친해졌어요. 제작진들에게서 뭔가 MC들의 합이 잘 맞고 매끄럽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가끔 회식도 하는데 다들 잘해주세요. 방송은 편집이 안 되면 더 재밌어요. 제가 구라 형에게 독설을 날릴 수는 없잖아요. 김희선 씨가 너무 자연스럽게 그걸 할 수 있으니 재밌죠. 김구라 씨가 실제로도 굉장히 난처해하세요. 알고 보면 너무 젠틀한 분이에요. 동엽 형은 녹화할 때마다 구라 형이 너무 재밌어서 배가 찢어질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ㅋㅋ 전 사실 녹화하면서 거기 앉아있는 것도 신기해요. 배우 할 때는 집에만 있고 친한 연예인도 생각보다 없거든요.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실제로 보니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가수의 새 앨범이 나오면 기대하게 돼요. 혹시 특집으로 해서 ‘화신’에 나오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직접 만나본 후 생각이 달라진 분들도 많고요. 보기와 다르게(?) 저는 원래 먼저 전화해서 안부 묻고 그런 걸 아예 못해요. 상대방이 너무 친한 척해도 부담스럽더라고요. 최강희 누나랑 친해지는 정도가 딱 좋은 거 같아요. 누나랑 저는 영화 촬영 다하고 홍보할 때 되니까 친해졌고 이제 서로 좀 더 알아가고 있거든요. 타블로 형도 그런 식으로 친해졌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 부담을 안 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네이버 스타칼럼 독자 여러분, 재밌게 보셨나요? 저의 이야기는 이만 줄이려고 해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두서없이 떠들었지만 진심을 가득 담으려고 노력했으니 예쁘게 봐주세요. 장마가 시작되는데 몸 잘 챙기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 봉태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세요.
글 봉태규 편집 황용희 대표(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 zoneheeya@stoo.com 사진 이슈데일리 김효범 작가(로드스튜디오) 키이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