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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원조 꽃미남, 강남 여학생을 홀리다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3
조회수
6,813
첨부파일
-

[정우성] 1부. 원조 꽃미남, 강남 여학생을 홀리다

네이버연예| 기사입력 2013-06-07 10:08
정우성이란 배우에 대해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40대에 갓 접어든 나이에도 여전히 잘생긴 용모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원조 꽃미남 정우성이 드디어 네이버 스타칼럼을 연재합니다. 생애 첫 악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영화 ‘감시자들’ 개봉에 앞서 바쁜 와중에도 20여년 배우 인생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또 귀하고 귀한 추억 속 옛날 사진들을 이리 찾고 저리 모아서 스타칼럼 독자 여러분을 위해 첫 선을 보입니다. 20대 상큼한 얼굴의 정우성이라니, 지금의 멋지고 세련된 꽃중년 정우성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멋쟁이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군요. 1회에서는 그만의 ‘응답하라 1990년대’와 절친한 영화계 동료들을 말하고 2회에는 새 영화 ‘감시자들’의 촬영 에피소드 및 연기관을  적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1980년대 후반, 강남 여고생들 사이에 정우성 모르면 간첩?

안녕하세요 네이버 스타칼럼 독자 여러분. 정우성입니다. 영화 속에 푹 파묻혀 살다 보니 스크린에 데뷔한 지도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렸네요. 그 옛 시절 추억들은 제 머릿속에서도 가물가물 잊혀져 가던 중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되살려 글로 적자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아주 우연한 기회로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무렵, 서문여중고 근처의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게 제 인생에서 어떤 전환점이 됐어요. 어느 날 누나가 아르바이트 지원을 했는데 여자라고 안 뽑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도대체 이런 가게가 다 있나 해서 가봤어요. 그 때 이미 키가 무척 컸으니까, 주인이 나이를 묻는데 “재수생인데요” 했죠. 중학생이라고 하면 안 될게 뻔하잖아요.  “연락줄게’ 하더니 제가 뽑힌 거예요.
 

그리고 첫 날 갔더니 서문여고 하교시간인데 여학생들이 하나 둘 그냥 다 가게 앞을 지나가 버리는 거예요. 그 때 주인이 잠깐 나가더니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오곤 해요. 어딜 가나 궁금해서 쫓아가 봤더니 제가 일하는 ‘멕시칸’을 지나서 더 가면 큰 길 쪽에 다른 햄버거 가게가 있었어요. 

거기 남자 알바생들이 아주 멋지고 잘생겼던 거예요. 당연히 여학생들이 다 그리로 갔어요. 그런데 제가 멕시칸에 들어가고 나서 며칠 후부터 여학생들이 하나 둘씩 가게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부터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장사가 잘 됐어요. 이제는 큰 길 쪽 햄버거 가게 사장이 저희 가게를 와서 보고 한숨을 쉬고 돌아갔을 정도예요.

당시 서문여중 애들은 저와 같은 또래로 제 나이를 아는 애들도 있었지만 여고 쪽에서는 재수생으로 소문이 나서 두 종류의 여학생 팬들을 갖게 된 거죠. 연애편지도 엄청나게 받고, 저를 만나려고 가게에서 화장실 들어가는 골목에까지 여학생들이 몰려있고요. 그러다 보니, 그 주변에 뭐 세화, 동덕여고는 물론이고 봉천동에서 다 오기 시작하는 거에요. 
 

 


멕시칸 햄버거에 몰려오는 여학생들 교복이 무척 다양해졌고 그 때 저도 나름 유명세를 탔어요. 주인이 신나서 시급을 800원까지 올려 받은 거 같아요. 그 때 보통  아르바이트 시급이500원이었는데 보너스로 십 만원씩 받기도 하고요.  햄버거 패티를 한꺼번에 20-30개씩 굽고 그랬어요. 사장님이 보너스도 자주 주고 쉬는 날 회식도 시켜주고 잘 해주셨어요. 방학 끝나서 그만뒀다가 중 3 겨울방학 때 하고 고등학교 올라가서 고1, 고2  여름방학 때 더 했어요. 이후에 학교를 나오면서 햄버거 가게와의 인연을 끝맺었죠. 그 때 막연하게 배우가 되고 싶다 생각했어요. 
 
 

 


# 중학교 3학년 때 벌써 184cm 훤칠한 키, 모델 러브콜 

중 3 때 키가 벌써184cm 정도 됐어요. 그러니까 재수생이라 해도 믿었죠. 예쁘장한 애가 큰 키에 비쩍 말라서 알바를 한다고 왔으니 ‘요놈 봐라’ 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길거리에서 모델 제의를 받는 게 활발하지 않았어요. 연예계가 여의도와 충무로 중심으로 돌던 시대인데 제가 살던 동네가 외곽이라서 연예 관계자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도 아니었어요. 

어찌됐건 학교를 그만두고 모델 일을 시작했습니다. 모델 센터에 교육생으로 들어가 훈련을 받는 와중에 이런 저런 알바로 생활비를 벌었어요. 프리랜서로 CF 모델도 찾아 하고, 에이전시를 돌면서 직접 사진을 돌리다 보니 모델 쪽 반응이 좋았어요.

 한 의류회사에서 카탈로그 모델 자리가 고정으로 들어오니까 모델 센터에서 장기계약을 하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걸 계약하면 배우를 못하니까, 계약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계약 안 하겠다 했더니 쇼 쪽에서는 정우성을 쓰지마, 이렇게 됐어요. 이후 쇼 관련 행사는 정말 작은 것들만 했었어요. 압구정동 한 카페 일을 도와주는데 ‘얼굴 잘 생긴 남자애가 일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연예 쪽 일하는 사람들이 저를 보러 왔어요. 나중에 매니저도 소개받았는데 정훈탁씨였어요. 때마침 ‘구미호’란 영화 남자주인공 오디션 한다고 해서  감독님을 만나 구르고 소리 지르고 했죠. 나중에 듣고 알았는데 이정재씨도 그 오디션을 봤대요.

# 이정재와의 평생 인연, 까칠한 사이로 출발

‘구미호’ 주연으로 뽑혀서 드디어 영화 데뷔를 할 무렵에 제가 껌 광고를 하나 찍었어요. 센스민트였어요. 그 때는 CF에 신인이 하나 나타나면 그 쪽으로 시선이 쏠릴 때였어요. 관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구미호’를 하고, SBS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를 연달아 찍고 그걸로 확 떴어요. 

이후에 SBS 신인상을 정재 씨는 ‘모래시계’, 저는 ‘아스팔트 사나이’로 공동수상을 했어요. 공동수상을 한다고 들었을 때 우리 둘은 서로에게 꽤 까칠하게 굴었어요. 왜 둘에게 다  상을 주느냐, 내심 마음에 안 들어 하면서 센 척하고. 그러면서 무대에 나가선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고 서로 소감 말하고 각자 떨어져 들어오고 그랬죠. 그 때 언론 분위기가 저희 둘을 라이벌을 붙이려고 했어요. 그런데 우리 둘은 ‘쟤가 무슨 라이벌이야, 난 라이벌 없어’ 서로 그런 분위기였어요. 
 
 

 


영화 ‘비트’ 촬영이 끝날 무렵이었어요. 김성수 감독님이 양아치 둘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생각중인데 하나는 이런 캐틱터고 다른 하나는 저런 캐릭터야, 우성아 넌 누가 할래? 골라보라고 하더군요. 너 골라봐, 이래서 그 중 하나를 골랐어요. 그래? 그러면 다른 한 명은 이정재 어떨까? 물어서 좋죠, 대답했어요. 같이 친해질 기회는 없었지만 서로에 대해 인정은 하고 있었던 터라 이런 기회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재 씨도 어려운 선택이었어요. 왜냐면 저는 ‘비트’ 다음 작품이라서 김성수 감독님과 같이 호흡도 해봤고, ‘비트’ 팀이 그대로 넘어와 ‘태양은 없다’를 하는 거였거든요. 정재 씨의 경우엔 남의 집안에 서자로 들어와서 하는 느낌이었을 거에요. 정재씨가 그런 생각이 들까봐 정재 씨에 대한 배려를 하기 위해 먼저 다가갔어요. 그 때는 오히려 제 거를 챙기기 보도 정재씨가 맡은 홍기 역 관련해서 아이디어 떠오르면 메모를 써서 주고 그랬어요. 그러면 정재씨는 제 글에 ‘좋다’고 맞장구도 쳐주면서 관심을 보여줬어요..

나이도 어렸던 시절이니 쉽게 친구가 됐어요. 촬영 일찍 끝나면 ‘술 한 잔 할까요?’ 하면서 그렇게 친해진거죠. 처음엔 서로 말이 없는 성격이라 ‘마셔요, 술’ 이렇게 별 말없이 잔만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서로 취하면 몇 마디 툭툭 하는 정도였죠. 

# 아침 소주 8병 나눠 마시고 바다에 빠져 죽을뻔한 정재씨!

영화 후반부에 해변에서 찍는 신들이 있었는데 밤샘 촬영이 끝나면 해장국 먹고 좀 쉬다가 다시 촬영하고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죠. 해변에서 마지막 로케이션 촬영을 하는데 ‘아침 먹죠’ 하다가 소주를 마신 거에요. 둘이 8병쯤 마셨나.
 
 

 




그 해변가에 제트 스키가 있었는데 둘이 술에 취해서 제트 스키를 영차영차 바다로 옮겨서는 번갈아 타면서 놀았어요. 이번엔 누구 차례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이러면서. 정재씨가 몇 번 째 차례인가에서 너무 멀리까지 가더니 그만 뒤집혔어요. 취한 상황에서도  ‘저 인간 어떻게 되는 거야?’ 다들 발만 동동 구르고 어떻게 할 줄을 모르겠더라구요. 

그 정신에 제가 해안 경찰청에 전화하고 난리가 났는데 저쪽에서 폴짝 폴짝 하더니 정재 씨가 간신히 다시 제트 스키에 올라타고 돌아왔어요. 웃더군요. 그런 에피소드가 있어요. 
 
 

 


# ‘비트’ 김성수 감독, 정우성을 영화의 바다에 빠뜨리다 

사실은 ‘비트’ 전에 성수 형이 다른 시나리오 제의를 했어요. 제 판단에 그 때까지는 감독님이 영화 경력이 거의 없는 분이셨데도 시나리오가 한국 영화 같지 않았어요. 어떻게 찍으시려고 그러는 거지? 두려웠어요. 그래서 서울 극장 옆 호프집에서 만나서 시나리오 소감을 얘기하면서 ‘저는 못 하겠다’ 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성수 형이 쿨 하게 ‘알았어, 오늘 여기선 술만 마시고 친해지는 자리로 하자’ 해서 둘이 진하게 술 먹고 헤어졌어요. 그리고는 ‘비트’ 시나리오를 저한테 던졌어요. 
 
 

 


저는 그 나이 때 만화를 잘 읽지 않던 편이라서 시나리오를 먼저 본 뒤에야 원작을 찾아 봤어요. 주인공 캐릭터가 저에겐 그게 워낙 익숙한 감성이라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얘들아 우린 꿈을 가져야 돼, 그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비트’ 끝나고 그 당시엔 제 인기를 잘 실감 못했죠. 난 그냥 내가 열심히 한 게 좋고, 좋아하는 영화를 한 게 좋고,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고맙고 감사했죠. 영화잡지에 배우 인기순위가 나오던 시절인데 ‘내가 1위해야 돼’ 그게 아니라, ‘우와 내가 1위래, 아이 좋아’ 이랬어요. 8개월 내내 계속 제 이름이 거기에 있으니 좋은 거에요, 우쭐하기 보다는 그냥 굉장히 감사했어요. 
 
 

 


# ‘첩혈쌍웅’ 오우삼 감독,  연출의 의미를 일깨워준 멘토

‘내 머릿속 지우개’가 일본에서 한국 영화 흥행 1위였어요. 전 아시아 특히 중화권에서도 폭발적이었대요. 그러면서 할리우드에도 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으니 소문이 돌고 그랬나봐요. 오우삼 감독과 테렌스 창 프로듀서가 저란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죠. 

사실 오우삼 감독님은 항상 자기는 늘 멜로를 찍고 싶었던 감독이라고 말하세요. 러브스토리 남자 주인공이 가장 멋지게 보인다고요. 그래서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정우성을 그렇게 좋아하셨답니다. 자신의 페르소나인 주윤발 만큼, 아니 더 좋아한다고 말해주시기까지 했죠. 그래서 ‘킬러’라는 프로젝트를 오우삼 감독님과 함께 준비했어요.
 

 


 ‘첩협쌍웅’의 리메이크 판이었는데 그 당시에 촬영이 빨리 들어갔으면 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좀 밀리고, 약속 받은 일본 투자도 밀리다가 촬영이 점점 늦춰진 거에요. ‘킬러’와 상관없이 테렌스 창이 중화권에 매니지먼트 사무실을 차리면서 거기 매니저와 계약하고, 3년 동안 ‘검우강호’도 같이 했죠. 오우삼 감독과 테렌스는 아직도 사실 ‘적벽대전’도 저한테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 때 ‘놈놈놈’ 촬영이 겹치면서 안 하게 됐어요. 여전히 저와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가고 싶어 하세요. 맞는 역할이 있으면 언제든 같이 하고 싶어하시고. 

현장에서 오우삼 감독님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중국 현장에서는 커피를 마시면 그걸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그런데 오우삼 감독님은 커피 드시고 빈 컵을 꼭 갖고 있어요. 본인이 움직일 때 가서 버리시고, 굉장히 겸손하시고요. 감독은 현장을 지켜주는 대장, 정신적 지주가 돼야지 남을 부리는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쓰다 보니 참 긴 글이 됐군요. 2회에서는 제 새 영화 ‘감시자들’ 얘기를 짧게!! 써보겠습니다. ^^
그럼 또 만나요.
 

 


글 : 정우성
편집 : OSEN 손남원 국장(mcgwire@osen.co.kr)
사진 : 정우성, 영화사 집 제공
 

[정우성] 2부. 술 마셔도 되는 ‘놈’ 안 되는 ‘놈’

네이버연예| 기사입력 2013-06-11 10:27
정우성이 나쁜 ‘놈’? 잘 상상이 안 되는군요. 하지만 새 영화 ‘감시자들’에서 그는 생애 첫 악역을 맡았습니다. 홍반장 역의 설경구가 쫓고 제임스 역의 정우성이 쫓깁니다. 두 걸출한 톱스타의 스릴 넘치는 추격전이라니, 과연 어떤 전개일지 궁금합니다. 지난 1994년 고소영과 함께 주연을 맡은 ‘비트’로 스타 덤에 오른 정우성은 이후 이정재와의 듀오 ‘태양은 없다’ 등을 통해 청춘스타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랩니다. 강산이 몇 번 바뀔 정도로 세월이 흘렀지만 정우성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감시자들’에서는 고도의 전략과 지능적 계획으로 감시반의 수사망을 피해 범죄를 이어가는 나쁜 ‘놈’이라는 군요. 그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캐스팅을 스스로 자원했다는 ‘감시자들’. 그 촬영 현장 뒤 편의 배우 세상으로 정우성이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 편집자 주
 
 

 


# 설경구 형과는 아주 잠깐 만납니다. 아주 잠깐

설경구 형과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첫 인연은 영화 ‘유령’이었는데 친해진 건 그 후로 2-3년이 더 지나고 나서였어요. 경구 형과는 자주 어울리면서 ‘영화 한편 하자’ 얘기하곤 했는데 막상 서로 마음에 맞는 작품을 만나기가 참 어려웠어요. 

사실 정재 씨랑도 ‘태양은 없다’ 이후에 영화 한 편 더 하자고 수 십 번 다짐 했는데 아직 못하고 있어요. 어찌됐건 이번에 드디어 경구형이랑 ‘감시자들’을 같이 찍었습니다. 경구 형 말로는 제가 한다고 하니 ‘어! 그럼 나도 할게’ 이러면서 시나리오도 안 읽고 오케이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에는 ‘감시자들’ 찍고 나니까, 세상에 이렇게 한 작품을 같이 하면서 둘이 서로 안 만나는 영화가 없었던 거예요. 촬영 끝나고 나서 경구 형이 ‘이거 무효야, 다시 해야 돼. 뭔가 둘이 영화를 함께 찍은 것 같지가 않아’ 이런 얘기를 하고 그랬어요. 사실 이게 ‘감시자들’의 특색이고 매력입니다. 뭔가 쫓고 쫓기며 캐릭터 간의 긴장감은 엄청난 데 분명한 상대들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실체를 보이지 않는 거죠. 그래서 경구 형이랑 영화 후반부에 만나요, 아주 잠깐. 

# 한국 영화계에는 술 마셔도 되고 안되는 두 부류가 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자기 촬영 후에 칼 같이 돌아가는 것 빼고는 이것저것 다 해봤어요. 하루 일정 끝나면 스태프랑 영화 얘기하면서 밤새 술 마신 적도 많아요. 또 제 촬영 분이 끝났어도 다른 사람 찍는 것까지 다 지켜본 다음에 집에 가거나, 아니면 끝날 때 기다려 파이팅 하자고 회식도 하고요. 
 
 

 


그런데 이제는 힘들어요. 요새 운동을 매일매일 해야 하니까요. 예전처럼 했다가는 몸이 감당을 못해요. 한국 영화계에는 두 종류 배우가 있어요. 술 마셔도 되는 배우와 안 되는 배우, 저는 안 되는 배우죠. 그 기준은 술 마시고 다음 날 반응으로 알 수 있어요. 

만약 술 먹고 다음날 얼굴이 부어도 송강호와 설경구는 ‘우와~ 캐릭터 몰입 잘했네’ 라며 좋은 반응이 온다면, 저와 비슷한 배우들은 ‘쟤 요즘 관리 제대로 안 해서 얼굴 부었다’ 이렇게 돼버려요. 

그래서 최근에는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걸 즐길 대로 즐기고 다른 배우들 촬영하는 걸 끝까지 보는 정도 까지만 합니다. 매번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하기는 힘드니 날을 잡아서 얼굴을 보는 쪽에요. 이번 ‘감시자들’은 주연배우 셋이서 각자 회식 한 번씩 내고, 영화사 자리도 하고, 영화사에서 큰 회식 자리 한 번 만들고. 그 때는 실컷 부어라 마셔라 했어요.
 
 

 


긴박감 넘치는 영화다 보니 촬영장에서도 서로 같은 공간에서 스치고 쫓고 하다 보니 배우들끼리 농담도 자주 하고 즐겁게 지냈습니다. 한효주는 아주 털털한 성격의 여자 후배더군요. 효주한테 만난 지 얼마 안되서 ‘형이라고 불러 너’ 이랬더니 굵은 목소리로 ‘네! 형’ 바로 이러더라고요.

회식 때 술자리 분위기는 다들 부어라 마셔라 너무 잘하더군요. 효주는 아주 자연스럽게 자기 주량 안에서 눈치껏 잘 마셔요. 선배들이 ‘원샷 해’ 하면, 말로만 크게 ‘원샷’하면서  얄밉지 않게 잘 피합니다. 오히려 준호가 한 번 멋모르고 선배들이 주는 술 다 받아 마시다 실신해서 나간 적이 있어요. 준호도 그렇고 효주도 그렇고 ‘감시자들’ 하면서  술 많이 늘었답니다. ^^
 

 


# 원조 꽃미남도 나잇살을 피해갈 수는 없다

요즘 하루 일과로는 한 시간씩 꼭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어떤 때는 웨이트 끝나고 나서  필라테스까지 하고요. 운동은 규칙적으로 꾸준히 계속하는 게 중요해요. 항상 ‘오늘도 무조건 웨이트를 해야 된다’ 다짐하면서 체련장으로 가는 게 우선이죠. 벌써 이렇게 운동한지 이 삼 년 됐어요.

젊었을 때는 촬영 일정 빡빡할 때는 한동안 운동 같은 거 못하고 지낸 적도 많아요. 지금은 절대 그렇게 못하죠. 왜냐면 살 찌면 안 빠지잖아요. 세월이 흐르면 나잇살이 무서운 거예요. 
 

 


예전에 한 시간 하면 될 걸 요즘엔 두 시간해요.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한 거죠. 어릴 때 실컷 놀았으니 피곤하다, 컨디션 좋을 때 가자, 하면서 일주일에 두 세 번 설렁설렁 갔다면 이제는 매일 해야 하더라고요. 피와 살을 깎는 노력이죠. 

# 배우에게 액션은  OOO이다

‘감시자들’ 에서 제임스에게는 한 번 큰 격투 신이 있어요. 예고편에도 나오는 골목 액션신인데 지금 봐도 저걸 왜 직접 했지 싶게 얼굴이 잘 안 나와요. 그야말로 17대 1 정도로 싸우다 보니까, 힘이 안 들어간다 해도 여기저기 많이 다치고 몹시 아프죠.  그래도 대역 보다는 원래 제가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연습해서 본인이 할 수만 있다면 관객들한테는 가장 임팩트 있게 전달되거든요. 
 

 


예전 곽경택 감독의 영화 ‘똥개’ 액션 때는 실제 터치였고, 실제로 둘이 아프지 않게 끊어서 치는 거 연습을 계속했어요. 그래도 김정태 씨 온 몸이 붓고, 저도 안 다친 곳이 없었어요. 촬영하면서 제일 많이 다친 작품은 ‘무사’랑 ‘놈놈놈’이죠. ‘놈놈놈’ 때는 손목 골절 부상을 당했고 ‘무사’ 때는 무릎이 상당히 심하게 파열됐죠.

제 긴 얘기를 읽어주신 네이버 스타칼럼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새 영화 ‘감시자들’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감시자들’은 쿨한 영화에요. 재미있게 봐주세요.
 
 

 


글 : 정우성
편집 : OSEN 손남원 국장(mcgwire@osen.co.kr)
사진 : 정우성, 영화사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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