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시아국가 첫 주빈국 됐다… 출판대국 일본 ‘2013 도쿄국제도서전’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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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3-07-03 19:55 | 최종수정 2013-07-03 22:33
“조선통신사 행렬이 아주 대단했군요.”(아키시노노미야 일본 왕자)
“드라마 ‘겨울연가’ 덕분에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이마 아즈미 58세 일본 여성)
출판 대국 일본에서 열리는 최대 북페어에 한국이 처음으로 주빈국(주제국)으로 초청됐다. 한국을 비롯한 40여개국 1125개 출판·인쇄·유통업체가 참여하는 ‘2013 도쿄국제도서전’이 3일 도쿄 종합전시장 빅사이트에서 4일간 일정으로 개막했다. 올해 20회째인 도쿄국제도서전의 주빈국이 아시아에서 나오긴 처음이다.
올해 한국의 주제국 표어는 ‘책으로 잇는 한·일의 마음과 미래’이다. 임진왜란 후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의 활동을 보여주는 여러 서적과 그림, 훈민정음 해례본 등의 세계기록유산 등이 전시됐다. 또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나구모 요시노리의 ‘1일1식’ 등 두 나라 간 출판 교류를 보여주는 도서 200종이 상대국 원서와 나란히 전시됐다. 한류의 과거와 현재인 셈이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차남으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46) 왕자 부부가 이날 오전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에 한국관을 방문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부인 기코(紀子) 여사와 함께 온 아키시노노미야 왕자는 시모노세키 조후 박물관 소장 ‘조선통신사 행렬도’ 등 한류 원조를 다룬 ‘필담창화 일만리(筆談唱和一萬里)’ 코너를 꼼꼼히 둘러봤다. 함께 전시된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일본어판을 펴보기도 했다.
일반인들도 북적였다. 친구와 함께 한국관을 찾은 주부 사토 후미코(60)씨는 그림책 코너를 보며 “호랑이 도깨비 등 옛날이야기가 재미있다”고 했다.
500㎡ 규모의 한국관에는 문학동네, 범우사, 사계절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등 국내 주요 출판사와 관련 업체 27개사가 부스를 차렸다. 한국관 개막식에서는 한승원 변호사의 ‘분단시대 법정’ 등 40여년간 한국책을 일본에 소개한 한국어번역가 다테노 아키라(78)씨가 대한출판문화협회 감사패를 받았다. 그는 “일본인들은 사소설을 좋아해 분단, 민주화 등 사회문제를 주로 다루는 한국 소설에 관심이 적었지만 한류 덕분인지 한국 소설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을 대표하는 지식인과 문인들의 교류 행사도 이어진다. 이날 오후 한국의 문예비평가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교수가 ‘동아시아 문명의 보편성’을 주제로 대담한 강연장은 사람들로 꽉 찼다. 소설가 오정희·이승우·한강·구효서·김연수·김애란 등이 행사기간 일본 작가들과의 문학 대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도쿄=글·사진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