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350 대 1 뚫은 ‘싸이의 삼바 요리사’
A23면
| 기사입력 2013-07-05 03:13
■ 브라질 출신 카푸치, 한식업체 ‘비비고’ 선발대회 우승
[동아일보]
“‘슈퍼스타’ 싸이의 전담 요리사라…. 꿈이 현실이 된 느낌이죠. 지난해 브라질에서 ‘강남 스타일’ 공연을 하는 싸이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어요. 싸이의 프로필을 보니 좋아하는 요리가 닭요리라는데 얼른 만나서 해주고 싶어요.”
최근 CJ그룹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가 개최한 가수 싸이의 전담 요리사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브라질 출신 요리사 히카르두 카푸치 씨(30)가 한국을 찾았다. 카푸치 씨는 한 달간 해외에서 싸이의 전담 요리사로 활동하며 한식 홍보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
‘나만의 비비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동영상을 만들어 출전한 사람들 가운데 결승에 오른 건 카푸치 씨를 포함해 3명이었다. 직접 한식을 만들어 소개하는 ‘나만의 요리법’, 자기소개, 춤 동영상 제작 등 3개 과제가 주어졌다. 행사 홈페이지(www.psygobibigo.com)를 통한 누리꾼 투표 점수(60%)와 싸이의 심사 점수(40%)를 합산해 우승자를 가렸다.
35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카푸치 씨는 1일부터 일주일 동안 한식 전문가에게 비빔밥 김치찌개 잡채 떡갈비 등 20여 가지 한식 요리에 대한 교육을 받은 뒤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나 한 달간 싸이의 전담 요리사로 활동한다. 월급으로 4만 달러(약 4574만 원)를 받는다.
한식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그가 어떻게 ‘한식 요리사’로 선발될 수 있었을까. 3일 오전 서울 중구 쌍림동 CJ그룹 건물에서 만난 카푸치 씨는 “싸이가 닭요리를 좋아한다는 것부터 ‘비비고’가 신선함을 강조하는 한식 브랜드라는 것까지 인터넷을 뒤지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참가자 3명이 겨룬 결승전에서 그는 ‘된장 소스를 얹은 버섯 리소토’와 ‘레몬 간장 소스를 얹은 숙주나물과 돼지고기 샐러드’처럼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든 한식 요리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에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 정통 한식을 만들며 새롭게 깨달은 것도 있다. 그는 “마늘이나 고추가 들어간 음식이 많아 전반적으로 뜨겁고 빨갛고 맵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삼바 축구로 대표되는 남미의 정열적인 문화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 있는 유럽풍의 퓨전 레스토랑 ‘오바르도’의 총주방장인 카푸치 씨는 한때 법학도로 변호사를 꿈꿨다. 법학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어릴 적 식당에서 즐겁게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떠올려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영국 뉴질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10여 개국을 돌며 현지 음식을 연구했다. “누군가의 배를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요리다”라는 철학으로 10년가량 음식을 만들어 왔다.
법학을 포기하고 요리를 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을까. 그는 웃으며 말했다.
“‘동네 요리사’에서 ‘싸이 요리사’로 브라질 언론에 소개됐고 이제 곧 ‘월드스타’를 직접 만날 텐데…. 변호사 친구들이 절 더 부러워하지 않을까요? 지금 제 행복지수는 최고점에 있습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