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나타난 ‘정치 9단’ 링컨의 리더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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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타난 ‘정치 9단’ 링컨의 리더십
공감과 양보, 그리고 경청 영화 '링컨'에서 링컨(가운데)을 연기한 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 역사 속의 링컨이 다시 살아난 듯한 연기로 격찬을 받았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할리우드 최고 흥행사로 꼽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14일 개봉)은 리더십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통치학 교과서 비슷하게 다가온다. 영화 속에서 미국은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5년, 대통령 링컨(1809~65)은 고민이 깊어진다. 전쟁을 끝내기 전에 노예제 폐지를 담은 헌법 수정안도 통과시켜야 했다. 여당의 의석수는 이를 위한 정족수에 20표가 모자랐다. 링컨은 목표를 위해 로비스트를 동원하고, 낙하산 인사도 감행한다. 영화와 그 원작인 『권력의 조건』(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원제 Team of rivals: the political genius of Abraham Lincoln)을 참고해 링컨 리더십의 고갱이를 5가지로 간추린다. 역시 핵심은 화해와 통합이다. 혼란기의 한국 정세를 비춰보는 거울이 된다. 링컨 역할로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사상 세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① 최고의 라이벌을 내 편으로 만들어라=링컨의 오른팔로 영화에 나오는 국무장관 윌리엄 H 슈어드(데이비드 스트라탄)는 사실 당내 경선에서 가장 큰 라이벌이었다. 링컨은 그를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자기보다 교육도 더 많이 받았고, 공직경험도 풍부한 점을 높이 샀다. '최고의 라이벌이야말로 최고의 실력자'라는 철학이다. 링컨은 야당에서도 뜻 맞는 이들을 죄다 끌어다 썼다. ② 남의 얘기에 귀 기울여라=영화 첫장면에서 링컨은 전장의 흑인병사들을 만나 이름을 묻고 각자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평소에도 링컨의 집무실은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댔다. 그 자신 역시 재미있는 얘기를 즐기는 이야기꾼이었다. 이는 아버지의 유산이다. 링컨의 아버지는 남달리 흉내를 잘 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외우곤 했다. 링컨은 풍부한 독서로 상황마다 어울리는 일화를 곁들이곤 했다. 그리고 내 얘기로 사람을 끌어들였다 ③ 너그러움으로 충성을 이끌어내라=영화에서 링컨은 탈영하려다 사형을 선고 받은 소년 병사를 사면한다. “가엾은 자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총살하는 대신 전쟁터에서 싸우게 하라”고 한다. 관대함은 링컨이 꼽는 리더의 제1조건이다. 율리시스 S 그랜트 장군(자래드 해리스)과의 일화도 유명하다. 그가 항상 술에 취해있다는 험담이 들려오자 링컨은 진상을 파악한 뒤 이렇게 말했다. “장군이 애용하는 위스키 상표를 알아보게. 당장 다른 모든 장군들한테 그 위스키를 보낼 테니 말이야.” ④ 목적을 위해 때때로 양보하라=당시엔 노예제 폐지론자들도 '인종적 평등론', 즉 흑인과 백인이 완전히 똑같다는 주장에는 반감을 갖고 있었다. 링컨은 이런 이들까지 껴안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같은 당의 급진파인 태디언스 스티븐스 의원(토미 리 존스)을 치열하게 설득한다. 링컨은 과거 반대파와 논쟁에서 “흑인과 백인의 완전한 정치적·사회적 평등을 도입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한 적도 있다. ⑤ 나의 고통, 남과의 공감으로 극복하라=당시 많은 미국인은 남북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링컨 역시 인간적인 아픔을 겪었다. 아들 넷 중 셋을 일찍 잃었다. 그 중 하나는 전쟁 중에 병으로 숨진다. 아내 메리(샐리 필드)의 우울증은 심각했다. 유일하게 남은 장남 로버트(조셉 고든 레빗)가 입대하게 되자 메리는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내 아들을 군대에 보냈으니 당신은 반드시 수정안을 통과시켜 전쟁을 끝내야 해요!” 임주리 기자 스필버그의 ‘링컨’ 한국 관객과 통할까| 기사입력 2013-03-12 11:41민주주의史 위대한 걸음 내딛은 美 링컨 대통령의 소통 리더십 그려 새 정치에 대한 열망 강한 대한민국 ‘광해’ 이어 ‘링컨’에 열광할지 주목 영화 ‘광해’가 상처받은 민심을 보듬는 군주상을 보여줬다면, ‘링컨’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인류의 진보를 이뤄낸 지도자상을 구현했다. 19세기 세계 민주주의사의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딘 미국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이 새 지도자를 맞아 5년을 보내야 할 21세기 대한민국 관객의 마음과 뜨겁게 조우할 수 있을까. 14일 개봉하는 세계적 명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이 남다른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이병헌이 주연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권력에 의해 무너지고 황폐해진 백성의 삶을 헤아리고, 금권과 결탁한 부패한 관료 및 기득권층과 싸우는 지도자상을 보여주며 1231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개봉 당시 정치적 혼돈이 인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견줘 ‘링컨’은 민주주의 시대, 최고지도자가 가진 신념과 가치관, 역사 인식이 한 나라뿐 아니라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광해’ 개봉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 ‘링컨’은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재임 중 완전한 노예제도 철폐를 이루기까지의 1년여간을 집중적으로 그린 영화다. 4년째 접어든 남북전쟁이 최고조에 이르러 국민 사이에서 종전에 대한 요구가 드높은 1865년. 재선에 성공한 링컨 대통령(대니얼 데이 루이스 분)은 ‘종전이냐, 노예 해방이냐’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링컨은 전쟁이 끝나기 전 노예제 철폐를 실현하고자 이를 골자로 하는 헌법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여당인 공화당조차 의견이 갈리고, 민주당은 “노예제에 대한 정치 논쟁을 끝내고 정부는 당장 종전을 위한 협상에 나서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영화는 정치적 난관에 봉착한 링컨이 인류 진보에 대한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협상과 타협을 통해 반대파를 설득하고 마침내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켜 노예제 철폐를 이뤄가는 과정을 그려간다. 노예제 철폐는 단지 동시대뿐 아니라 미래에 태어날 수많은 이들을 불평등의 사슬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는 링컨을 통해 민주주의 시대 지도자의 덕목을 말한다. 그것은 단순히 이해와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뛰어넘는다. 인간 존엄성의 실현 및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 진보에 대한 신념, 당대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역사가 부여한 소명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는 것을 영화는 일깨운다. 아울러 민주당 반대파 의원을 한 명씩 잡고 집요하게 설득하고 회유해가는 링컨과 의회 내 공화-민주 양당의 논쟁을 통해 영화는 민주주의가 ‘이상’이고 ‘신념’일 뿐 아니라 협상과 타협의 ‘기술’이자 ‘과정’이고 ‘제도’임을 보여준다. 야당의 공세와 정치적 압박에도 끝까지 품격과 유머, 인간미를 잃지 않는 링컨의 얼굴은, ‘위기 상황’이라는 엄포 속에 무섭도록 굳은 표정을 하고 대국민 담화에 나섰던 한국 대통령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19세기의 미국 정치사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지만, 출범 초기부터 ‘불통’ ‘역사퇴행’ ‘일방통행’이라는 비난에 휩싸인 우리 새 정부에 던지는 메시지가 참 많은 작품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