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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신동흔의 휴먼 카페] 원기찬부사장, 삼성전자 배치돼 좌절했던 남자, 약 30년 뒤…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5,272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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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신동흔의 휴먼 카페] 원기찬부사장, 삼성전자 배치돼 좌절했던 남자, 약 30년 뒤…
·  신동흔
입력 : 2012.09.15 03:24 | 수정 : 2012.09.16 09:50
면접관 마음에 들고 싶나, 종이신문으로 '판'(判·판단력)을 키워라
'판' 기르는 데 신문만 한 게 없다
보고 싶은 것, 보기 싫은 것…
신문엔 골고루 들어 있어
종합적 사고력 키우는 데 최고

스펙보다 스토리 있는 삶을
학창시절 아르바이트 30개
사회봉사 5000시간 투자 등
개념있게 사는 학생을 뽑아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좋지만…
회사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아
임원교육땐 '딴 얘기'하는 사람
나쁘게 평가하지 말라고 당부

인사, 하면 할수록 모르겠다
과장시절 '척 보면 안다' 생각
지금은 첫인상 편향 경계
그래도 영향 많이 미치더라


'여러분 스펙을 쌓기보다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세요. 그리고 판단력을 기르세요. 판단력 키우는 데는 종이신문만 한 게 없답니다.'

지난 4일 대전의 충남대학교 정심화홀.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착용한 한 중년 남성이 홀을 꽉 채운 2000여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좌석이 모자라 통로에 앉고 벽에 기대어 서기도 한 20대 젊은이들은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빠트리지 않으려는 듯 메모를 해가며 무대에 집중했다. 그는 삼성전자 21만명(국내 10만명+국외 11만명) 직원의 인사를 관할하는 원기찬 인사팀장(부사장ㆍ53). 이날 무대는 삼성의 대학생 대상 '열정락서' 콘서트 3기 강연장. 원 부사장은 지난 4월 대구 경북대와 6월 서울 경희대 강연에서도 강연했다. 삼성의 임원들과 유명인들이 번갈아 무대에 서는 '열정락서'는 지난해 청춘콘서트의 인기를 방불케 할 정도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원 부사장을 만나 강연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열정과 그들과 함께 한 느낌, 취업 지망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 1984년 삼성전자 인사팀으로 입사해 30년 가까이 인사 한 분야만 담당하며 부사장에 이르렀다. 채용 시즌을 맞아 '국가대표급 인사팀장'인 그의 강연에 많은 대학생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원 부사장은 입사 당시 최고 인기 회사였던 삼성물산을 원했지만 삼성전자로 배치돼 '좌절'한 이야기, 삼성전자에서도 해외영업 대신 인사팀으로 발령나 '낙담'한 자기 사례까지 섞어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런 그의 강의를 유튜브로 찾아보는 이도 많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아니라 판서언신'

―유튜브에서 강연 영상을 봤다.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의 인사 담당 수장(首長)이 '신언서판'을 강조한 것이 이채롭다. 삼성전자에선 신언서판을 중시하나.

'삼성에 그런 인사 기준이 있지는 않다. 다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 특히 판단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신언서판을 소개한 것이다. 이는 인사업무를 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보는 점이다.'

―왜 판단력을 강조한 것인가.

'입사 지망생들을 보면 전문성이나 패기, 어학실력 같은 것은 과거 선배 세대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어떤 사고를 할 때 종합적으로 하기보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우려됐다. 신언서판 네 가지 항목 중 하나만 꼽자면 '판(判)'을 강조하고 싶었다.'

―나머지 요소들은 부수적인가.

'면접에서 '신언서판'을 봐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보게 된다. 한 사람의 퍼스널(personal) 이미지를 보고, 말투도 보고, 논술도 본다. 그리고 판은 그 사람의 입체적 사고력을 보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판'이 부족하다고 보는 근거는.

'기성세대의 문제다. 우리는 오랫동안 흑백논리의 시대를 살았다. 보수 아니면 진보, 민주 아니면 독재, 부(富) 아니면 가난 이런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화 수준이나 세계에서 우리 경제가 갖는 위상 모두 높아졌다. 흑백의 프레임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프레임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학교에서도 옛날 프레임을 가진 분들이 교육을 맡고 있고, 그런 것을 극대화시키는 특정단체도 있다. 젊은이들을 낡은 틀에서 놓아줘야 한다.'

―약간 이념적으로 들린다. 경영에서는 어떤 측면이 중요한가.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 일종의 '기본기'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판이라는 것은 A라는 사실과 B라는 사실이 서로 상충될 때 어느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 판단을 너무 늦게 내려도 안 되고 성급하게 내려도 안 된다.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나 실기(失機)로 국제무대에서 사라지는 기업들을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지 않나.'

―강연에서는 신문 읽기를 권유했던데.

'반드시 종이신문을 읽으라고 한다. 신문에선 내가 보고 싶거나 보기 싫거나,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 이야기까지 골고루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통해 종합적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

―요즘 세대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하지 않나.

'인터넷에는 낚시성 제목을 단 이야기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기사가 넘쳐난다. 이분법적 사고 틀을 답습한데다 뉴스까지 인터넷으로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면 이분법적 사고가 심화된다. 사회 흐름을 균형 있게 보지 않고 자꾸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신문이 갖는 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터넷에는 온갖 뉴스가 떠다닌다. 스피디하고 리얼타임으로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는 그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재단해 필요한 정보만 습득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종이신문은 인터넷처럼 무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공간에 독자들이 알아야 할 것을 골라 실은 것이다. 그래서 유용하다. 기사의 질(質)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오늘(12일) 신문에는 중국의 시진핑이 공식석상에 열흘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면서 다양한 견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더라. 그런데 인터넷은 팩트 나열에 루머성 내용까지 시시콜콜하게 올린다. 사안의 경중을 따지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신문이 1면에 무엇을 다루고 사설에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보면 사고의 프레임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

―강연에서 그런 이야기에 학생들이 쉽게 수긍을 할지 모르겠다. 기성세대의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한다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신문에 대한 이야기는 전체 열정락서 40분 강의에서 2~3분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강의가 끝난 후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앞으로 무엇부터 할지 정했다. 일단 신문부터 읽어야겠다. 이런 글이 많이 올라온다.'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최첨단 디지털 매체를 만드는 회사에서 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얼핏 모순돼 보인다.

'모순적이지 않다. 정보화 이후 너무 디지털적인 것만 부각됐다. 사회가 균형 발전하려면 아날로그적 요소가 가미돼야 한다. 10년 전 IT가 처음 선보였을 때 종이 소모량이 줄 것이라고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종이 소비는 줄지 않았다. 사회는 항상 예측대로 가는 것이 아니다.'

◇"스펙보다는 스토리 있는 삶"

―소위 '스펙'(specification·구직에 필요한 다양한 조건을 의미)을 쌓을 필요 없다는 이야기도 했다. 스펙은 보지 않나.

'안 본다. 최근 어느 대학에서 학점 재수강제를 바꿔서 D학점 이하는 재수강을 허용하지만 C학점은 허용 않는다고 발표했는데 잘한 일이다. '스펙 쌓기' 때문에 학점 따기 쉬운 과목만 듣는 경향이 있다. 한 명문대 학장한테 교수가 '터프하게' 가르치거나 어려운 과목은 수강신청 미달로 폐강된다는 말도 들었다. 스펙 쌓기가 대학 교육까지 왜곡시켰다.'

―그 정도면 학점을 신뢰할 수 없겠다.

'우리는 입사 지원 자격인 학점 평균 3.0 '허들'만 넘으면, 학점은 당락에 영향이 없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 회사에 기여를 하는 사람 아닌 사람 구분해 봤을 때 학점이나 학교, 출신 지방이나 집안, 어학실력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무엇을 보나.

'면접 때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 창의성·도전정신·열정·끼 이런 것을 충족시킨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구체적인 면접 기법은 말할 수 없다. 양해해달라. 1시간 동안 피면접자의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말과 행동·생각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벗겨 내는' 작업이다.'

―강연에서 스토리가 있는 사람을 강조했던데.

'최근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를 30개 한 사람, 사회봉사 5000시간을 채운 사람, 티켓몬스터 창업 멤버 등을 신입 사원으로 채용했다. 모두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다.'

―그들에게는 사회봉사나 아르바이트, 창업경험이 일종의 스펙 아니었을까.

'그래서 심층 면접을 한다. 예를 들어 5000시간 봉사한 사원은 대학 시절 남들이 어학연수 가느라 휴학할 때 봉사활동을 위해 휴학을 했더라. 경력에 과장된 것은 없는지 등을 집중 체크해 채용을 결정했다.'

―20대 구직자들에게 스토리 있는 삶은 막연하다.

'억지 스토리를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삶에 대한 철학과 콘셉트를 갖춘 사람을 찾는다고 보면 되겠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면 스토리가 된다. 스펙 쌓기보다 차라리 그런 것을 고민하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너무 '힐링'(위안)을 찾는다는 말도 있고,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영합한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노마드'라고 할 정도로 신세대는 정보에 대한 이해와 습득에서 유능하다. 상대적이지만, 나약한 면도 있고 주인의식이 희박한 면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면 놀라운 창의력을 보여주는 세대다. 채용을 해보면 잘하는 친구들은 굉장히 잘한다.'

―젊은 시절 기성세대를 받아들이는 편이었나, 반항적이었나.

'앞 세대의 희생 때문에 그나마 우리가 이 정도 살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지금 젊은 세대가 우리를 그렇게 봐줄까 생각하면 아니다. 강연에서 파독 광부·간호사나 월남전 참전으로 유입된 외화가 소위 '시드머니'(종잣돈)가 되어 우리 경제가 일어섰다고 하면 '그런 것도 있었나' 하는 표정을 짓는다. 국가적 경험의 단절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행인 것은 그런 소통이 이제 시작됐다는 점이다. 콘서트든 박람회든 이런 장이 많아져야 할 것 같다.'

―인사 한 분야에만 28년 종사했으니, '사람을 척 보면 아는' 수준이겠다.

'과장 부장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모르겠다. 오히려 첫인상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렇게 경계하는데도 첫인상에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 뇌에는 '첫인상 편향'이 있는 것 같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직원이 나은가,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이 나은가.

'솔직히 시키는 일 잘하는 사람이 좋다. 그러나 회사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임원 교육할 때도 '순종하는 사람 좋아하지 말고, 소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래야 조직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너무 자기 위주로 사고하는 직원도 있지 않나.

'개발부서에 배치됐다가 협력업체 나가서 부품 검사하고 자재 샘플 구해오라고 했더니 '개발자인 내가 왜 그 일을 하느냐'고 한 직원이 있었다. 장담컨대 10년 지나면 책상에서 개발만 한 사람보다 협력업체 부품 현장 경험하고 샘플도 구해본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 그런 사람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자기 것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고 남의 것도 잘되게 해야 회사가 잘 되는구나 하는 것을 몸으로 깨닫는다.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이다. 자기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일기가 내 삶의 원동력”…삼성SDS 인사담당 전무의 노하우

조선비즈| 기사입력 2013-03-23 13:54 | 최종수정 2013-03-23 14:34 기사원문
 
 
한승환 삼성SDS 인사담당 전무 /열정락서 측 제공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세요. 스펙은 남들이 만들어놓은 남의 이야기입니다.”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삼성그룹 ‘열정락(樂)서’에 강연자로 나선 한승환 삼성SDS 인사팀장(전무)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돼있었다. 기업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은 채 인생 선배이자 멘토로서 대학생들 앞에 선 한 전무는 “여러분은 우리나라의 가장 탁월한 세대이면서도 스펙과 틀에 갇힌 세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무가 제시한 해답은 스토리(이야기)였다. 타인과는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 한 전무는 서울 남산의 ‘사랑의 자물쇠’를 한가지 사례로 들었다. 자물쇠가 남산을 이야기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고, 그 덕에 남산 사랑의 자물쇠는 외국인들이 꼽은 ‘서울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소’가 됐다는 것.

한 전무는 이날 학생들 앞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일기장을 공개했다.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아 일기장 곳곳에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내면의 방황을 많이 겪은 한 전무는 이듬해 봄 가출을 결심하고 아버지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그는 “밤새 아버지로부터 아픈 질책을 들은 뒤 아버지와 껴안고 아픈 밤을 지새웠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한 전무는 “고민하고 방황했던 때도 일기 쓰는 일을 절대 게을리하지 않았다”면서 “일기는 그 시절 내 거울이자 나침반, 유일하게 진정한 친구였다”고 밝혔다.

오랜 시간에 걸친 일기쓰기는 한 전무에게 사고력을 길러줬다. 그리고 한 전무가 삼성에 입사한 뒤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한 전무는 지난 1995년 삼성의 인사 혁신 방안에 ‘열린 인사’라는 키워드를 접목했다. 스펙과 배경을 바탕으로 한 차별을 없애고 현재의 조건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더 많이 관심갖는 채용이 바로 열린 채용이다.

한 전무는 “열린 인재는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고, 닫힌 사람은 스펙을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스토리가 있는 인재는 내면이 견고해 언제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게 한 전무의 설명이다.

 

한 전무가 말하는 ‘열린 인재’란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지녔으며 ▲열정을 갖고 몰입할 줄 알며 ▲모든 일에 대해 남다른 호기심을 지녔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한 전무는 “특정 학문을 전공하고 싸트(SSAT, 삼성그룹 입사 필기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얻어야만 삼성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인식을 깨버리라”고 말했다.

지난 18~22일 삼성전자와 삼성SDS에서는 인문계 전공자 200명을 선발해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는 ‘삼성 컨버전스 SW 아카데미’ 지원자를 모집한 바 있다. 한 전무는 “삼성SDS에만 200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그룹에는 한문을 전공한 IT 전문가, 작곡가 출신 모바일 웹 개발자 등이 있다. 2012년 삼성그룹에 채용된 신입사원들의 전공은 총 110가지에 달했다. 국내 주요 종합대학의 전공 종류가 100~150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110개의 각기 다른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이 입사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수치다.

이날 한 전무는 즉석에서 관객 중 세명을 선발해 모의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세명의 지원자에게 실제 채용면접과 유사한 질문을 던진 뒤 대답을 듣고, 첨삭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 전무는 이들에게 ‘일기쓰기’를 실제로 해볼 것을 권유하며 다이어리와 펜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한 전무는 “면접이란 그 사람의 가능성을 심층 관찰하는 시간”이라면서 “면접장에 들어오는 시간부터 나가는 시간까지 모든 것이 관찰대상이기 때문에 시선처리, 목소리, 눈빛 등 비언어적 요소들에도 모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연 내내 학생들에게 많은 호응과 박수를 받은 한 전무는 마지막으로 “취업이 늦어진다 해서 조급해하지말라”면서 “난관의 타파기가 늦어질 수록 그 터 위에 올리는 ‘인생’이라는 건축물은 더 크고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환 삼성SDS 전무가 강연 중 즉석에서 학생들을 초청, 모의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노자운 기자

[노자운 기자
noja@chosun.com] 
 

'올해 처음 실시하는 삼성SCSA, 경쟁률 20대1 넘어'

전자신문| 기사입력 2013-03-24 14:03 기사원문

삼성그룹이 올해 처음 실시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지원 경쟁률이 20 대 1을 넘었다.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융합형 인재가 채용 대상이다.지난 22일 세종대에서 열린 삼성그룹 주최 대학생 대상 토크 콘서트인 '열정락(樂)서'에서 한승환 삼성SDS 인사팀장(전무)은 “오늘 문자를 받았는데 삼성 SCSA에 2000명이 훨씬 넘는 인원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SCSA는 삼성그룹이 인문계 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SW) 직무 특별 채용 프로그램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력을 채용해 SW교육을 실시하고 융합형 SW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우선 삼성전자와 삼성SDS 대상으로 상반기 100명, 하반기 100명을 선발한다. SCSA 합격자는 입사내정자 자격으로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삼성 SW엔지니어로 입사 자격을 부여 받는다. 22일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한 전무는 강연에서 “삼성SDS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는 융합형 인재”라며 “단순한 스펙보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융합형 인재는 오직 공부와 스펙 쌓기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의 일부 같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 입사자 중 여성과 지방대 출신이 각각 30%와 35%에 이른다는 통계도 소개했다. 고등학교 졸업자도 700명에 이른다. 작년 신입사원 중 30세 이상이 650명이고 최고령 입사자는 35세로 연령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 전무는 강연 전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지난해 채용 규모인 900명 수준에서 조금 많거나 적을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인해 그룹 계열사 모두 채용규모를 확정짓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졸 채용도 작년 수준인 100명 규모로 예상된다. 이날 열정락서 콘서트에는 개그맨 김기열씨 사회로 한 전무 외에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와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이 대학생 대상으로 강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삼성 면접시, 절대 해서 안되는 3대 금기사항은

조선일보| 기사입력 2013-03-24 14:37
삼성그룹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연 콘서트 ‘열정락서 2013시즌(시즌4)’이 이달 22일 저녁 서울 세종대에서 첫 강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열정락서’는 삼성이 젊은이들에게 각자 인생의 비전 수립과 진로 설정에 도움을 주고자 사회 각계 명사들을 초청해 2010년 첫 시작한 강연프로그램이다. 무료로 진행되는데다 연단에 서는 강사를 연예인·운동선수 등 다양한 경험의 인사들을 세워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첫 강연에는 한승환 삼성SDS 인사팀장(전 삼성그룹 인사팀 상무),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전 명지대 교수) 등이 강사로 나왔다. 강연 내용 중 독자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을 질의응답(Q&A) 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한승환 삼성SDS 전무는 “젊은이들이 스펙(spec)보다는 자기 만의 스토리(story)를 가져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그렇게 궁금해하는 입사 면접에서도 이런 스토리가 있는 젊은이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면접위원의 4단계 질문 전략’과 ‘3가지 면접 금기 사항’ 등 삼성에서 적용되고 있는 면접 실무 노하우를 직접 공개했다.

한 전무는 삼성그룹에서 20년 동안 인사 업무만 담당한 대표적 인사통으로, 1995년에는 그룹에 첫 도입한 개방형 채용 제도인 ‘열린 채용’ 실무를 맡았다. 현재 삼성SDS 인사팀장이지만, 이달 초 삼성그룹이 의욕적으로 발표한 인문계 인력 대상 소프트웨어 전문가 선발과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실무 총책임자이다.

-오늘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는 가능성이다’라는 말이다 ”

-인사 업무만 20년간 했는 느낀 점은?

“젊은이들은 늘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다. 다만 각자 갖고 있는 가능성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 하는 점을 많이 느껴왔다.”

-무슨 뜻인가?

“젊은이들이 이른바 ‘스펙(취업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뜻하는 은어)’에 지나치게 갇혀 있다. 그보다는 자기만의 가능성을 어떻게 끌어내 펼쳐낼 것인가 더 고민하면 좋겠다. 그늘에 갇혀 있는 해시계는 뛰어난 능력이 있지만 해가 있는 곳에 있어야만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젊은이들도 자신을 스펙의 프레임 안에 가둬 놓으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그늘에선 나와야 여러분의 세상이 열린다.”

-취업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게 쉬운가?

“비유를 하자면 스펙은 꽉 막힌 교통 체증과 비슷하다. 스펙을 쫓아가는 길에서는 교통 체증에 막혀 자기 앞의 차를 결코 앞서갈 수가 없다. 스펙은 그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을 쉽게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 스펙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바로 자기 만의 스토리(story)다. ”

-무슨 말인가?

“맹목적으로 남을 좇아할 게 아니라 자기만의 경험, 자기만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곳이 여러분의 진짜 스토리가 시작되는 스토리의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다. 가령 남이섬은 예전에 고성방가하고 술먹는 공간이었으나 최근에는 폐자재들을 활용해 새로운 문화와 여행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남산타워 뒤편에 가면 후미진 공간에 사랑의 자물쇠가 수 없이 채워져있다. 이걸 보러 일부러 해외에서 여행객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일반적으론 가장 드러내기 꺼려하는 후미진 공간이 가장 매력적인 장소가 됐다. 이게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남이 만든 모방된 스펙으로부터 빠져 나오길 바란다.”

-스펙보다 스토리로 취업이 가능한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절대 스펙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삼성만 해도 지난해 신규 채용 사원을 분석해봤더니, 여성 비율이 30%, 지방대가 35%, 저소득층이 5%, 그리고 고등학교만 나온 인재들도 700명이나 뽑았다. 작년 입사자 중에 30세 넘은 사람이 650명이고, 신입사원 최고령 입사자 나이는 무려 35세나 된다. 삼성 그룹 신입 사원 입사자를 배출한 대학 수가 120개나 된다. 전공을 따져봤더니 무려 학과 수가 무려 110개나 되더라. 이런 추세는 삼성만이 아니다. 다른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정말 그런가?

“직원 채용 필드에서 오래 일한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채용의 본질이 뭐냐 하면 바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딜(deal)을 주고 받는 것이다. 회사는 채용해서 그 사람이 앞으로 회사에서 보여줄 가능성을 사는 거다. 개인은 취업 과정에서 그런 자신의 가능성을 세일즈하는 것이다. 회사가 정말 관심있는 건 여러분이 지금 무얼 갖추고 있냐 보다 그 후보자가 얼마나 어떻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냐, 어떻게 회사를 성장시킬 거냐, 그 가능성 높은 사람을 회사가 선택하는 거다.”

-입사 지원자가 참고할만한 구체적 면접의 팁을 얘기한다면?

“특별한 것보다는 무엇보다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자신만의 경험, 그 경험에 생각이 뿌려져 발효가 되면 스토리가 된다. 면접 듣는 사람이 ‘어 이거 못 들어본 이야긴데’ 이런 생각이 들도록 관심 갖도록 만들어라. 그 여러분의 스토리를 여러분의 언어로 여러분의 방법대로 열정과 진정을 담아서 잘 전달해라. 그를 위해선 평소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자기만의 생각으로 내재화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회사 입장에서 면접이란 지원자의 마음 속을 심층 관찰하는 것이다. 면접장에 들어오고부터 나가기까지 모든 걸 관찰한다. 언어적 요인 뿐 아니라 비언어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시선 처리나, 제스추어, 목소리 그 모든 것이 관찰 대상이다.”

-면접 질문들은 어떤 것들을 주로 하나?

“통상 네 단계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여는 질문으로 서로간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한 인사성이다. 이건 답변 내용 보다는 주로 인상을 좌우하는 요인이니 자신감 있고 또렷하게 대답하면 좋다. 두번째는 써낸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본적 사실 확인 질문들이다. 개인의 관심 분야를 체크하기도 하고, 우리 회사에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닌 지 확인한다. 세번째 질문이 개방형 질문으로 이게 진짜 질문인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생각을 묻는 질문이다. 때로는 우리가 상황을 주어주거나 직장 내 선후배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설정을 제시하고 답변을 요구한다. 이 질문은 그 팩트에 자신의 생각을 녹여서 의미있는 답변을 해줘야 한다. 마지막은 네 번째 심층질문이다. 면접위원들이 후보자들을 압박해서 그 사람의 속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다. 어느 질문이든 평소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당당히 대답할 수 있다.”

-면접 때 절대 해서 안 되는 게 있다면?

“개인적으로 내가 점수를 가장 박하게 주는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레코드 테잎 돌아가듯 하는 단순암기형 답변이다. 암기형 인력은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전혀 아닝다. 그래서 면접 때 설혹 자기가 잘 아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질문 하자마자 바로 총알처럼 답변하는 것은 좋지 않다 (웃음) 아무리 준비한 거라도 안 돼요. 두 번째는 장황한 설명이다. 말 그대로 이것저것 나열하는 건데, 의미 있게 엮이지 않은 팩트들을 죽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세번째는 목소리가 작거나 식은 땀 나거나 등 자신감 없어 보이는 제스처들이다.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모른다고 자신감있게 대답하는 게 낫다.”

[탁상훈 기자
i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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