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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심리학 열풍의 주인공 맬컴 글래드웰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4,514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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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심리학 열풍의 주인공 맬컴 글래드웰]고객 마음 꿰뚫어 본 경영서 저자 맬컴 글래드웰…심리학자도 그 앞에선 개 숙인다

| 기사입력 2012-10-04 09:11
 
 
1963년생/ 캐나다 토론토대 트리니티칼리지 역사학과/ \\n아메리칸 스펙테이터 기자/ 워싱턴포스트 뉴욕지부장/ \\n뉴요커 기자/ 작가(현)
2006년 5월 미국 심리학회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연차 학술설명회에 맬컴 글래드웰(49)이 연사로 초청을 받은 것이다. 심리학회는 미국에서 그 어느 학회보다 학문적 자존심이 강해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인사를 초빙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심리학 박사 학위는커녕 학부 전공도 하지 않은 맬컴 글래드웰이 기조연설을 했다는 사실에 미국 지성 사회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국 심리학회는 맬컴 글래드웰이 행동심리학의 대중적 관심을 촉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그를 기조연설자로 초청한 것이다. 요즘 서점가에서 수없이 찾아볼 수 있는 행동심리학 또는 인지심리학 이론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처음 소개한 사람이 바로 맬컴 글래드웰이다.
 
학자 아닌데도 미국 심리학회 기조연설
예를 들어 천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1만시간만 노력하면 한 분야에서 달인이 될 수 있다는 법칙이 있다. 흔히 ‘1만시간의 법칙’으로 불리는 이 법칙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 법칙과 관련한 책들이 부지기수고, 1만시간의 법칙을 실천하자는 모임이 많다. 스마트폰이 유행하면서 1만시간의 법칙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사실 1만시간의 법칙은 안데르스 에릭손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가 1990년대 최초로 주장한 법칙이다. 그렇지만 애초 이 심리학과 교수의 논문은 세간의 관심과 거리가 멀었다. 대중들은 이런 법칙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 법칙을 전 세계로 전파한 사람이 바로 맬컴 글래드웰이다. 맬컴 글래드웰은 2008년 저서 ‘아웃라이어’를 통해 1만시간의 법칙을 언급했다. 매일 3시간씩 10년을 노력하고 연습하면 특정 분야에서 높은 수준에 다다를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1만시간의 법칙을 실천하기 위해 뛰어들면서 1만시간 열풍이 불기도 했다.
어렵거나 복잡한 학문을 쉽게 설명하는 재주 덕분에 학계에서조차 인정받은 맬컴 글래드웰은 누구일까.  
캐나다 국적의 맬컴 글래드웰은 평범한 청년이었다. 캐나다 토론토대(University of Toronto)의 트리니티칼리지(Trinity College)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광고회사에 취업하고자 했지만 여러 번 낙오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보수적인 미국 잡지 아메리칸 스펙테이터(The American Spectator)에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 시절 기숙사에 로널드 레이건의 포스터를 붙여놓았을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평범한 청년 시절을 보냈지만, 그의 책에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독특한 시각이 빛을 발한다. 이는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가계와 집안 내력을 기록한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 에필로그를 보면, 맬컴 글래드웰의 선조는 노예였고, 어머니는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으로 백인인 영국인 아버지와 결혼했다. 그는 어머니의 시각에서 ‘백인과 결혼한 흑인’의 심리를 추측한다. 이런 집안 내력이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크다.
맬컴 글래드웰의 필력이 빛을 발한 것은 1987년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 ton Post)지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그는 9년 동안 뉴욕지국 비즈니스·과학 담당 기자로 일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닉슨을 사임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적이 있는 미국의 저명한 일간지다. 이 당시 기자로서의 경험은 훗날 맬컴 글래드웰이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맬컴 글래드웰 본인도 “워싱턴포스트에서 일을 시작할 때는 바보였지만, 끝날 때는 전문가가 됐다”고 회고한다.
 
흑인 어머니·수학자 아버지에 영향
 
 
1996년에 맬컴 글래드웰은 미국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에 스카우트된다. 뉴요커에서 그는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를 출간한다. 뉴요커지에서 본인이 썼던 인기 기사를 모아 2000년 ‘티핑 포인트’를 출간한다. 당시 그는 선인세로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2005년에는 직관의 힘을 강조한 ‘첫 2초의 힘 블링크’를 출간한다. 블링크를 출간하며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진다. 2005년 미국 시사 잡지 타임(TIME)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고, 액센츄어가 선정한 ‘일류 비즈니스 전문가 50인’에서 2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내용을 다뤄 경영의 구루라는 호칭을 얻게 해준 ‘아웃라이어’는 2008년 출간됐다. 그럴듯한 박사 학위가 있거나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 자메이카 이민자 집안의 혼혈인이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구루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미국 경영 월간지 패스트컴퍼니는 맬컴 글래드웰을 ‘록 스타 수준의 인기를 얻고 있는 영적인 지도자’로 표현했다. 아웃라이어를 집필하면서 맬컴 글래드웰이 받은 선인세는 400만달러(약 45억원)다.
15년 동안 워싱턴포스트와 뉴요커에서 근무하며 연재했던 칼럼 중에서 19편을 뽑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2009년 출간했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그가 출간한 책은 모두 4권에 불과하다. 다작을 하지는 않았지만 4권 모두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맬컴 글래드웰은 새로운 이론을 최초로 만들었다거나,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독파를 했다거나,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가 대중화한 이론들은 이미 학계나 전문가 집단에 소개된 개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이유는 깊이 있는 내용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했기 때문이다. 정성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심리학, 인지심리학, 사회학 분야의 중요하고 재미있는 과학적 발견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잘 전달한 스토리텔러”라고 맬컴 글래드웰을 정의하며 “그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쉽고 빨리 읽을 수 있어 다양한 학문의 대중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기자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그는 대중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다. 또한 기사를 쓰면서 딱딱한 내용을 쉽고 맛깔스럽게 풀어서 이야기하는 방법도 알았다. 다시 말해 전문가가 아닌 그였지만 필력으로 지금까지 출간한 책을 전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말이다.
 
WSJ 선정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4위
특히 그가 사례로 제시하는 내용은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일화를 근거로 결론을 도출한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뉴욕타임스로부터 ‘논리가 박약하고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맬컴 글래드웰은 평범한 현상에서 특이한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특한 개념을 이끌어내는 데도 통찰력을 보여준다. 사회학이나 심리학 등 경영과 무관할 것처럼 보이는 영역의 개념을 경영학에 접목한 부분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경영인들이 경영에 필요한 통찰력을 경영 이외의 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그가 경영학의 구루로 인정받아 강연을 할 때마다 수만달러를 받는 이유다.
맬컴 글래드웰은 제1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 10월 9일 오전 10시 50분부터 70분 동안 진행되는 세계지식포럼 특별 강연에서 맬컴 글래드웰은 ‘약자의 역설’이라는 새로운 법칙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강연을 통해 글래드웰은 스포츠, 사회복지, 범죄조직, 국가정책 등에서 관찰한 사례를 통해 승리하는 약자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편 같은 날 비스타홀 앞 북카페에서 맬컴 글래드웰은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팬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경제·경영에 영향을 미친 맬컴 글래드웰의 저서
 
티핑 포인트
사례 통해 유행의 원리 밝혀
 
 
단순한 아이디어가 극점에 도달했다가 소멸하는 과정을 설명한 책이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책이나 영화, 음악이 어느 순간 갑자기 엄청난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처음에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다가, 엄청난 기세로 유행을 타는 임계점을 티핑 포인트라고 한다.
맬컴 글래드웰은 이 책을 통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설명한다. 이 책에 따르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는 데는 3가지 법칙이 작용한다.
소수의 법칙은 열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소수의 인물이 엄청난 유행을 야기한다는 법칙이다. 세계를 한곳으로 모으는 재능을 가진 커넥터(connector), 사람들을 새로운 정보와 연결해주는 메이븐(maven), 제품(세계관)을 구매하도록(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세일즈맨(salesman) 등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고착성의 법칙이다. 여기서 고착성이란 메시지가 어떤 사람의 기억 속에 고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적 네트워크가 유리하더라도 메시지가 부실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메시지를 고착할 수 있는 매력이 필요하다.
셋째, 상황의 법칙은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위 상황이 특정 메시지가 전파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법칙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될 때 작은 아이디어도 큰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블링크
신중한 결정보다 신속한 결정이 정확
 
 
과학적인 데이터나 오랜 분석보다 인간의 순간적인 통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방대한 양을 처리하는 기계도 인간의 본능적인 정보 처리 과정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83년 장 프랑코 베니치라는 미술상은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석상 ‘쿠로스상’을 미국 캘리포니아 폴게티박물관에 판매하려고 시도했다. 폴게티박물관은 전자현미경, 마이크로분석기, 질량분석계 등 첨단 기계와 지질학자, 변호사 등 수많은 전문가를 동원해 14개월 동안 분석한 끝에 이 석상이 진품이라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박물관 운영위원이었던 에블린 해리슨은 조각상을 본 순간 ‘무언가 미심쩍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이 조각상은 1980년대 로마의 모조품 제작소에서 만들어진 가짜였다. 수 초 이내에 이뤄지는 직관적인 판단은 이성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블링크’에서 저자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직관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동시에 직감이 주는 이미지에 대한 오류나 속임수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순간적인 직관은 그냥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고뇌와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전제로 할 때, 눈 깜빡하는 순간의 순간적인 판단력은 오랜 이성적인 분석보다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아웃라이어
성공의 비결은 ‘노력’과 ‘기회’
 
 
1만시간의 법칙, 깨진 유리창의 법칙 등을 대중화한 매우 유명한 책이다. 이 책에서 대중화된 내용을 다시 주제로 잡아 나온 책들도 수없이 많다. 맬컴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아웃라이어를 ‘보통 사람들의 범위를 넘어서 성공을 거둔 사람’의 의미로 사용한다.
아웃라이어는 특히 성공과 실패의 비결이 무엇인지 다룬다. 통상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해 지능과 재능, 열정 등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맬컴 글래드웰은 이 책을 통해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노력이 적절한 기회를 만나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주로 1~3월에 태어났다고 사례를 든다. 유소년 아이스하키 리그가 1월 1일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같은 해 출생한 아이들 중 일찍 태어난 아이들이 더 발육 수준이 좋을 확률이 크다. 발육 수준이 좋은 아이들은 코치들의 관심을 보다 더 받게 되고, 이로 인해 더 좋은 훈련을 받아 아이스하키 선수로 선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의 상당 부분이 사회나 행운 덕분이라는 논리로 귀결된다. 그래서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은 겸손해야 하며, 실패한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선 안 된다’고 말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76호(12.09.26~10.09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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