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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엄마가 행복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4,462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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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엄마가 행복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 기사입력 2012-10-15 03:09

 
 
도움말 주신 분(사진 왼쪽부터 순서대로) 송지희(46) '엄마도 위로가 필요하다'(알에이치코리아) 저자, 고교 2년생 자녀 둔 엄마 김선미(41) '불량육아'(무한) 저자, 초등 5년생 자녀 둔 엄마 임경선(40) '엄마와 연애할 때'(마음산책) 저자, 6세 자녀 둔 엄마./염동우 기자 ydw2801@chosun.com, 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

엄마가 자기 삶에 몰입하는 모습 보여야

대리만족 금물… 아이와 적정 거리 유지를

자녀의 멘토·롤모델로 나서고 싶다면?

학원비 줄여 자기계발에 투자해보세요

요즘 서점가에 '엄마용 힐링(healing·치유)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힐링'이 필요하다는 건 그만큼 '이 시대 엄마들이 아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살, 집단 따돌림 등 청소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자녀 인성 문제에 관심 갖는 엄마가 늘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행복을 돌아보는 엄마는 드물다. '나'보다 '아이'가 우선인 엄마가 정말 좋은 엄마인 걸까? 이와 관련,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엄마 힐링서'를 펴낸 세 저자의 생각을 들었다.

◇자녀에게 가장 짐 되는 말 “널 어떻게 키웠는데…”

요즘 엄마들은 ‘명문대 입학은 엄마에게 달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답답해진다. 엄마는 ‘무능한’ 자신 때문에 아이가 실패할까 봐 늘 전전긍긍한다. 툭하면 ‘자녀 교육만큼은 잘 시켜야 한다’는 강박 증세에 시달린다. 싫다는 아이를 채근해 학원에 보내고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아이를 닦달하는 건 다 그 때문이다. 하지만 세 사람은 “엄마의 불안과 욕심은 결국 둘 모두에게 상처가 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지희(이하 ‘송’): “(엄마는 불행하지만) 너만은 꼭 성공해서 행복하게 살아라” 같은 얘긴 잘못된 거예요. 불행한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거든요. 엄마의 스트레스와 열등감은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특히 ‘내가 너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같은 말은 아이에게 엄청난 짐이 돼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이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 싶으면 죄책감을 느껴요. 아이를 제대로 보려면 성적표 대신 엄마 자신의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인가, 지금 내 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엇인가 등을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김선미(이하 ‘김’): 전 아이가 다섯 살 무렵까지 교육에 엄청난 욕심을 부렸어요. 비싼 교구를 사 안기고 종일 문화센터 같은 곳에 끌고 다녔죠.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를 쥐 잡듯 하는 제 자신을 깨달았어요. 돌이켜보니 당시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친구들을 보며 느낀 상대적 박탈감을 교육으로 풀려고 했던 거였어요. ‘평범한 엄마’인 제가 ‘영재 부모’의 자녀 교육서 속 방식을 따라 하려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이후 제 한계를 인정하고 교육 방식이나 환경을 제게 맞췄더니 한결 수월해졌어요. 아무리 좋은 교육법도 엄마에게 벅차다면 당장 그만두는 게 맞아요. 제 경우, 밤새워가며 교구 만들던 시간에 푹 자면서 심신을 건강하게 다듬었더니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임경선(이하 ‘임’): 전 처음부터 교육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난 일하는 엄마니까 아이와 함께일 때 행복하면 좋겠다’ 정도만 생각했죠. 그러려면 아이도, 저도 무리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싶었어요. 아이가 책이나 장난감을 들고 오면 즐겁게 놀아줬지만 제가 나서서 ‘이걸 갖고 놀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끌진 않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엄마 품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짧잖아요. 그 소중한 시기를 무슨 프로젝트 수행하듯 이리저리 돌리는 게 과연 좋은 교육일까요? 엄마가 애써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는 충분히 ‘빛나는’ 존재예요. 아이와 눈맞추며 대화하고, 아이 생각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빈둥지증후군’ 피하려면 “인생 기준 자신에게 둬야”

자녀 교육에 맹목적으로 매달린 엄마는 자녀가 초등 고학년이 될(늦어도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십중팔구 ‘빈둥지증후군’을 앓는다. 빈둥지증후군이란 아이가 더 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존재 가치를 잃고 상실감에 빠지는 엄마들의 증상을 일컫는 용어. 엄마가 ‘인생 무게중심’을 아이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둬야 이런 상황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송: 아이가 중 2 때였어요.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기에 무심코 “같이 볼까?” 했는데 “꼭 엄마랑 봐야 해?”라고 되묻더라고요. 굉장히 슬프고 섭섭했죠. 하지만 그건 지극히 정상적 발달 과정이기 때문에 엄마가 담담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대신 그 시기가 오면 ‘자신을 되찾는 기회’로 삼으세요. 전업주부라면 봉사나 취미 활동 등으로 자기 삶을 가꾸는 거죠. 저도 그 즈음부터 제 일을 더 열정적으로 하게 됐어요. 아이에겐 “(엄마가 지금은 한발 물러서지만)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얘기하라”고 말해줬어요. 이 시기부턴 자녀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아요.

김: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간 후 다시 직장을 구했어요. 아이가 중고생이 됐을 무렵 제가 아이의 멘토 겸 롤모델이 돼주고 싶었거든요. 사실 공부 습관 잡아주는 시기만 잘 넘기면 이후로는 엄마가 아이에게서 한발 물러나도 별문제가 없어요. 학원비를 많이 쓸 일도 없고요. 전 엄마들이 아이 학원비 좀 아껴 자기 계발에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후배 엄마들에게 농담 조로 이렇게 말하죠. ‘10만원 생기면 5만원은 아이 책 사고 나머지는 네 화장품 사라’고요.

임: 우리 가족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부부’예요. 주말 나들이 장소도 ‘나와 남편이 좋아하는 중고서점’으로 정하는 식이죠. 제 일과 삶이 만족스러워야 아이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전 제 아이가 자기 자신을 ‘평범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해요. ‘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란 생각으로 자기 인생을 자발적으로 꾸려나가길 바라죠. 그러려면 엄마인 저부터 그런 삶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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