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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들기 나누기 (1) 스펙 공화국에 멍 든다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5,905
첨부파일
-
씁쓸한 스펙공화국 … 3만 명 몰린 대기업 취업학원도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2-10-26 03:01 | 최종수정 2012-10-26 06:05
[일자리 만들기 나누기]

자기소개서·면접·적성까지 스펙관리 학원 강남만 40곳

22일 서울 역삼동 한 취업 전문학원.

대기업 취업 1차에 합격해 면접을 앞두고 있는 구직자들이 4~5시간에 걸쳐 족집게 '면접 과외'를 받고 있었다. 1년 전 취업영어 학원으로 시작한 이 학원은 자기소개서, 인·적성, 면접까지 스펙 관리를 종합적으로 해주는 학원으로 발전했다. 회원만 2만9000여 명. 특별 면접 컨설팅은 한 번에 25만원, 자기소개서 쓰는 법은 한 시간에 9만원이지만 공채 시즌엔 당일 마감된다. 자기소개서 전문학원과 면접 전문학원도 강남에 40개 이상 성업 중이다.

 올 2월 서울의 사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승진(27)씨는 2년 전부터 영어 점수를 높이고 각종 자격증을 따느라 300만원 넘는 비용을 썼다고 했다. 스펙을 쌓고도 불안해 인·적성 동영상 강의도 들었다는 그는 20여 개 기업 공채에 응시했지만 면접까지 간 경우는 단 두 번이었다. 그는 “자격증 10여 개를 따고도 지금까지 취업 백수”라며 허탈해했다.

 구직자들이 이처럼 취업준비에 막대한 돈을 쓰면서 멍들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대졸공채 경쟁률은 70대 1이 넘는다. 반면 중소기업은 젊은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경남 함안의 J기계공업은 6년째 젊은 인력 수혈이 끊겼다. 58년째 제지 기계를 만들어 한 해 6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해 왔지만 이젠 기업 명맥을 걱정할 처지다. 정계원 관리부장은 “직원 35명의 평균연령이 61세”라고 전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백필규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인력 양성을 위한 산업대를 육성하고, 중기 근로자를 위한 세제 혜택 같은 종합 처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경영학부 김진수 교수는 “ 젊은이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들을 창업시장으로 끌어낼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인·적성검사 잘 보려 학원까지 … 구직자 37% 취업 사교육
중앙일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6면의 TOP기사입니다.6신문에 게재되었으며 6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2-10-26 03:01 | 최종수정 2012-10-26 06:04 기사원문
일자리 만들기 나누기 (1) 스펙 공화국에 멍 든다

주요 기업 신입사원들 '평균' 보면

학점 3.7, 토익 852점, 자격증 1.8개

연세대 4학년 김선희(24·가명)씨는 “기업 채용 면접을 보게 되면 얘기할 거리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학과 대표, 총학생회 사무장, 보육시설·요양원 봉사활동 같은 경력이 많기 때문”이라며 “호프집 운영까지 해 봐서 요즘 기업 입사에 중요하다는 '개인이력 스토리텔링'에 자신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올 상·하반기 기업 40곳에서 모두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게다가 그중 절반은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김씨는 “스펙(점수화할 수 있는 조건) 때문인 것 같다”며 “학점 3.7(만점 4.5)점에 토익 770점으로 주변 친구들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고 했다. 그는 지금 영어는 물론 자기소개서 강사까지 찾고 있는 중이다.



 
http://imgnews.naver.net/image/025/2012/10/26/htm_20121026153250105011_59_20121026060404.jpg


 학점 3.7, 토익 852점, 자격증 1.8개.

 대기업 10곳 신입사원의 평균 스펙이다. 취업포털인 잡코리아가 1008명을 분석한 결과다. 최근 대기업들이 “스펙을 보지 않겠다”고 하지만, 합격자의 스펙은 여전히 높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기업들이 스펙을 보는 경향은 뚜렷하다. 무엇보다 지원자가 많아서다. 한 그룹의 채용담당 부장은 “1998년께 인터넷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서류접수가 3~5배 늘었다. 점수로 걸러 사람을 줄이지 않으면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비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사정이 어려워질수록 스펙을 보지 않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이 그룹의 올 하반기 공채 경쟁률은 80대 1에 달했다.

 또 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서류에서 스펙 쓰는 항목 자체를 없애버린 곳도 있지만, 자기소개서에 점수를 써넣는 것까지 막을 순 없지 않겠나”라며 “스펙으로 거르지 않기란 국내 대기업 사정에 비춰봤을 때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자 스펙이 높아지면 '대기업 입시' 시장도 따라 커진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구직자 500명 중 36.8%가 “영어·자격증·면접과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학원·컨설팅 같은 취업 사교육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한 달에 27만원씩 쓰고 있었다. 2009년엔 30%였다. 또 83.2%가 “사교육의 효과가 크다”고 해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최근 대기업 입시학원엔 학점·토익·경력 같은 스펙을 한꺼번에 관리해주는 '취업 컨설팅'은 물론 인성면접에 대비하는 강의도 나왔다. 집중면접·토론까지 훈련시킨다.

 창의성·잠재력을 보기 위해 기업별로 개발하는 '인·적성 검사'에도 족집게 강사가 등장했다. '모 기업에서 6년 동안 채용을 담당한 강사가 이틀 동안 인·적성 검사 집중 강의를 해준다'는 식이다.

 서울의 한 대학 경영학과를 다니는 김은진(24)씨는 “인·적성 검사 동영상 강의는 기업별로 15만원이 든다. 10개 기업에 응시하면 150만원”이라며 “4~5명이 스터디 그룹을 짜서 돈을 나눠 내고 공부하는데, 학교 스터디룸에 가면 함께 동영상을 보는 풍경이 흔하다”고 했다. 김씨는 상반기 절반 이상의 기업 인·적성 검사에서 떨어졌지만, 강의를 듣고 난 하반기엔 거의 모든 기업에서 이 검사를 통과했다.

 '취업 과외' 시장은 뽑는 기준이 모호해서 더 과열된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서류·면접 같은 전형별로 지원자 숫자를 추리는 규모, 합격자의 점수, 합격·탈락 이유 같은 것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성균관대 심리학·국제통상학과를 졸업한 이지연(24)씨는 “기업 채용은 떨어져도 그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불안함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학점 3.67점이고 토익은 945점, 토익스피킹 7급이다. 또 회의 진행을 돕는 자격증, 영국 세계잼버리 자원봉사 경력, 대학 미식축구부 매니저 이력도 있다. 호주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하지만 20~30여 곳에 응시했다가 모두 떨어졌다. 이씨는 “기업 채용설명회에 가봐도 '창의성' '성실함' 같은 당연한 단어만 나온다”며 “결국엔 점수로 보이는 스펙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 바퀴벌레 몇 마리? 이건 구글 면접 핵심 아니다”
중앙일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7면의 4단기사입니다.7면4단| 기사입력 2012-10-26 03:01 | 최종수정 2012-10-26 06:04 기사원문
 
 
김지영 구글코리아 인사담당 상무

“아무리 톡톡 튀는 질문일지라도 그가 할 일과 관련된 것만 물어”

“지원자가 어떻게 일할지를 알아볼 수 있는 질문만 던진다.”

 구글코리아의 인사담당 김지영(사진) 상무가 알려준 구글 면접의 원칙이다. 구글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연말에 조사하는 '일하고 싶은 직장'에서 지난 2년 모두 1위에 올랐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에 앞섰다.

 2006년부터 인사담당으로 일해온 김 상무는 “구글은 지원자가 실제로 일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사람을 뽑는다”고 설명했다. “흔히 알려진 '전 세계 바퀴벌레는 몇 마리?'와 같은 질문은 구글 면접의 핵심이 아니다”며 “톡톡 튀는 질문이어도 그 사람이 하게 될 일과 관련 있는 것만 한다”는 것이다.

 -이력서와 면접만으로 사람을 뽑는다. 면접에선 어떤 걸 물어보나.

 “인사 담당을 지원한 사람에게 '20명의 후보자를 찾아야 한다. 어디로 먼저 가서 추려오겠는가'라고 묻는 식이다.”

 -어떤 대답이 좋은가.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1000명을 접촉하는 방법, 그중에서 500명, 20명 이런 식으로 좁혀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논리적인지를 본다. 면접관으로는 같이 일할 사람들이 참여한다. 기본적으론 전 세계 3만 명 직원이 인터뷰어로 들어와 무슨 질문이든 던질 수 있다. 임원면접은 따로 없다. 이 때문에 함께 일할 때 구체적으로 얼마나 잘할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원자 한 사람에 대한 인터뷰 결과지가 A4로 30쪽 정도 나온다.”

 -또 어떤 점을 보나.

 “네 가지 원칙이 있다. 사고력·직무지식·리더십, 그리고 구글과의 조화다. 구글 지원자들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정확히 결정된 상태에서 인터뷰를 한다. 이 때문에 이 분야에 맞는 지식·경력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이는 이력서 심사와 면접에 모두 해당되는 사항이다. 또 채용 직후 연수기간 없이 실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지원자의 실력은 낱낱이 공개된다.”

 -이력서는 어떤 식으로 써내야 하나.

 “백지 두 장이다.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어떤 형식·내용으로든 써낼 수 있다.”

 -올 4월에 한국에서 엔지니어를 뽑아 미국 본사로 보냈다.

 “구글 채용의 원칙 중 하나는 지원자와 합격자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도 인원을 밝힐 순 없지만 각 분야의 엔지니어가 본사로 갔다. 한국에서 인터뷰해 본사로 보낸 것은 처음이다. 한국에서 일하다 본사로 가거나 현지에서 입사한 사람은 있었다. 이들 수십 명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에서 뽑아 보낼 수 있었다.”

 -한국의 구직자들을 인터뷰해 본 소감은.

 “회사 이름만 보고 지원한 사람들도 있어 실력 편차가 분명 느껴졌다. 하지만 수준이 결코 낮지 않았다. 한국 구직자들이 얼마든 자신이 원하는 글로벌 회사에 지원해 일을 잘할 수 있단 희망을 봤다. 정확히 공개하긴 힘들지만 앞으로도 한국에서 뽑아 본사로 보내는 방식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최지영·장정훈·김호정·채승기·조혜경 기자 

인성-적성 시험을 족집게에 합숙까지... ‘충격’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2-10-26 03:16 | 최종수정 2012-10-26 10:46
주요 대기업 인성-적성검사… 취업준비생들 문제집 풀고, 학원선 족집게 합숙특강도

[동아일보]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A 씨(28)는 한국에서 취업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대기업과 금융회사, 공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인·적성 시험’을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한국의 취업 준비생들이 인·적성 시험을 따로 공부하고 연습한다는 사실을 알고 더 놀랐다. “서점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대기업 인·적성 시험 대비 문제집이 쌓여 있더군요. 인성과 적성은 타고나는 것 아닌가요?”

인·적성 검사는 기업이 면접에 앞서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지원자를 골라내기 위해 만든 객관식 시험으로, 주로 직무 적성과 인성을 평가한다. 삼성그룹이 1995년 ‘SSAT’를 도입한 이후 LG, 한화, 두산 등 주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까지 인·적성 검사를 하고 있다.

A 씨 말처럼 인·적성이란 본래 타고나는 것이지만 요즘 취업문이 워낙 좁다 보니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은 문제집을 사고 학원을 다니며 인·적성 시험 성적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인·적성 준비 서적은 31만6900권.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늘어난 27만5400권이 팔렸다. 온라인 취업정보 커뮤니티에는 ‘인·적성 스터디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오고, 취업컨설팅학원들은 인·적성 시험 대비 합숙 특강까지 한다. 한 온라인 학원은 최근 이틀간의 ‘족집게 특강’과 모의고사 2회분을 9만8000원에 판매했다. SK그룹에 입사 원서를 낸 대학생 이모 씨(24·여)는 “인성 평가 때 자신의 인성에 대해 일관되게 대답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나의 성격이나 습성을 미리 기록한 뒤 외우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정말 공부하면 인·적성 시험 성적이 오를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의 인사팀과 함께 서점에서 문제집을 살펴봤다.

▼ 기업 측 “문제풀이 무의미” ▼

자사(自社) 입사 대비 문제집들을 꼼꼼히 살펴보던 인사팀 과장은 부록으로 묶어놓은 기출문제를 보고 “이제까지 한 번도 외부로 공식 유출된 적이 없는데 의아스럽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출 문제를 근거로 한 예상 문제에 대해 “문제은행에서 골라내는 게 아니라 매년 상·하반기 공채 때마다 문제 유형을 새로 개발하기 때문에 문제집을 푸는 게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많은 문제를 맞히기보다는 어떤 문제를 맞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 인성평가에서 완벽주의자적 성격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 지원자가 모든 수학 공식과 한자 등을 달달 외워 적성 문제에서 만점을 받으면 오히려 평가에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 그는 “인·적성 검사로 떨어뜨리는 인원은 하위 20% 미만”이라며 “인·적성 문제집을 풀 시간에 차라리 회사 관련 정보나 자신의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포스코 인사팀은 서점에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포스코는 현재 대기업 가운데 드물게 적성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데도 서점과 온라인상에 ‘포스코 인·적성 대비 문제집’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팀 관계자는 “취업 경쟁이 치열하니까 장사하는 사람들이 별걸 다 만들어 판다”며 “우리도 신기하다”고 했다. SK와 KT 인사팀도 “인·적성 시험은 미리 대비한다고 눈에 띄게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성격의 검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인·적성 문제 출제 기관들도 같은 견해다. 한국능률협회 관계자는 “정답 자체가 없기 때문에 문제집을 사보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휴노 역시 “기업 인·적성 시험에 동일한 문항이 두 번 출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예상 문제를 푼다고 점수가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며 “문제집을 인·적성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 만들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말이 시험일 뿐 실제 목적은 특정 기업의 직무와 문화에 맞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맞느냐 틀리냐가 아니라 적합하냐 적합하지 않냐를 보는 과정이므로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인·적성 고득점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업 인사담당자 “인·적성 공부할 시간에 ‘이것’ 해라”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2-10-26 03:16 | 최종수정 2012-10-26 07:19
주요 대기업 인성-적성검사… 취업준비생들 문제집 풀고, 학원선 족집게 합숙특강도

[동아일보]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A 씨(28)는 한국에서 취업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대기업과 금융회사, 공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인·적성 시험’을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한국의 취업 준비생들이 인·적성 시험을 따로 공부하고 연습한다는 사실을 알고 더 놀랐다. “서점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대기업 인·적성 시험 대비 문제집이 쌓여 있더군요. 인성과 적성은 타고나는 것 아닌가요?”

인·적성 검사는 기업이 면접에 앞서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는 지원자를 골라내기 위해 만든 객관식 시험으로, 주로 직무 적성과 인성을 평가한다. 삼성그룹이 1995년 ‘SSAT’를 도입한 이후 LG, 한화, 두산 등 주요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까지 인·적성 검사를 하고 있다.

A 씨 말처럼 인·적성이란 본래 타고나는 것이지만 요즘 취업문이 워낙 좁다 보니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은 문제집을 사고 학원을 다니며 인·적성 시험 성적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인·적성 준비 서적은 31만6900권.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늘어난 27만5400권이 팔렸다. 온라인 취업정보 커뮤니티에는 ‘인·적성 스터디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오고, 취업컨설팅학원들은 인·적성 시험 대비 합숙 특강까지 한다. 한 온라인 학원은 최근 이틀간의 ‘족집게 특강’과 모의고사 2회분을 9만8000원에 판매했다. SK그룹에 입사 원서를 낸 대학생 이모 씨(24·여)는 “인성 평가 때 자신의 인성에 대해 일관되게 대답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나의 성격이나 습성을 미리 기록한 뒤 외우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정말 공부하면 인·적성 시험 성적이 오를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의 인사팀과 함께 서점에서 문제집을 살펴봤다.

▼ 기업 측 “문제풀이 무의미” ▼

자사(自社) 입사 대비 문제집들을 꼼꼼히 살펴보던 인사팀 과장은 부록으로 묶어놓은 기출문제를 보고 “이제까지 한 번도 외부로 공식

유출된 적이 없는데 의아스럽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출 문제를 근거로 한 예상 문제에 대해 “문제은행에서 골라내는 게 아니라

매년 상·하반기 공채 때마다 문제 유형을 새로 개발하기 때문에 문제집을 푸는 게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많은 문제를 맞히기보다는

어떤 문제를 맞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 인성평가에서 완벽주의자적 성격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 지원자가 모든 수학

공식과 한자 등을 달달 외워 적성 문제에서 만점을 받으면 오히려 평가에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 그는 “인·적성 검사로 떨어뜨리는

인원은 하위 20% 미만”이라며 “인·적성 문제집을 풀 시간에 차라리 회사 관련 정보나 자신의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포스코 인사팀은 서점에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포스코는 현재 대기업 가운데 드물게

적성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데도 서점과 온라인상에 ‘포스코 인·적성 대비 문제집’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팀 관계자는 “취업

경쟁이 치열하니까 장사하는 사람들이 별걸 다 만들어 판다”며 “우리도 신기하다”고 했다. SK와 KT 인사팀도 “인·적성 시험은

미리 대비한다고 눈에 띄게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성격의 검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인·적성 문제 출제 기관들도 같은 견해다. 한국능률협회 관계자는 “정답 자체가 없기 때문에 문제집을 사보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휴노 역시 “기업 인·적성 시험에 동일한 문항이 두 번 출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예상 문제를 푼다고 점수가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며 “문제집을 인·적성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 만들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는 “말이 시험일 뿐 실제 목적은 특정 기업의 직무와 문화에 맞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맞느냐 틀리냐가

아니라 적합하냐 적합하지 않냐를 보는 과정이므로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인·적성 고득점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 기업들 블랙리스트 보유… “이거 보고 있을 때 아냐”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2-10-26 09:50 기사원문

[동아닷컴]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

기업에서는 어떤 유형의 직원을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 1위로 꼽았을까? 조사결과 1위는 ‘매사에 불평불만이 많은 직원’으로 선정됐다.

지난 25일 취업포털 사람인은 기업 인사담당자 1159명을 대상으로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 유형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3%가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응답했으며, 1위로는는 ‘매사에 불평불만이 많은 직원’(53.7%·복수응답)으로 나타났다.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53.1%)이 바로 뒤를 이었으며, ‘업무 능력 및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45.9%)이 3위, ‘시키는 일만 하는 소극적인 직원’(41.3%)이 4위를 차지했으며, ‘협동심이 없는 이기적인 직원’(41.2%)이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실제로 응답 기업 중 67.3%는 해당 블랙리스트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불이익으로는 ‘평가 시 낮은 점수’(42.2%·복수응답), ‘승진 대상에서 누락’(39.9%), ‘연봉 및 인센티브 삭감’(35.2%), ‘업무 박탈 또는 정지’(14.7%) 등이 있었다.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 내가 해당 되는 사항은 없는지 잘 체크해봐야 할 듯”, “우리 회사도 블랙리스트 가지고 있나?”, “일 열심히 해야겠다. 이거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dkbnews@dkbnews.com
작은 조직에서 큰 일을… 다양한 경험만큼 실력도 쌓여
조선일보| 기사입력 2012-10-29 03:06 기사원문


 
http://imgnews.naver.net/image/023/2012/10/29/2012102800534_0_59_20121029030612.jpg
(왼쪽부터)최춘희, 김민선, 이광진씨./이경호 기자, 한준호 기자.

대기업 대신 '작은 회사' 선택한 3人

경남 통영에 기반을 둔 소규모 출판사 남해의봄날은 지난 15일 신간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김정래·전민진 글)를 냈다. 모두가 대기업 입사를 꿈꾸는 세상에 당당히 반기를 든 젊은이 13인을 심층 인터뷰한 이 책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꾸준한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예스24·반디앤루니스 등 주요 온라인서점은 이 책을 일찌감치 '추천도서'에 올렸고, 모 대형 서점에선 이 책을 활용한 공동 이벤트 기획을 출판사 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아직 '주류(主流)'로 보긴 어렵지만 '명문대-대기업' 조합을 스스로 깨뜨리는 젊은이는 의외로 많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간판) 지상주의'를 기분 좋게 배반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맛있는공부는 실제로 남부럽잖은 스펙을 갖고도 작은 회사를 택한 세 젊은이를 만나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였다.

최준희|디자인데크 근무(서울대 서양화과 졸)

예원학교 실기 수석 졸업, 서울예고 수석 입학(이상 1993), 서울대 미술대학(서양화 전공) 졸업(2001),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 석사학위 취득(2003)…. 최준희(35)씨의 이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는 직원 수가 10명도 채 안 되는 환경디자인 전문 기업 디자인데크 경관계획팀에서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입사 연도는 지난 2010년.

“예전부터 제 예술적 감수성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기왕이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저만의 가치를 찾고 싶었습니다. 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을 선택한 것, 졸업 후 관련 업무를 다루는 회사에 들어간 것 역시 그 때문이죠.”

최씨가 꼽는 ‘작은 회사의 장점’은 “의욕적으로 일하면 비교적 빨리 조직의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그는 지난해부터 1년간 붙들고 있던 대형 프로젝트를 끝낸 후 과감하게 ‘1개월 휴가’를 신청했다. 회사 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물론 작은 회사에서 근무할 때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작은 회사일수록 안정성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해요. 따라서 입사를 결심하기 전 그 회사의 사업적 역량이나 비전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이 회사에 들어오며 대표의 이상과 성향을 살폈죠. 다행히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한다’ ‘양(量)보다 질(質)을 추구한다’ 등의 방향성이 저와 잘 맞았어요.”

김민선|7321디자인 근무(홍익대 경영학과 졸)

“TV 홈쇼핑 방송을 볼 때마다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의 유통 과정이 궁금했어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MD(Merchandiser)란 걸 알았죠.”

김민선(26)씨는 대학 2학년 때부터 줄곧 MD를 꿈꿔 왔다. 그의 직장은 ‘어린왕자’ ‘도로시’ 등 복고풍 일러스트레이션을 다루는 문구 업체 7321디자인. 지난 2009년 6월 이곳에 입사해 직영 온라인몰 MD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토익(TOEIC) 860점, 금융기업 인턴 근무 등 무난한 이력을 쌓았다. 대학 동기들도 대부분 대형 금융회사 등에 입사했다.

김씨가 작은 회사를 선택한 건 “내 의견이 곧바로 적용되는 조직 체계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할 때도 정해진 절차를 모두 밟아야 하더라고요. 저처럼 경력이 짧은 새내기 직장인에겐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죠. 하지만 여기서 전 꽤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벤트를 하나 진행할 때도 타이틀 결정부터 기간과 사은품 선정, 디자인 레이아웃 등 여러 부분에서 제 의견이 반영되죠. 그래서 좀 더 즐겁게, 책임감 갖고 일하게 돼요.”

그는 “작아도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회사를 택하면 본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진|다다무역 근무(건국대 국제무역학과 졸)

“까끌까끌한 이 재질은 시폰(chiffon)이고 부들부들한 이 감촉은 시디시(CDC)입니다. 비치는 정도를 보니 이 원단은 10MM(momme·실크 중량을 재는 단위), 저 원단은 16MM이네요.”

내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둔 이광진(26)씨는 지난 8월 다다무역 해외영업파트 수습사원이 됐다. 이후 두 달여간 매일 실크(silk) 원단을 만지며 일한 덕분에 이젠 여성용 드레스만 보면 소재·가격·무게 등을 줄줄이 읊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다다무역은 원단을 사들여 패턴(무늬)을 찍은 후 해외에 수출하는 중견 무역 업체. 직원 수는 30명 남짓이다.

이씨는 “전공을 살리고 관련 업무를 하루라도 빨리 익히고 싶어서” 작은 회사를 택했다. ‘소규모 회사일수록 직원 개개인이 맡게 되는 업무 범위는 넓을 것’이란 사실을 일찌감치 짐작한 것. 실제로 그는 입사 3주차부터 해외 바이어와 업무 메일을 주고받았다. 요즘은 국제전화로 품질 관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의 파트너는 대개 그보다 직급이 훨씬 높은 중견 간부들이다.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지금쯤 전공 활용은커녕 간단한 업무 파악조차 하지 못해 버벅거렸을 거예요. 단기간에 전공 관련 실무를 몸소 체험하고 주도할 수 있는 지금 일에 매우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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