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 학교교육의 역할…지식보다 사고력
| 기사입력 2013-05-10 13:39
◆ 박남규 교수의 창조경영 ◆
지난주에 기고한 창조경제를 위한 정부 및 기업의 역할에 이어서, 이번 기고에서는 창조경제 시대에 학교가 해야 할 새로운 역할을 생각해보자. 전통 경제가 아닌 창조경제에서 학교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전통경제에서는 희소성 있는 지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즉, 특정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해당 지식을 모르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었다. 따라서 전통경제에서 학교의 절대적인 역할은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양의 전문지식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고등 교육과 대학 교육이 방대한 분야의 지식을 학사, 석사, 박사라는 학위를 활용하여 사회적으로 인증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창조경제에서는 전문 지식을 소유하는 것 자체보다 전문 지식을 남들보다 훨씬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사고력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현대 사회는 이미 정보 혁명과 네트워크 혁명을 거치면서, 개개인이 필요한 대다수의 지식들을 과거보다 훨씬 손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정 분야에 대한 특허를 직접 보유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특허라고 할지라도 해당 특허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혁신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조경제에서 학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전문지식의 양보다 개인의 사고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전문지식보다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이란 무엇일까. 사고력은 다양한 지식을 통합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는 수렴적 사고 능력과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확장할 수 있는 발산적 사고 능력으로 구성된다. 수렴적 및 발산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적극적인 토론과 다양한 사고 유형을 충분한 노력과 연습을 통하여 체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쉬운 예를 들면, 1 더하기 1은 2라는 수학적 지식 대신 더하기의 원리는 무엇인지, 더하기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 혹은 더하기를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와 같은 사고력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 교육 역시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전통적 강의 방식 대신 열띤 토론을 통하여 해당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사고 역량을 기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최근 창의력이 높은 나라로 주목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초등교육을 보면, 사고력을 가르치는 교육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 약 20명을 가르치는 한 시간의 수업 동안 선생님이 하는 역할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예를 들어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고양이와 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20명 남짓 되는 학생들은 열띤 토론을 시작한다. 선생님이 지켜보다가 토론 열기가 식는다는 생각이 들면, 선생님은 기존 질문에 새로운 조건 하나를 추가하여 토론을 지속시킨다. 즉, '집안 거실에서 싸우면 어떻게 될까?' 혹은 '비가 오는 날 싸우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질문들이다. 이렇게 사고력을 기르는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자려야 잘 수가 없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열심히 참여하여 서로 토론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를 외치는 요즘 한국의 중학교 및 고등학교를 한 번 둘러보자. 좋은 시험 성적을 받는 데 필요한 요점들을 학교보다 훨씬 편하고 쉽게 정리해주는 야간 사설 학원들 덕분에, 두뇌활동이 가장 왕성한 낮 시간 동안 우리의 공교육 현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수업이 아닌 잠자기를 선택하고 있다. 전통경제 방식에 오랜 시간 길들여진 한국 교육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우리의 공교육은 계속해서 위축되는 반면, 사교육은 이제 갓 태어난 유아들조차도 유혹하고 있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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