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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놀이'라는 이분법의 시대는 갔다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3,084
첨부파일
-
'일≠놀이'라는 이분법의 시대는 갔다
 
A23면4단| 기사입력 2013-05-20 03:04
 

이어령·유진룡… 전현직 문화부 장관 대담

박근혜 정부가 내건 대표적 캐치프레이즈가 '문화 융성'. 하지만 그 정체는 아직 모호하고 아리송한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어령(80) 초대 문화부장관과 유진룡(57)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9일 방송된 조선일보와 TV조선 공동 기획 대담 '행복의 조건, 이제는 문화다'에 출연해 복잡한 코드 해독에 나섰다. 대담의 진행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가 맡았다.

―'문화 융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으면 좀 당혹스럽다. 옛날 성문종합영어의 번역처럼 오래되고 계몽적인 느낌 말이다.

유진룡 '일반적인 예술 진흥보다는 더 넓은 뜻이다. 나라는 발전하는데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물질 위주, 성장 위주의 사회로 치닫는 건 아닌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문화를 통해 찾자는 것이다.'

이어령 '정부가 '문화 융성'이라는 말을 너무 정확하게 정의하면 국민이 상상할 여지가 줄어든다. 지금 장관처럼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다(웃음).'

―가수 싸이의 활약 덕분에 저 같은 동양 남자에 대한 이미지도 더불어 좋아졌다. 기존의 우중충한 이미지에서 다가가 얘기하고 싶은, 유쾌한 사람이 된 것이다. '한류' 정책이 있는가.

유진룡 '한류는 우리 민족의 끼와 흥, 정서가 극대화된 것이다. 한류는 민간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그 배경을 만들면 된다. 싸이의 성공 경험은 또 다른 싸이의 성공 신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어령 '말(馬) 한 마리로 세계를 정복한 두 명이 칭기즈칸과 싸이라고 한다. 물론 싸이는 말이 아니라 말춤이지만(웃음). 국격 중심으로 싸이를 재단하면 결코 창조적인 것이 나올 수 없다.'

―현 정부가 대체 휴일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제도를 제안한 문화부가 경제 논리에 밀리는 모양새다.

유진룡 '궁극적으로는 될 것으로 보지만, 지나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갈등처럼 보이는 이번 상황이 (대체 휴일제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본다. 산업사회에서 여가 사회로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

―그건('노는 만큼 성공한다') 제 책 제목인데. 책 몇 권 안 팔렸다(웃음).

유진룡 '저는 한 권 샀다(웃음).'

이어령 '놀이와 일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던 이분법의 시대는 끝났다. 죽어라 하고 뽕만 따는 사람보다는, 뽕도 따고 님도 보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죽어라고 뽕을 따면 다음 날 또 따기 싫지만, 님도 볼 수 있으면 다음 날도 뽕 따고 싶다. 노는 것처럼 일하고 일하듯이 놀아야 일 자체가 즐겁고 사회도 행복해진다.'

―하지만 요즘 한국 사회를 '피로 사회' '불안 사회'라고 한다. 경제 중심의 국가 운영에 대해 문화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진룡 '우리 사회의 관대함과 다양함, 다이내믹함을 알리고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문화 기본법과 지역문화 진흥법이 바탕이 될 것이다. 현재 문화 관련 예산이 정부 전체 예산의 1.2%인데 2017년까지는 2%가 될 것이다. 모든 부처의 정책이 문화적으로 변하는 것이 예산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어령 '모두가 창조적 인재가 될 수는 없다. 국가도 천재성을 키워낼 수는 없다. 중국 고사에 '하루 천리를 가는 말도 소금 짐을 지워 놓으면 동네 나귀만도 못한 법'이라고 했다. 모두가 천리마가 될 수는 없지만, 천리마의 능력을 알아보는 백락(伯樂)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내가 장관 할 때 과장이었던 유 장관이 내 눈에 띄었다. 나도 백락은 되는 건가(웃음).'

[정리=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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