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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들, 채용면접 때 볼링 치고 삼겹살 회식… 왜?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4,734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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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들, 채용면접 때 볼링 치고 삼겹살 회식… 왜?
B3 | 기사입력 2013-05-27 03:04

국내 기업들 ‘썩은 사과’ 솎아내기… 인성평가 강화

[동아일보]

《 만약 면접 도중 면접관이 쓰러지거나 면접이 치러지는 사무실 바로 밖에서 누군가 자살 소동을 벌인다면?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올해 초

인턴사원을 뽑으면서 ‘구태의연한 면접 방식을 바꾸자’라는 모토를 내걸었다. 인성이 훌륭한 사람을 뽑기 위해 면접 때 갖가지

희한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 과정을 기록한 동영상은 인터넷(www.youtube.com/heineken)에 올려졌고,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1734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하이네켄의 인턴으로 선발된 사람은 투신 자살자를 도우러 뛰어나간 청년이었다. 그는 소방관들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외치자 면접 중에 쏜살같이 달려 나가 떨어지는 사람을 받기 위한 구명포를 움켜쥐었다. 》

최근 국내 기업들도 채용 과정에서 인성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성 평가 반영 비중과 면접시간을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이 인성에 주목하는 것은 일견 ‘라면 상무 사건’ 등 요즘의 사회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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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과 게임을 시키는 이유

중견기업 D사에서는 채용 담당자와 지원자들이 함께 볼링을 한다. 누가 볼링을 잘 쳐 좋은 점수를 내는지는 평가와 무관하다. 숨은 목적은 짧은 시간에도 무엇을 배우는 사람을 찾아내는 데 있다. 이승윤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학습 목표가 강한 인재, 즉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은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험회사인 코리안리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야외면접으로 유명하다. 지원자 4, 5명과 직원 2명이 한 조를 이뤄 오전에는 산에 오르고 오후에는 축구 경기와 오래 달리기를 한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함께 목욕과 저녁식사를 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몸이 지치면 본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운동을 하다 보면 개인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한화는 퍼즐 놀이를 면접 도구로 사용한다. 취업 지원자들에게 팀 단위로 면접 대기시간에 이미지 퍼즐을 완성하게 하는데 협조성과 문제 해결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평가하려는 것이다. 또 퍼즐에 몰입하다 보면 ‘정신적 방어막’이 내려가기 때문에 지원자의 진면목을 볼 수도 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입사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회사도 있다. 중소기업 S사는 입사 지원자들을 데리고 삼겹살 회식을 한다. 이 회사의 원칙은 고기를 잘 뒤집는 ‘머슴형’ 인재들은 채용하고 가만히 앉아 먹기만 하는 ‘왕자’와 ‘공주’들은 탈락시키는 것이다. 고기 굽는 모습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협동정신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 질문의 기술, 몸에 붙는 공을 던져라

많은 기업들이 면접에서 쓸 만한 사람을 가려내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요즘에는 ‘면접 선수’들이 사전에 연습을 많이 해 옥석을 가리는 게 더 어려워졌다. 홍보대행사 K사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점을 이용해 입사 지원자들의 허를 찌른다. 이 회사의 인사담당 임원은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채용 후보자가 어떤 표정과 반응을 보이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숨기고 싶을 만한 소재에 대해 아슬아슬한 선까지 질문을 던져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잡아낸다.

의외로 ‘10년 후 당신의 모습 또는 목표를 말해 보라’는 질문이 본모습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꾸며대기가 쉽지 않다. 이 교수에 따르면 개인적인 꿈이 확고한 사람은 심리적 중심이 잘 잡혀 있고, 정신적으로 안정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사람을 걸러내는 회사도 있다. 식품회사 팔도는 입사 지원자를 대상으로 라면 시식회를 여는데, 타사 제품을 좋아하면서도 입으로는 팔도라면을 칭찬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LG전자는 3인 1조의 지원자들을 60분 동안 심층 면접하면서 ‘1년은 걸려야 하는 프로젝트를 6개월에 마치라고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와 같은 복합적 질문을 던진다.

경력사원을 뽑을 때는 평판조회가 필수적이다. 다만 전 직장의 상급자보다는 하급자를 대상으로 평판을 조회하는 것이 정확도가 높다고 한다. 성격이 나쁘고 개인적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윗사람에게는 좋은 면만 보이고, 아랫사람에게는 모질게 굴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중견기업 A사는 경력 여직원을 뽑을 때 함께 일한 선배에게만 평판을 물어본 뒤 채용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해당 여직원이 입사 후 동료나 고객들과 자주 마찰을 일으켜 추가로 알아봤더니 윗사람에게만 잘하는 스타일이었다.

○ ‘착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

글로벌 헤드헌팅업체 러셀레이놀즈의 고준 상무는 삼성전자나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 같은 기업이 인성을 중시하는 데는 ‘심모원려(深謀遠慮·깊이 고려하는 사고와 멀리까지 내다보는 생각)’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은 ‘썩은 사과’처럼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 버려놓는 경우가 많다. ‘저렇게 해도 잘리지 않는구나’란 생각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상무는 “천재 여러 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또라이’ 한 명을 제거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은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조직에 점점 더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성격이 모질고 독한 사람이 많은 성과를 낸다”는 속설을 학문적으로 부정한 바 있다. 그는 “인성이 나쁜 사람, 특히 상사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창의성과 근로의욕 감소, 인재 유출)는 그 사람이 이끌어내는 이익보다 항상 크다”며 ‘총 또라이 비용(Total Cost of Jerks)’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인성이 뛰어난 사람들을 뽑는 것은 인재 육성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서튼 교수가 말하는 ‘또라이’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업무 성과보다는 내부 경쟁과 승진에 더 관심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용 단계에서 미리 이런 사람들을 걸러내면 인성과 실력이 뛰어난 진정한 인재들이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문권모·장강명·김범석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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