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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 대학 몇년씩 다닐까?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4,520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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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 대학 몇년씩 다닐까?
 
| 기사입력 2013-02-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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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제 대학생 전재원씨(28·가명)를 만났다. 최근 전씨는 학교에 2013년 1학기 등록금을 납부했다. 2004년에 입학한 전씨는 이번 2월에 졸업하려 했으나,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를 병행하다가 한 과목의 학점을 받지 못한 바람에 또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됐다.

전씨의 동기들은 이미 3년 전인 2010년부터 졸업을 시작했다. 이제 그의 선배와 동기생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전씨가 오랫동안 대학에 남은 건 돈 때문이었다. 스스로 등록금과 가족의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그는 휴학과 복학을 수 차례 반복했다.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쏟다보니 학점 관리와 취업 준비가 부족해 졸업을 늦추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패스트푸드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점심을 먹으면서 과외를 준비하고 오후에 과외생을 만난다. 저녁에는 취업준비를 위한 스터디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데, 일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모임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5,6학년은 약과, 심지어 10학년까지도

전씨는 기자에게 손에 들고 있는 1400원짜리 5개 묶음 라면사리를 보여줬다. 라면보다 값이 싸기 때문에 샀다고 한다. 그는 “평소 밥 먹는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라면을 자주 끓여 먹는다. 그러다보니 스프가 남는 경우가 있어 모아놨다가 이렇게 사리면을 끓여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취직한 친구들은 아직 학생 신분인 나를 보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서 어울릴 친구들도 남아 있지 않고 무척이나 외롭다”고 말했다.

물론 전씨처럼 10년 가까이 졸업을 유예하고 학교를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하지만 이런 ‘극히 드문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4년제 대학생들이 5학년을 넘어 6학년이 되도록 대학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 대학 졸업생들의 현황을 보면 ‘대학 6학년’이 이미 일반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대학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서울에 소재한 몇 개 대학의 2011년 8월, 2012년 2월 졸업생 현황을 살펴봤다. ㄱ대학교 경영학과의 경우 전체 졸업생 373명 중에 10년 이상 학교를 다닌 사람이 11명이었다. ㄴ대학교 경제학과의 졸업생 217명 중에서도 6명이 10년 이상 대학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 4년 만에 졸업’이 오히려 희귀한 세상이다. 8년, 9년씩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4년 만에 졸업하는 사람보다 많았다. ㄱ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생 중에 4년 혹은 조기졸업으로 4년 미만에 졸업한 사람들(남학생의 경우 군입대를 감안해 6년 이하)은 373명 중 49명이었다. ㄴ대학 경제학과 졸업생 217명 중 곧바로 졸업에 성공한 학생은 217명 중 30명이었다. ㄷ대학교 영어영문학과의 경우 2011년 8월, 2012년 2월 졸업생 158명 중에 18명만이 여학생의 경우 4년, 남학생의 경우 6년 이내에 졸업에 성공했다. 위에 언급된 학과에서 8년 이상 대학을 다닌 끝에 졸업한 사람은 각각 140명, 73명, 27명이으로, 4년 만에 졸업한 사람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요즘 대학생들은 보통 대학을 몇 년씩 다니는 걸까?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이명박 정부 5년 교육정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전체 대학생들은 평균 5.79년 만에 졸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사회계열 대학생은 평균 5.71년, 공학계열은 6.18년 만에 졸업한다.



 
 

2011년 전체대학생 평균 5.79년 만에 졸업

위에 예시로 제시한 인문사회계열 세 학과의 사례는 위의 통계자료보다 조금 더 심각하다. ㄱ대학 경영학과 학생들은 평균 졸업 소요기간이 남학생의 경우 7.59년, 여학생의 경우 5.82년이었다. ㄴ대학 경제학과 남학생들은 졸업까지 보통 7.57년이 걸렸고, 여학생들은 5.85년이 걸렸으며, ㄷ대학 영어영문학과 남학생들은 평균 7.39년, 여학생들은 5.75년 만에 대학생 신분을 벗었다. 이 결과는 대학 5학년을 넘어 ‘대학 6학년’이 일반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 증권사 취직에 성공한 뒤 올해 2월에 졸업한 박지은씨(23·가명)는 5년 만에 졸업한 경우다. 그는 “그래도 나는 빨리 졸업한 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같은 과 동기 여학생 30명 중 20명 정도는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시간이 갈수록 챙겨야 하는 ‘스펙’(학벌·학점·영어·자격증 등 구직자들이 갖추는 여러 가지 자격)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4.5점 만점에 4.2점의 학점, 900점에 가까운 토익점수, 기업홍보 서포터즈 경험, 미국 교환학생 경험, 경제토론대회 입상경력 등의 ‘스펙’을 갖고 있다. 그는 “내가 갖춘 스펙이 특출난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스펙을 갖춰 자신보다 1년 일찍 졸업해서 입사동기생으로 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최근엔 기업도 스펙 일변도의 채용절차에 어느 정도 변화를 주고 있다. 하지만 박씨는 “나보다 스펙이 훨씬 좋았던 사람이 2차·3차 전형에서 탈락하는 것도 봤다. 하지만 스펙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서류를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류가 통과돼도 문제다. 전재원씨는 한 대기업 인턴십에 합격해 몇 개월간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인턴사원 80명이 들어왔는데, 인턴이 끝난 뒤 채용된 사람은 2명뿐이었다”며 “구직자들은 기업에서 정확히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스펙을 쌓아야 하고, 그러다보면 점점 졸업이 늦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삶의 불안정이 가속화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위한 고시 공부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늘어났다. 박지은씨는 10년 가까이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선배의 사례를 소개했다. 박씨의 선배는 사법고시와 공무원시험을 각각 3년씩 준비했지만 결국 합격하지 못했다. 매번 후배들의 졸업식을 챙겨줬던 박씨의 선배는 올해 졸업식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생 정기준씨(29)도 박씨의 선배와 비슷한 경우다. 전씨는 공무원시험 공부 2년, 회계사 자격증 공부 2년을 하다보니 어느새 10년차 대학생이 됐다. 정씨는 “학점은 다 마쳤지만 학생에서 ‘백수’로 신분이 바뀌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졸업요건을 채우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공부에 그만 매달리고 사회로 얼른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고시공부를 하다보면 스펙을 쌓을 겨를이 없다. 나보다 앞서 스펙을 쌓아오고 취업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경쟁자들과 싸울 자신이 들지 않고 고시만이 살 길이라고 봤다. 그러다보니 서른이 다 되도록 아직 학교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졸업유예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외로움’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선배들과 동기생들이 학교에 남지 않게 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과도 어울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홀로 도서관에 앉아 정해진 공부를 하고, 시간이 되면 혼자 밥을 먹고, 혼자서 집에 들어오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상이다. 정씨는 “학교에 갈 일도 많지 않지만, 일단 가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없어 혼자서 있다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9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전재원씨는 “예전에는 편하게 드나들 수 있었던 동아리방도 이제는 후배들 눈치가 보여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주위의 시선도 점점 부담으로 다가온다. 대학을 졸업했다가 다른 분야로 다시 대학에 돌아온 윤지혜씨(31·가명)는 “20대 때에는 시행착오도 괜찮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내 생활을 신기해하고 ‘저렇게 살지 말자’는 평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주위의 시선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조대연씨(26)는 졸업유예생들이 스스로 주위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창들끼리 모임을 해도 졸업을 못한 애들은 애초에 오질 않는다. 나중에 소식을 들어보면 결국 눈을 낮춰서 취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창회에 오라고 해도 부담스럽다며 피한다. 나도 졸업을 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나서야 마음 편하게 친구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대학교 6학년’ 현상에 대해 대학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ㄴ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명현씨(21·가명)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김씨는 “청년들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지겨울 지경”이라면서도 “군생활 2년 동안 경쟁이 더 심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는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자신과 경쟁해야 할 취업준비생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김씨는 “이번에 과선배 40명 정도가 졸업을 했는데, 흔히 말하는 안정적 정규직이 된 사람이 2~3명밖에 없다”며 “꼭 좁은 취업문을 돌파하는 길밖에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좁은 취업문만 바라보며 대학을 오랫동안 다니기보다 대학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대학에서는 벗어났지만 삶의 불안정에서 탈출할 순 없었다. 결국 다시 대학으로 복귀한 경우도 있었다.

청년창업가 장경진씨(27·가명)는 올해 2월, 군복무 기간을 포함해 6년 만에 바로 졸업했다. 장씨는 “동기 남학생 30명 중에 같이 졸업한 친구가 딱 한 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처음 대학에 들어올 때부터 청년창업의 꿈을 키웠다. 친환경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 주인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장씨는 과 학생회장을 1년 지내면서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는 등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다. 2학년 때부터 학내 창업동아리를 주도하며 공모전 입상 등 창업을 위한 ‘스펙’도 쌓았다. 학교로부터 창업지원자금으로 500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장씨는 “스펙 과잉현상에 대한 대안으로 청년창업이 권장되고 있는데, 경험자로서 사회적으로 청년들에게 헛바람을 굉장히 불어넣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적인 사례로 그는 시간이 갈수록 창업활동도 일종의 취업용 스펙으로 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대학생들이 팀을 꾸려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차적으로 팀원들과 뜻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스펙 쌓기용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시늉만 하는 사람도 많고, 학교나 정부에서 해주는 창업 멘토링도 일반적인 기업 운영방식을 가르쳐주는 데 불과한 때가 많다”고 말했다.

두 차례 정도 창업에 실패하고 손해를 본 장씨는 한때 일반적인 기업 취직을 준비하기도 했다. 10여 군데에 원서를 넣었지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곳은 한 군데에 불과했다. 그는 “옆길을 보지 않고 스펙만 쌓지 않는 이상 서류 통과부터가 안 된다. 아무리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과연 꼼꼼하게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사업 실패로 얻은 빚 때문에 애인과의 결혼조차 생각을 못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졸업을 하지 말 걸 그랬다”고 말했다.

“이럴 거면 차리리 졸업하지 말 걸 그랬다”

2006년 ㄷ대학교 인문계열을 졸업한 윤지혜씨는 2011년에 다시 한 예술대학에 진학했다. ㄷ대학교 졸업 이전부터 영화감독을 목표로 했던 윤씨는 “남들처럼 취업준비에 매달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다들 스펙을 쌓을 때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영화를 배웠다. ㄷ대도 5년 만에 빨리 졸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술계열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영화 경력도 일천했던 윤씨는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 지원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한다. 윤씨는 PC방 아르바이트, 대기업 하청업체 사무보조 등을 전전하며 영화 제작에 필요한 돈을 모았다. 시간이 나는 대로 영화 제작 현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윤씨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2010년에 어느새 29세(만 28세)가 됐더라. ‘지금이라도 돌아서야겠다’는 생각에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꿈을 포기했다는 생각에 우울증을 겪던 윤씨는 1년 만에 시험을 접고 예술대학에 진학해 영화감독들에게 영화 지도를 받고 있다. 그는 “다른 학교와 달리 대놓고 스펙 쌓기를 하거나 토익점수를 자랑하거나 하는 건 못봤다. 그런데 예술 쪽이 워낙 불안하니까 암암리에 스펙 쌓기를 준비하는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재학생, 졸업생, 졸업유예생 모두 요즘 젊은이들의 삶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당연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취업에 성공해 대학을 탈출한 박지은씨는 “설날에 동갑인 사촌을 만났는데 이번에 졸업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고모가 그 앞에서 취업 얘기를 꺼내서 자리가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윤지혜씨는 “나야말로 불안한 청년의 전형이긴 한데, 모두가 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나. 영화를 포기하고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려고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좀 더 힘들더라도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년창업가 장경진씨는 “말 그대로 답이 없는 상황이고 앞이 깜깜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꿈을 접지는 않았으니까 꿈 하나만 보고 그냥 산다”고 말했다.

고시생 정기준씨는 “졸업식마저 뺏긴 고시생도 있다”며 “사법고시·행정고시 직전에 졸업식이 잡힌 경우, 10년 만의 졸업식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재원씨는 “과외를 하다보면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면접을 잘보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입에 발린 꾸미는 말을 하기보다 자기 인생의 스토리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는데, 막상 내가 안 된다”며 허탈한 표정으로 웃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청년 77%가 '전공 무관한 취업'

| 기사입력 2013-03-04 05:55 | 최종수정 2013-03-04 06:32
 

일자리 줄면서 전공 불일치 갈수록 증가

하향·임시직·영세기업 취업 늘어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박초롱 기자 = 청년층(15∼29세) 취업자 100명 중 77명은 전공과는 무관하게 첫 직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실업이 확산하면서 이런 전공·취업 불일치 비율은 갈수록 증가 추세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특성화 고교나 대학 시절 전공과 다른 분야에서 첫 일자리를 잡은 청년 취업자 비율은 2001년 이전 평균 72.8%에서 2010∼2011년 77.1%로 4.3%포인트 증가했다.

남자는 2001년 이전 71.0%에서 2010∼2011년 74.5%로 3.5%포인트, 여자의 경우 73.4%에서 79.1%로 5.7%포인트 각각 늘어났다.

2010∼2011년 전공 불일치 취업자 비율은 고졸의 경우 68.2%로 비교적 낮았지만, 전문대 졸업자와 대졸자는 78.1%, 80.7%에 달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연구위원은 '학생들이 갈수록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고교나 대학에 진학하는데다 수요 측면에서 갈수록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전공 불일치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적성이나 전공에 맞는 일자리가 적다 보니 자신의 학력이나 희망하던 수준에서 눈을 낮춰가는 하향 취업도 많아졌다.

첫 일자리에서 하향취업하는 비율은 2001년 이전 16.7%에서 2006∼2007년 17.4%, 2010∼2011년에는 17.7%까지 높아졌다.

자연히 첫 직장이 상용직인 경우는 79.0%에서 61.7%로 17.3%포인트나 급락했고, 반대로 임시직은 18.5%에서 29.7%로 11.2%포인트나 상승했다.

일찌감치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1.1%에서 3.4%로 늘어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28.8%에서 10년 만에 24.9%로 3.9%포인트 감소했고 영세 및 중소기업 취업자는 63.8%에서 64.7%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고용률은 40.4%로 전체 고용률(59.4%)에 크게 못 미쳤다.

청년 고용률은 2005년 44.9%, 2007년 42.6%, 2009년 40.5%, 2011년 40.5%로 매년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은 경제활동참가율도 2005년 48.8%에서 작년에는 43.7%로 5.1%포인트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 이채원 연구원은 '경기가 위축돼 의미 있는 일자리와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줄고 있는 점은 국가 경제에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고용주들이 경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 중 고용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년들 취업난 갈수록 심각…전공ㆍ자존심도 버린다
 
| 기사입력 2013-03-04 05:55 | 최종수정 2013-03-04 06:34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박초롱 기자 = 전공과 무관한 첫 직장을 얻거나 하향 취업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현상은 청년 구직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5년 이후 전체 취업자 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청년층 일자리는 매년 감소했다.

이와 함께 청년층 고용률도 지난해 40.4%를 기록, 30%대 추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년 고용률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청년층 10명 중 4명만 취업…'청년 일자리 대란'

4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 한국고용정보원 등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05년 44.9%를 나타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작년에는 40.4%까지 떨어졌다.

이는 생산활동이 가능한 청년층 10명 중 4명만이 고용된 상태인 것을 뜻한다.

지난 8년간 전체 취업자 수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2009년(-7만1천명)을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증가했지만 청년층 취업은 지속적으로 줄어든 결과다.

지난해 전체 일자리가 43만7천개 증가하는 동안 청년층 일자리는 3만6천개 줄었다. 올해 1월 20대 취업자 역시 1년 전보다 10만6천명 감소했다.

청년층의 구직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취업을 못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한 이들의 숫자도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을 희망하고 즉시 취업이 가능하며,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는 인구를 '경계 실업자'라고 한다.

이런 경계 실업자들은 지난해 11월 현재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만명(11.8%) 증가했다. 구직단념자 역시 4만5천명(6.8%) 늘었다.

특히 취업 의지가 있는데도 최근 1년간 구직을 시도하지 않은 '실망 실업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실망실업자는 1년 만에 10만명(12.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일자리를 구한 청년층의 상황도 녹록하지는 않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40∼44세 장년층 임금을 100으로 가정할 때 25∼29세의 임금은 1995년 73.6에서 2010년 67.1로 줄었다.

1995년 20대 후반 청년층 임금이 40대 초반보다 26.4% 낮았다면 15년 후에는 그 차이가 32.9%로 확대됐다는 의미다.

특히 20∼24세 남성의 상대임금 변화는 55.8에서 46.9로 가장 크게 낮아졌다.

전공과 무관한 첫 직장을 얻거나 하향 취업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현상은 이러한 청년 구직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박동 연구위원은 '취업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층이 마구잡이식 취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공과 관련없는 취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생존을 위해 아르바이트·인턴 등으로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청년층이 증가하다 보니 자신의 학력 수준보다 낮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사례도 덩달아 늘었다"고 말했다.

 
 
 

◇ 청년고용할당제·고학력 일자리 창출 필요

20∼29세 청년층 고용률이 낮아지는 것은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헤쳐나갈 동인이 점차 사라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하려면 청년층 고용률과 더불어 여성 고용률 확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연구위원은 '청년층 인구 감소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줄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인구 효과를 고려해도 청년층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매년 줄어드는 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고용할당제 등 더욱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공공부문이 청년층 고용을 확대하도록 하고 청년층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을 발굴·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노동정책분석실장은 '고졸자 채용을 확대하는 등 능력 중심 사회가 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니트족'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니트족(NEET)은 '교육도 받지 않고 취업하지 않으며 훈련도 받지 않는(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인구를 뜻하는 말로 2011년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취업의 '높은 벽'을 느낀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하면서 니트족이 된다.

남 실장은 '대학진학률이 떨어지고 고졸 채용이 늘어난 최근 들어 니트족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인정받으며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청년 구직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졸 청년층이 많은 현실을 고려해 노동시장을 '고학력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동 연구원은 '국내 산업단지의 일자리를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이 차지하면서 산업단지가 청년 일자리 창출원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며 '이런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지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가 나와야 한다'며 '새로운 산업 창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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