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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스펙쌓기, 기업에서 환영 못받아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4,858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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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단순한 스펙쌓기, 기업에서 환영 못받아
주간경향| 기사입력 2013-02-27 11:40 기사원문
“내 자식이 아이비리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얼마나 잘난 기업이기에 그런 애를 떨어뜨리나. 그 회사에 들어가려면 학벌이 얼마나 좋아야 하나.” 얼마 전 한 대기업 관계자가 받은 한 아버지의 항의전화였다. 미국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아들이 입사시험에서 떨어지자, 아들을 대신해서 아버지가 기업에 항의를 한 것이다. 그 전화를 받은 관계자는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학벌보다는 업무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것이다. 학벌만 보고 직원을 채용한다면 명문대생은 모두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로 아버지를 설득시키느라 곤욕을 치렀다.

기업에서 사원을 뽑는 기준이 변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이 학벌과 스펙, 영어실력 등의 기준으로 직원을 선발했다면, 지금은 직종에 잘 맞는 인재인지,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는지 등 역량과 열정 등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졸업을 미루면서 화려한(?) 스펙을 만들고, 영어실력을 높이고 있는 현실과 다른 셈이다. 대기업 인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단순한 스펙 쌓기에 치중하는 것은 취업 준비에 효과가 없다”고 단언했다.

 
 
 

회사가 원하는 인성이나 가치관 중시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기준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삼성이 발표한 ‘지방대 출신 채용확대제’다. 대기업에서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그동안 삼성은 25% 내외의 지방대 출신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이를 35%까지 확대했다. LG, SK, 포스코 등도 지방대 출신 신입사원이 30% 내외를 기록하고 있지만, 삼성처럼 35%라는 비율을 정해놓은 곳은 없다. 지난해 삼성의 지방대 출신 입사자는 1600명(36%, 54개 대학)이다. 기업은 이제 학벌보다는 기업에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임원 면접을 보는 대신, 지원자에게 직접 실무를 시켜보는 경우도 있다. 일 잘하는 직원의 행동을 분석한 자료를 이용해 직원을 선발하기도 한다. 허울뿐이던 인턴제도를 강화해 일 잘하는 인턴은 인턴 중 60%까지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기업도 나왔다. 학벌과 스펙이 좋은 사원보다 기업문화에 맞는 직원을 채용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강연장에서 “흔히 말하는 학벌이 좋고 스펙이 뛰어난 명문대 출신 사원의 이직률이 높다. 기업도 서류 성적이 좋은 사원만 뽑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LG그룹은 면접에서 직무와 전공의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 심화면접, 전공 관련 집필시험 등의 절차를 마련해 심층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LG그룹이 입사지원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학벌보다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성이나 가치관이다. LG그룹의 인사 담당자는 “입사 후 충분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가 사원 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전공에 충실한 학생을 뽑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팀플레이 자질도 많이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스펙보다는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바이오 데이터 서베이’라는 것을 도입했다. 이 자료는 일을 잘하는 사원의 행동 특징을 설문형태로 만든 자료다. 면접은 간단하게 보는 대신 직접 일을 시켜보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SK의 인재상에 변화를 준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킹 인재 채용’이다. 해마다 신입사원 공채를 할 때 10% 내외의 인원을 바이킹 인재로 뽑고 있는데, 이들은 필기시험도 면제받는다. 직접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거나, 특허를 가지고 있는 등 현장 경험이 있는 지원자가 대상이다. SK 인사 담당자는 “이 제도를 통해 선발된 직원 중 기억에 남는 사원이 있다. 그 사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에 미쳐 살았다.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를 20개 이상 다룰 줄 알고, 특허도 가지고 있다. 한 분야에 빠져 있느라 성적은 좋지 않지만, 우리 기업에 필요한 인재라는 생각에 선발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인재상도 신입사원 선발 기준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대한항공의 인재상은 진취적 성향·국제적 감각·올바른 예절·성실성·팀 플레이어의 자질이다. 대한항공도 서류심사, 면접, 임원면접, 인성·직무능력검사 등 전형절차는 다른 대기업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종합 서비스산업인 항공산업의 특성에 맞게 학교 성적이나 영어 점수보다는 다양한 직종에서 협력을 잘 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 채용 전형절차 및 기준은 임직원의 피드백을 통해 계속 개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1년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브랜드 슬로건을 내놓으면서 인재상도 새롭게 정립했다. 한화도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기업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토익 점수는 당락에 영향 끼치지 않는다”
취업 준비자 사이에서 쓰이고 있는 ‘취업 5종세트’(기업 인턴십, 봉사활동, 자격증, 토익점수, 공모전 입상경력)라는 말이 있다. 이 중 토익점수는 기업이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 항목으로 변했다. 실제 현장을 경험해본 스펙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과거처럼 영어점수를 올리는 데 신경쓰는 것은 기업의 변화에 눈을 감는 것과 같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토익점수는 커트라인이 없다. 공인 영어점수 서류만 내면 되고, 토익점수가 당락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취업 준비를 위해서 졸업을 미루는 현상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기업 인사 담당자는 걱정하고 있다.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한 졸업 유예는 취업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모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학교에 오래 남아있는 것이 취업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졸업을 미루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면서 “기업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단순히 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을 늦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취업을 하고 싶은 회사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직무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표지이야기]‘대학교 4년 만에 졸업’이 희귀한 세상
주간경향| 기사입력 2013-02-27 11:45 기사원문
4년제 대학생 전재원씨(28·가명)를 만났다. 최근 전씨는 학교에 2013년 1학기 등록금을 납부했다. 2004년에 입학한 전씨는 이번 2월에 졸업하려 했으나,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를 병행하다가 한 과목의 학점을 받지 못한 바람에 또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됐다.

전씨의 동기들은 이미 3년 전인 2010년부터 졸업을 시작했다. 이제 그의 선배와 동기생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전씨가 오랫동안 대학에 남은 건 돈 때문이었다. 스스로 등록금과 가족의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그는 휴학과 복학을 수 차례 반복했다.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쏟다보니 학점 관리와 취업 준비가 부족해 졸업을 늦추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패스트푸드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점심을 먹으면서 과외를 준비하고 오후에 과외생을 만난다. 저녁에는 취업준비를 위한 스터디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데, 일 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준비를 못하고 모임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5,6학년은 약과, 심지어 10학년까지도
전씨는 기자에게 손에 들고 있는 1400원짜리 5개 묶음 라면사리를 보여줬다. 라면보다 값이 싸기 때문에 샀다고 한다. 그는 “평소 밥 먹는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라면을 자주 끓여 먹는다. 그러다보니 스프가 남는 경우가 있어 모아놨다가 이렇게 사리면을 끓여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취직한 친구들은 아직 학생 신분인 나를 보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서 어울릴 친구들도 남아 있지 않고 무척이나 외롭다”고 말했다.

물론 전씨처럼 10년 가까이 졸업을 유예하고 학교를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하지만 이런 ‘극히 드문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4년제 대학생들이 5학년을 넘어 6학년이 되도록 대학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 대학 졸업생들의 현황을 보면 ‘대학 6학년’이 이미 일반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운영하는 대학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서울에 소재한 몇 개 대학의 2011년 8월, 2012년 2월 졸업생 현황을 살펴봤다. ㄱ대학교 경영학과의 경우 전체 졸업생 373명 중에 10년 이상 학교를 다닌 사람이 11명이었다. ㄴ대학교 경제학과의 졸업생 217명 중에서도 6명이 10년 이상 대학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 4년 만에 졸업’이 오히려 희귀한 세상이다. 8년, 9년씩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4년 만에 졸업하는 사람보다 많았다. ㄱ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생 중에 4년 혹은 조기졸업으로 4년 미만에 졸업한 사람들(남학생의 경우 군입대를 감안해 6년 이하)은 373명 중 49명이었다. ㄴ대학 경제학과 졸업생 217명 중 곧바로 졸업에 성공한 학생은 217명 중 30명이었다. ㄷ대학교 영어영문학과의 경우 2011년 8월, 2012년 2월 졸업생 158명 중에 18명만이 여학생의 경우 4년, 남학생의 경우 6년 이내에 졸업에 성공했다. 위에 언급된 학과에서 8년 이상 대학을 다닌 끝에 졸업한 사람은 각각 140명, 73명, 27명이으로, 4년 만에 졸업한 사람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요즘 대학생들은 보통 대학을 몇 년씩 다니는 걸까?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이명박 정부 5년 교육정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전체 대학생들은 평균 5.79년 만에 졸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사회계열 대학생은 평균 5.71년, 공학계열은 6.18년 만에 졸업한다.

2011년 전체대학생 평균 5.79년 만에 졸업
위에 예시로 제시한 인문사회계열 세 학과의 사례는 위의 통계자료보다 조금 더 심각하다. ㄱ대학 경영학과 학생들은 평균 졸업 소요기간이 남학생의 경우 7.59년, 여학생의 경우 5.82년이었다. ㄴ대학 경제학과 남학생들은 졸업까지 보통 7.57년이 걸렸고, 여학생들은 5.85년이 걸렸으며, ㄷ대학 영어영문학과 남학생들은 평균 7.39년, 여학생들은 5.75년 만에 대학생 신분을 벗었다. 이 결과는 대학 5학년을 넘어 ‘대학 6학년’이 일반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 증권사 취직에 성공한 뒤 올해 2월에 졸업한 박지은씨(23·가명)는 5년 만에 졸업한 경우다. 그는 “그래도 나는 빨리 졸업한 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같은 과 동기 여학생 30명 중 20명 정도는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시간이 갈수록 챙겨야 하는 ‘스펙’(학벌·학점·영어·자격증 등 구직자들이 갖추는 여러 가지 자격)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4.5점 만점에 4.2점의 학점, 900점에 가까운 토익점수, 기업홍보 서포터즈 경험, 미국 교환학생 경험, 경제토론대회 입상경력 등의 ‘스펙’을 갖고 있다. 그는 “내가 갖춘 스펙이 특출난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스펙을 갖춰 자신보다 1년 일찍 졸업해서 입사동기생으로 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최근엔 기업도 스펙 일변도의 채용절차에 어느 정도 변화를 주고 있다. 하지만 박씨는 “나보다 스펙이 훨씬 좋았던 사람이 2차·3차 전형에서 탈락하는 것도 봤다. 하지만 스펙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서류를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류가 통과돼도 문제다. 전재원씨는 한 대기업 인턴십에 합격해 몇 개월간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인턴사원 80명이 들어왔는데, 인턴이 끝난 뒤 채용된 사람은 2명뿐이었다”며 “구직자들은 기업에서 정확히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스펙을 쌓아야 하고, 그러다보면 점점 졸업이 늦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삶의 불안정이 가속화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위한 고시 공부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늘어났다. 박지은씨는 10년 가까이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선배의 사례를 소개했다. 박씨의 선배는 사법고시와 공무원시험을 각각 3년씩 준비했지만 결국 합격하지 못했다. 매번 후배들의 졸업식을 챙겨줬던 박씨의 선배는 올해 졸업식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생 정기준씨(29)도 박씨의 선배와 비슷한 경우다. 전씨는 공무원시험 공부 2년, 회계사 자격증 공부 2년을 하다보니 어느새 10년차 대학생이 됐다. 정씨는 “학점은 다 마쳤지만 학생에서 ‘백수’로 신분이 바뀌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졸업요건을 채우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공부에 그만 매달리고 사회로 얼른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고시공부를 하다보면 스펙을 쌓을 겨를이 없다. 나보다 앞서 스펙을 쌓아오고 취업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경쟁자들과 싸울 자신이 들지 않고 고시만이 살 길이라고 봤다. 그러다보니 서른이 다 되도록 아직 학교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졸업유예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외로움’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선배들과 동기생들이 학교에 남지 않게 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과도 어울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홀로 도서관에 앉아 정해진 공부를 하고, 시간이 되면 혼자 밥을 먹고, 혼자서 집에 들어오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일상이다. 정씨는 “학교에 갈 일도 많지 않지만, 일단 가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없어 혼자서 있다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9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전재원씨는 “예전에는 편하게 드나들 수 있었던 동아리방도 이제는 후배들 눈치가 보여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주위의 시선도 점점 부담으로 다가온다. 대학을 졸업했다가 다른 분야로 다시 대학에 돌아온 윤지혜씨(31·가명)는 “20대 때에는 시행착오도 괜찮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내 생활을 신기해하고 ‘저렇게 살지 말자’는 평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주위의 시선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조대연씨(26)는 졸업유예생들이 스스로 주위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창들끼리 모임을 해도 졸업을 못한 애들은 애초에 오질 않는다. 나중에 소식을 들어보면 결국 눈을 낮춰서 취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창회에 오라고 해도 부담스럽다며 피한다. 나도 졸업을 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나서야 마음 편하게 친구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대학교 6학년’ 현상에 대해 대학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ㄴ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명현씨(21·가명)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김씨는 “청년들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지겨울 지경”이라면서도 “군생활 2년 동안 경쟁이 더 심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는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자신과 경쟁해야 할 취업준비생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김씨는 “이번에 과선배 40명 정도가 졸업을 했는데, 흔히 말하는 안정적 정규직이 된 사람이 2~3명밖에 없다”며 “꼭 좁은 취업문을 돌파하는 길밖에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좁은 취업문만 바라보며 대학을 오랫동안 다니기보다 대학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대학에서는 벗어났지만 삶의 불안정에서 탈출할 순 없었다. 결국 다시 대학으로 복귀한 경우도 있었다.

청년창업가 장경진씨(27·가명)는 올해 2월, 군복무 기간을 포함해 6년 만에 바로 졸업했다. 장씨는 “동기 남학생 30명 중에 같이 졸업한 친구가 딱 한 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처음 대학에 들어올 때부터 청년창업의 꿈을 키웠다. 친환경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 주인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장씨는 과 학생회장을 1년 지내면서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는 등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다. 2학년 때부터 학내 창업동아리를 주도하며 공모전 입상 등 창업을 위한 ‘스펙’도 쌓았다. 학교로부터 창업지원자금으로 500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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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씨는 “스펙 과잉현상에 대한 대안으로 청년창업이 권장되고 있는데, 경험자로서 사회적으로 청년들에게 헛바람을 굉장히 불어넣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적인 사례로 그는 시간이 갈수록 창업활동도 일종의 취업용 스펙으로 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대학생들이 팀을 꾸려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차적으로 팀원들과 뜻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스펙 쌓기용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시늉만 하는 사람도 많고, 학교나 정부에서 해주는 창업 멘토링도 일반적인 기업 운영방식을 가르쳐주는 데 불과한 때가 많다”고 말했다.

두 차례 정도 창업에 실패하고 손해를 본 장씨는 한때 일반적인 기업 취직을 준비하기도 했다. 10여 군데에 원서를 넣었지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곳은 한 군데에 불과했다. 그는 “옆길을 보지 않고 스펙만 쌓지 않는 이상 서류 통과부터가 안 된다. 아무리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과연 꼼꼼하게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사업 실패로 얻은 빚 때문에 애인과의 결혼조차 생각을 못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졸업을 하지 말 걸 그랬다”고 말했다.

“이럴 거면 차리리 졸업하지 말 걸 그랬다”
2006년 ㄷ대학교 인문계열을 졸업한 윤지혜씨는 2011년에 다시 한 예술대학에 진학했다. ㄷ대학교 졸업 이전부터 영화감독을 목표로 했던 윤씨는 “남들처럼 취업준비에 매달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다들 스펙을 쌓을 때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영화를 배웠다. ㄷ대도 5년 만에 빨리 졸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술계열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영화 경력도 일천했던 윤씨는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 지원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한다. 윤씨는 PC방 아르바이트, 대기업 하청업체 사무보조 등을 전전하며 영화 제작에 필요한 돈을 모았다. 시간이 나는 대로 영화 제작 현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윤씨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2010년에 어느새 29세(만 28세)가 됐더라. ‘지금이라도 돌아서야겠다’는 생각에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꿈을 포기했다는 생각에 우울증을 겪던 윤씨는 1년 만에 시험을 접고 예술대학에 진학해 영화감독들에게 영화 지도를 받고 있다. 그는 “다른 학교와 달리 대놓고 스펙 쌓기를 하거나 토익점수를 자랑하거나 하는 건 못봤다. 그런데 예술 쪽이 워낙 불안하니까 암암리에 스펙 쌓기를 준비하는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재학생, 졸업생, 졸업유예생 모두 요즘 젊은이들의 삶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당연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취업에 성공해 대학을 탈출한 박지은씨는 “설날에 동갑인 사촌을 만났는데 이번에 졸업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고모가 그 앞에서 취업 얘기를 꺼내서 자리가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윤지혜씨는 “나야말로 불안한 청년의 전형이긴 한데, 모두가 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나. 영화를 포기하고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려고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좀 더 힘들더라도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년창업가 장경진씨는 “말 그대로 답이 없는 상황이고 앞이 깜깜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꿈을 접지는 않았으니까 꿈 하나만 보고 그냥 산다”고 말했다.

고시생 정기준씨는 “졸업식마저 뺏긴 고시생도 있다”며 “사법고시·행정고시 직전에 졸업식이 잡힌 경우, 10년 만의 졸업식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재원씨는 “과외를 하다보면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면접을 잘보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입에 발린 꾸미는 말을 하기보다 자기 인생의 스토리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는데, 막상 내가 안 된다”며 허탈한 표정으로 웃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표지이야기]잘 키운 재능 하나, 열 스펙 안 부럽다
주간경향| 기사입력 2013-02-27 11:40 기사원문
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스펙만큼이나 자기만의 고유한 재능과 감각으로 승부하려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일반적인 스펙 경쟁을 벗어나 다른 길을 찾는 청년들일지라도 일자리와 생계에 대한 부담을 피할 순 없다. 게다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고용된 일자리를 좇는 추세에서 한편으로 밀려나 있다는 불안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그들은 그만큼 자신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창업은 스펙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층이 생각하는 가장 일반적인 대안이다. 그 중 1인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사업 목표와 내용을 실정에 맞게 수정해 나가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취미 살려 수제 초콜릿 공방 열어
수제 초콜릿 제조공방 ‘쇼콜라에오브제’를 운영하고 있는 윤형원씨(30)는 카카오 원두 가공에서부터 초콜릿 제품 제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직접 담당한다. 1인 기업이라 원료나 포장재 구매, 홍보·영업·재무까지 모든 일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만큼 일의 강도는 평범한 직장인 이상의 수준이다. 하지만 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의 숙련도가 높아진 덕에 차츰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판매조건도 나아지고 있다. 대학시절 취미로 시작한 초콜릿에 대한 관심 때문에 졸업 전까지는 초콜릿과 관련된 외식 전문 기업에 취직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윤씨는 흔치 않은 수제 초콜릿의 시장성에 주목해 대학 졸업 직후인 2010년 9월부터 공방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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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공방을 창업해 경영하고 있는 윤형원씨가 카카오 원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쇼콜라에오브제 제공
공방을 꾸릴 공간을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되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많은 청년 창업자가 그렇듯 윤씨도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카카오 원두를 갈고 볶는 등 제조공정에 필요한 기계도 수입이 모이는 대로 하나하나씩 장만해 나갔다. 윤씨는 “지금 시도하고 있는 일관공정이 세계 초콜릿업계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제조방식이라 한국에서는 도움을 구할 기반도 없고, 판매를 하는 데에도 소비자들의 인식이 낮은 상태다. 카카오 수입부터 관련 기계류·생산기술·제품까지 뭐 하나 갖춰진 게 없어 힘들지만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청년층 창업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새롭고 창의적인 도전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청년창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막연한 계획만으로 도전하면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씨는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아주 힘든데, 특히 1인 기업이라면 수익구조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자기가 기술자인지 경영자인지를 잘 판단해 부족한 부분을 어떤 식으로 보충할지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하려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보다 초점을 맞추려는 청년·대학생들은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방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문화기획단체 ‘페퍼트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대학생 지윤정씨(21)는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 방향을 공익적 활동으로 잡아 졸업 이후의 계획까지 생각하는 중이다. 페퍼트리는 ‘살아있는 도서관’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방면의 문화예술인들의 경험을 대중과 공유하게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강연자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삼아 자신만의 독특한 경력과 작품들을 청중들에게 해설해주는 자리다. 교육학을 전공하는 지씨는 성인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과정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는 지금의 문화행사 기획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과 교육을 접목시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세울 계획이다.

“내 길에서 찾은 발전도 나름의 스펙”
단체활동을 통해 여러 사회적 기업을 접촉하면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지씨는 “사회적 기업에서 만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아도 자기 일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임용고시를 보고 교사가 돼 학교로 가거나 아니면 기업에 취직하는 진로를 선택하는데, 학교나 기업 같은 조직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돼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못하며 살 것 같다”면서 “주변에서 스펙을 쌓아 합격하려는 경쟁을 바라보면 혹시나 내가 뒤처지거나 나중에 후회하진 않을까 불안할 때도 있지만 이 길에서만 찾을 수 있는 성장과 발전도 나름의 스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백수’라고 소개한 심민철씨(가명·29)의 주수입원은 ‘이것저것 돈 되는 글쓰기’다. 각종 원고 기고나 번역·교정 등의 일은 물론 쉽게 밝힐 수만은 없는 논문 대필까지, 돈을 벌 수 있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글쓰기 일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선 가리지 않고 글을 쓰지만 심씨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주력하는 글쓰기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프리랜서 작가이자 영화감독 지망생인 셈이다. 대학에서 영상과 문학을 전공한 심씨는 지난해 초까지 졸업을 미루다 재학연한을 다 채우고서야 대학 문턱을 벗어났다. 비교적 시간 사용이 자유로운 교내 아르바이트 자리는 대학생 신분이 유지될 때까지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씨는 “소속된 곳이 없어진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대학원 진학도 생각해 봤지만 대학 입학 때부터 준비해온 내 미래를 한 번 믿어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적은 액수지만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던 교내 일자리를 그만둔 뒤 심씨는 갖은 연줄을 동원해 일감 찾기에 나섰다. 현재는 출판사에서 받는 외주업무가 늘어 거의 전업상태로 일하고 있지만 감각을 잃지 않으려 보수가 훨씬 적은 촬영현장 아르바이트도 꼬박꼬박 나간다. 매일 주어지는 일이 달라 생활이 불규칙하고 전혀 생소한 분야의 글을 걸맞은 문체로 바꿔 정해진 기간 안에 넘기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만큼의 자유를 얻었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는 심씨는 “한때는 모르는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주어진 기간의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찾아 읽는 데 쓰기도 했지만, 그 경험들이 좋은 영화를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면서 “사람마다 자기 삶을 사는 방식이 다 다르듯이 현재 하고 있는 일도 영화 제작이라는 꿈에 접근하는 기회이자 또 쉽게 흘려버릴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라는 점을 깨달은 뒤로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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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스펙 보다 열정과 끼”

파이낸셜뉴스| 기사입력 2013-03-05 17:12 기사원문
삼성·현대차·한화그룹 등 3월 일제히 상반기 공채
사진난 없애고 항목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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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이 아니라 '끼와 열정'이 중요하다.' 상반기 공채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 대표 대기업들이 속속 '열린채용' 전형을 공개하고 있다.

스펙을 많이보던 기존 채용방식을 버리고 실제 업무 수행 역량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특히 인성·적성 검사를 폐지하는가 하면 원서에 지원자 사진 난을 없애는 등 파격이 쏟아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한화그룹, 이랜드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이달 일제히 상반기 공개채용을 실시한다.

현대자동차는 지원자의 '스펙'이 아닌 끼와 열정의 평가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공채부터 지원자 사진 등 채용 전형 진행 시 스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부 항목을 과감히 없앴다. 원서에 부모님 주소와 제2외국어 구사능력, 고교 전공 표시란도 사라졌다. 또 수상 내역과 동아리 활동, 기타 경력 등 3개 항목을 '활동'이라는 1개 항목으로 통합하는 등 지원서의 작성 항목을 28개에서 20개로 줄였다.

여기에다 '5분 자기 P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는 모든 정보가 가려진 상태에서 본인의 열정과 끼를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우수자에게는 공채 서류전형이 면제되는 혜택이 주어진다.

아울러 어려운 환경에서 외국 경험 등 스펙을 쌓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실질적인 취업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이번 상반기 대졸신입사원 공채에 국가장학생 중 기초생활수급대상자들을 별도로 심사해 전형 과정 내 우대하는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다.

오는 22일부터 인턴 원서접수를 받는 SK는 끼와 재능을 갖춘 '바이킹형 인재'를 모집 인원의 10%가량 뽑을 예정이다. 500~600명의 인턴 합격자 중 절반은 하반기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

한화그룹은 구직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험전형을 줄이고 인성·적성 검사를 폐지했다.

오는 19일까지 서류접수를 받는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15개 계열사에서 450여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삼성그룹은 오는 18일부터 서류접수를 시작으로 채용 절차가 시작된다. 올해 삼성그룹은 구직자들의 '인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적성과 인성 검사를 동시에 시행했지만 올해는 이 둘을 분리했다. 적성 검사를 통과한 구직자들만 인성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이외에도 채용 절차 중 하나였던 집단토론이 사라졌다.

yoon@fnnews.com 윤정남 이병철 기자
  
 

대기업 대졸 공채 새 트렌드 봤더니… 스펙보다 열정·업무능력·끼…

서울신문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8면의 TOP기사입니다.18신문에 게재되었으며 18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3-03-06 03:1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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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인·적성검사는 그야말로 필기시험일 뿐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이 워낙 철저히 준비를 하니 변별력이 떨어져 진짜 실력을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대기업 대졸 채용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학점·토익점수·자격증 등 획일화된 스펙보다 업무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전형에 변화가 일고 있다. 스펙 대신 열정이나 업무능력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2006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부터 시행해 온 인·적성검사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면접을 더욱 강화해 실질적인 직무 능력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계열사별로 직무에 맞는 평가방식을 개발 중이다.

현대차 그룹은 대졸 전형을 과감하게 바꿨다. 입사 지원자에 대한 선입견을 차단하기 위해 지원서에 증명사진을 붙이는 자리를 없앴다. 뿐만 아니라 제2외국어 구사 여부와 부모 주소를 넣는 항목까지 삭제했다. 수상 내역·동아리 활동·기타 경력 등의 활동 항목을 1개로 통합해 ‘스펙을 과시할 수 있는’ 28개 항목을 20개로 줄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똑똑하고 많이 배운 직원도 중요하지만 회사를 위한 열정과 창조적인 끼를 가진 직원이 더욱 중요한 시대로 변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3급 신입공채에서 서류전형을 없앤 삼성그룹은 올 상반기 대졸 공채에선 전형 절차를 간소화했다. 인성시험과 직무적성시험을 분리해 직무적성시험에 합격한 사람에 한해서만 인성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한솔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인·적성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인·적성검사의 축소나 폐지는 지원자의 부담을 더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이 인재 선발에 있어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점도 있다.

인·적성검사는 수학, 창의력, 추리력 등 각종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사하는 평가 방식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시행하고 있다. 취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와 관련한 참고서가 봇물을 이루고, 특정 그룹의 인·적성검사 대비 학원까지 성행할 정도다. 대기업 관계자는 “비슷한 점수와 스펙 쌓기에만 매달린 입사자는 기본은 하지만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부작용도 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올해부터 하반기 대졸 채용 지원서에 사업 경험과 특허 보유 여부를 묻는 항목을 추가한다. 화려한 점수가 아니라 관심 분야에 대한 재능과 열의를 보겠다는 것이다. 실무 위주 선발을 위해 3년 전부터 공채와 별도로 인턴십 채용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인턴을 뽑아 2개월 동안 업무 현장에 투입해 근무태도, 업무능력을 토대로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왔다. 올해 500명의 인턴을 뽑아 절반 이상을 정식 직원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인턴 채용에 대한 사내 반응이 좋아 비중을 점차 확대해 궁극적으로 대졸자 공채 방식을 대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상반기 대졸 채용에서 특이하게 ‘서약서’를 도입한다. 신동빈 롯데회장의 이름이 명기된 이 서약서는 선발 과정 중 청탁 사실이 발견될 경우 지원자를 탈락시킨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입사 지원을 할 때 먼저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학벌뿐 아니라 집안 배경도 보지 않고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1998년부터 수험표와 이름을 제외한 학력·출신 지역·전공 등의 정보를 배제한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 중인 효성은 면접이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2년 전부터는 1인당 20분 정도 주제를 던져주고 진행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통해 실무 검증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2013년 신입사원을 선발한 코오롱은 지원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지원서 양식을 바꿨다. 스펙은 좀 ‘달리더라도’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재를 뽑겠다는 의도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삼성그룹, 대졸 채용때 토론면접 폐지

연합뉴스| 기사입력 2013-03-06 06:03 | 최종수정 2013-03-06 08:14

18일부터 상반기 공채 시작

저소득층 5%, 지방대 35% 할당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18일부터 시작된다.

올 상반기 채용에서는 집단토론면접이 없어지는 등 채용 방식에 변화가 있는 만큼 채용 전형을 알고 준비해야 입사하기가 유리하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는 18일부터 22일까지 서류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4월7일에 삼성직무적성검사를 하고, 4월말∼5월초에 면접을 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채용 인원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작년 상반기와 비슷한 4천500여명 수준이거나 이를 약간 상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작년에 상·하반기에 각각 4천5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올 상반기에는 집단토론면접을 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까지는 면접방식의 하나로 6∼8명이 특정주제를 놓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있게 전개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이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 채용에서는 면접까지 올라간 지원자는 임원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면접만 하면 된다.

올해는 또 삼성그룹의 자체 직무적성검사도 직무적성시험과 인성시험으로 분리해 적성시험 합격자만 인성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삼성의 열린 채용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학벌, 성별, 출신지역 등에 따른 차별이 없으며, 스펙 위주가 아닌 능력위주의 평가로 인재를 뽑는다.

이로 인해 삼성의 대졸 공채에는 서류전형이 없으며 기본자격을 갖춘 지원자는 모두 직무적성검사에 응시할 기회를 갖는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행된 저소득층과 지방대 출신 우대는 올해에도 이어진다.

삼성은 작년 하반기 4천500명 공채때 10%인 450명을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서 뽑았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지 않았던 상반기를 포함하면 전체 대졸 공채(9천명)의 5%가 저소득층 학생으로 채워졌다.

삼성은 이번 상반기 공채에서도 5%를 저소득층으로 채울 계획이다.

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5%는 지방대 출신으로 채울 방침이다.

sungje@yna.co.kr

 

상반기 '취업전쟁' 쫄지 말자…채용 안줄고 스펙 덜 본다

한국경제| 기사입력 2013-03-07 17:04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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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공채 승부 포인트

LG·SK, 인턴 취업 확대

CJ, 작년보다 100명 늘려

한화, 인·적성검사 폐지

대기업 공개 채용방식은 매년 조금씩 바뀐다. 올해는 변화가 많은 때 중 하나다. 잘 파악해 대응하는 게 취업전쟁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이다.

①채용 줄지 않는다…“쫄지 말자!”

불황으로 채용 인원이 줄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를 강조하면서 기업들은 고용 확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CJ그룹은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600명을 채용하겠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지난해 상반기나 당초 계획보다 100명 늘었다. 올해 전체로는 대졸 신입사원 1500명, 고졸 사원 2600명 등 작년보다 5.9% 늘어난 7200명을 뽑기로 했다.

이정일 채용담당 부장은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최고 경영층의 의지로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서류는 오는 14~26일 접수한다.

LG그룹은 올해 작년과 같은 1만5000여명을 뽑되 상반기에는 작년 수준(7300명)보다 더 뽑기로 했다. 오는 13일 상반기 공채 요강을 발표하는 삼성도 최소 작년 수준 이상(4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②그룹별 채용 순서가 달라졌다

기업들이 매년 비슷한 시기에 서류접수를 진행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통상 3월 첫째주 원서접수를 시작한 삼성은 예년보다 2주 정도 늦춰 오는 18일부터 지원서를 받는다. 두산과 포스코, 롯데 등은 삼성 현대자동차 등과 일정을 달리하기 위해 서류접수 시기를 조율 중이다.

③전형 일정 줄어든다

인성·적성 검사를 폐지하고 원서에 지원자 사진칸을 없애는 등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원자 사진, 부모님 주소 등 채용 전형 진행 시 스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부 항목을 뺐다. 삼성은 집단토론 면접을 없앤다. 인성 면접과 프레젠테이션(PT) 면접만 치른다. 한화그룹은 인성·적성 검사를 폐지했다. 오는 19일까지 서류접수를 받는 한화그룹은 45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④특별한 전형을 노려라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전형도 늘고 있다. 현대차는 공채에 국가장학생 중 기초생활수급대상자들을 우대한다. 올 상반기 110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 현대중공업은 북한 이탈주민에게 5% 가산점을 준다. 삼성은 ‘열린 채용’ 방식으로 저소득층에 5%를 할당하고 지방대 출신을 35% 뽑을 방침이다. 포스코는 장교 출신자를 별도 채용한다.

⑤인턴 취업 늘어난다

인턴십을 거쳐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가 늘고 있다. SK는 오는 22일부터 인턴 원서접수를 받는다. 500~600명의 인턴 중 절반 이상은 하반기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다. 지난해엔 70%가 정규직으로 뽑혔다. LG 계열사 중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도 인턴을 뽑은 뒤 6주간 인턴십을 거쳐 채용한다.

김현석/서욱진/윤정현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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