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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MBA] 존 마에다 총장, 그것은 바로 예술이다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4,792
첨부파일
-
[매경 MBA] 그것은 바로 예술이다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3-05-03 14:16 기사원문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기술과 예술 융합의 시초였다. 예술이 예술에만 머물지 않고 기술과의 조합을 시도한 사례다. 1980년대 당시 가장 '핫'한 기술의 첨병이었던 TV는 예술과 만나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1984년 그의 작품을 통해 방영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전 세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후 거의 30년이 흐른 지금 기술과 예술의 경계선은 무너졌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폰은 전화 기능에 데이터 통신 기술을 더한 '기술'의 집합체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제작과 사용, 바탕화면의 구성 등은 예술과 디자인의 영역이다.
오늘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중 상당수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탄생했다. 세계적인 소셜 여행서비스 업체인 에어비앤비가 그렇다. 이 회사는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독특한 숙소를 가진 사람들을 숙박객들과 연결해 준다. 그러나 기술을 활용해 '소셜 여행'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디자인, 즉 예술의 영역에 가깝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2명이 세계적인 디자인 스쿨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출신의 디자이너인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컨버전스ㆍ통섭 등 수많은 말들로 대변되는 융합의 핵심은 바로 기술과 예술의 합체다. 기술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세계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기술을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게 한 것은 예술이다. 기술은 예술의 옷을 입으면서, 일반 대중들에게 한층 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가게 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휴대폰 안에는 수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지만, 그 기술을 사용자 모두가 알 필요는 없다. 그 기술은 우리가 익히 아는 휴대폰의 모양, 키패드의 방식, 버튼의 위치 등을 포함한 '디자인'을 통해 인지되고, 사용되며 가치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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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aime Marland>
하지만 기술과 예술은 종종 대립각을 세우며 으르렁댄다. 존 마에다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총장은 이 분야의 가장 훌륭한 중재자다. 세계 최고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기술자면서, 일본의 쓰쿠바대학교에서 디자인학을 전공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그가 간 곳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추구하는 MIT의 미디어랩이다. 이곳에서 소장까지 지내며, 치열하게 기술과 예술의 합체를 연구했다.
최종적으로 그는 다시 예술로 돌아왔다. 기술은 충분히 세상에 있다는 생각에서다. 세상의 수많은 기술에 예술을 입혀 '인간화'하는 작업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2007년 미국의 디자인 명문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다.
매일경제 MBA팀은 마에다 총장을 이메일로 단독 인터뷰하고 창조경제의 핵심인 융합, 특히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 대해 물었다. 두부가게를 하던 일본인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어떻게 세계적인 구루(Guru)가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매일경제와는 이번이 두 번째 인터뷰다. MIT 미디어랩 소장으로 있던 2007년에는 디지털 시대의 미래에 대해 인터뷰했다. 이번엔 그 미래를 만들어갈 '기술의 예술화'가 주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MIT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하다가 별안간 일본으로 가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MIT에 진학해 컴퓨터과학과 전자공학을 공부했던 나는 시각디자인의 대가인 뮤리엘 쿠퍼를 만났다. 나는 당시 지도교수와의 갈등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때려친 상태였다. 뮤리엘 쿠퍼는 아직도 내 인생 최고의 멘토인데,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로, 그녀는 나에게 컴퓨터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 두 번째, 그녀는 나에게 예술학교 진학을 권해 내 인생을 바꿨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기술로부터 항상 무언가 부족함을 느껴왔다. 기술만으로는 인간의 경험이 더 나아지거나 발전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예술학교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나서, 나는 예술이야말로 기술의 부족함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예술, 디자인, 창의성이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을 창출해주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았다.
-예술가 이전에 과학자였고,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었다. 이처럼 예술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이유는 뭔가.
▶디자인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기술개발과 예술은 '함께' 가야 한다. 디자인은 제품을 차별화하는 요소이며, 인간과 기술을 감성적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디자인은 훨씬 더 진보할 것이다.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충분한 기술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아직까지 충분히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21세기, 22세기의 진정한 혁신 요소는 예술이다.
한국의 예를 들어보자. 삼성 갤럭시 시리즈는 오랜 혼돈과 시행착오를 거쳐 '갤럭시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찾은 후에야 성공 반열에 올랐다. 지금 갤럭시의 성공은 결국 삼성의 기술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확립됐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 지구 온난화·도시 비대화…
쏟아지는 각종 이슈들의 해답…기술의 진보만으론 찾을 수 없어…예술의 힘 더해져야 진정한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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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설파한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의 개념을 설명해달라.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새로운 개념인데.
▶STEAM, 즉 과학과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의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이 변하고 혁신한다는 의미다. 나는 MIT에서 예술(Art)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가지 가치, 즉 STEM의 중요성을 배웠고, STEM을 어떻게 만들고, 적용하는지도 알았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STEM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STEM에는 A, 즉 예술이 더해져야 한다. 예술은 불완전한 STEM에 스토리를 불어넣어 완전하게 만들어준다.
-예술(Art)이 어떻게 STEM에 스토리를 불어넣나.
▶오늘날과 같이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과학과 기술의 세계를, 예술은 좀 더 쉽고 접근가능한 비주얼, 손에 닿는 무언가로 실체화한다는 이야기다. 예술은 과학과 기술을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게 바로 예술이 만드는 스토리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우리는 수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지구온난화, 경제 불확실성, 점점 커져가는 변화의 폭, 비대화되는 도시…. 우리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데, 기술만으로는 어렵다.
과거 예술가들은 과학자들이 내놓은 결과를 단순히 패키지화해 마무리하는 정도의 역할만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예술가들과 과학자들은 서로 파트너십을 구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는 예술가들과 해양학자들을 함께 묶어 기후변화에 따른 글로벌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솔루션 모델을 만들라는 과제를 낸 적이 있다. 디자이너들에게 환자들이 병원에 갔을 때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아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찾아내라는 과제를 낸 적도 있다. 이런 과제들은 기술과 예술이 협력해 해결해야 하는 실제 문제들이다.
단지 혁신적인 기술 하나만으론 많은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그 기술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잘 사용할 수 있게 하는지를 고민하는 '예술'의 힘이 필요하다. 기술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활용하게 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기술을 '수많은 사람'에게 쥐어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기술과 예술의 컨버전스를 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우리에게 이제 일반화된 '웹'이라는 기술도 '인간의 감정표현'이라는 전제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기술이다. 컴퓨터는 그 자체만으로 어떤 변화도 일으키지 못한다. 이 컴퓨터가 인간의 감정, 경험을 담아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 컴퓨터라는 기술은 삶을 의미있게 바꾼다. 이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나. 이것은 예술의 영역이다. 기술의 인간화로 표현할 수 있겠다.
-당신의 생각대로라면, 기술과 결합해야 하는 예술은 예술 그 자체라기보다는 예술에 기반을 둔 휴머니즘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내 바람은 정책 입안자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예술을 '가지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으로 마인드를 바꿔 '예술을 통해 세상을 살리자'는 목표를 향해 뛰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과 예술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 분야와 예술 분야에 모두 있어본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보면, 양쪽 분야는 떨어지면 약해지고 함께 있으면 강해진다. 두뇌(기술)와 심장(예술)의 멋들어진 향연,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인간화다.
-기술의 산실인 MIT와 예술의 산실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의 차이점을 기술과 예술의 차이점으로 설명한다면.
▶접착제의 비유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두 가지 타입의 접착제가 있다. 하나는 스프레이 방식으로 시트에 뿌리기만 하면 된다. 이게 MIT와 기술이다. 편리하고 빠르게 작업을 완성하게끔 해준다. 하지만 접착력이 오래가진 않는다. 또 하나는 '엘머풀'이라고 불리는 일반 접착제다. 양을 조절해서 신중하게 발라야 하고, 말리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이 일반 접착제는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그리고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과정은 어렵지만, 접착력이 오래간다.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할 순 없다. 분명한 건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 최고라는 것이다. 기술과 예술의 관계는 그런 것이다.
-'기술의 인간화'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단순함'을 제시한 것을 봤다.
▶복잡함과 단순함은 서로 라이벌이면서 이 지구상에 반드시 존재해야 할 가치들이다. 단순함은 복잡함과 대비를 이룸으로써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단순함'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아주 역설적이다.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일종의 '리듬'을 타면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고 실현하는 것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예술의 역할이다.
-기술만큼이나 예술도 '복잡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함'의 정의는 어떻게 내리면 되나.
▶단순함을 '더(More)'와 '덜(Less)'의 양비론적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단순함은 뻔한 것을 지우고, 의미 있는 것을 더하는 작업이다. 디테일이 많아도 단순할 수 있고, 디테일이 없어도 복잡할 수 있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에게 '당신은 빨래를 더하고 싶습니까, 덜하고 싶습니까?'라고 물으면 당연히 '덜'이라는 답변이 나올 것이고 '휴가를 더 가고 싶습니까, 덜 가고 싶습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더'라고 답변하지 않겠나.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리고 싶고, 덜 스트레스를 받고 싶은 것, 이것이 단순함의 핵심이다.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선 어떤 교육을 통해 기술과 예술을 통한 휴머나이징을 추구하나.
▶시대를 초월한 창의적 사고와 창의적 만들기를 위해 우리는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현재의 상태에서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자신만의 문제 해결 방식을 고안해내라고 주문한다. 특히 학교에선 창의적 생각을 실제로 옮겨 '만들기'를 해보는 작업을 장려한다.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만 맴돌면 안 된다. 실제로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실체를 구현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술과 예술이 어떻게 만나 시너지를 내고 효율적으로 통합되는지를 실제로 목격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경험은 없을 것이다.
- 한국 기업들에 부족한 것은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 아니라 예술적 측면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한국은 역사적으로도 디자인에 강한 나라다. 한국의 도자기나 철제 공예품을 봐도 그렇다. 그리고 김치가 있지 않나. 아주 독특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맛을 낸다. 한국은 아주 풍부한 감정의 나라이고, 예술적 측면에서 아주 강한 나라라고 본다. 다만 한국의 기업들이 좀 더 많은 디자이너나 예술가를 고용하고, 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하게끔 하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더 많은' 이 '더 나은' 상태?
존 마에다 교수는 외모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계 미국인이다.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모두 놓지 않았던 그의 개방적 사고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가 기술과 예술이라는 상반된 두 분야를 모두 전공으로 삼은 것, 그리고 두 분야 중앙에 서서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두 가지 문화적 배경을 슬기롭게 받아들인 그의 성격과도 무관치 않다.
-어린 시절의 당신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떻게 자랐나.
▶나는 시애틀에서 두부가게를 하던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 우리 가족은 온통 '가족 비즈니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나는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와 같은 학교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성적은 좋은 편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은 우리 아버지에게 '존은 수학과 예술에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그날 이후, 우리 아버지는 두부가게에 온 손님들에게 '우리 아들은 수학에 소질이 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예술에 대한 부분은 쏙 뺐다. 이게 내가 처음 맞닥뜨린 예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었다. 그런데 그런 점들이 나에겐 오히려 일종의 자극제가 됐다. 이후 예술 분야에서 좀 더 두각을 발휘하려고 노력했고, 이런 점들은 나에게 있어 예술분야를 좀 더 집요하게 파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느낀 두 문화의 차이점, 그리고 이를 통해 배운 점을 알려달라.
▶공간의 비유로 설명하고 싶다. 일본의 경우 보통 집들은 아주 작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책 한 권도 작고 가지고 다니기 좋게 휴대성을 강조해 만든다. 반면 미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 공간의 활용성 측면에선 큰 차이가 안 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공간 자체가 아주 좁고, 미국은 활용 스페이스가 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공간을 누리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을 무엇인가로 채우려는 강박감에 시달려 오히려 더 복잡하게 산다. 이를 보고 내가 느낀 것은 '더 많이'가 '더 나은'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다른 두 문화를 경험함으로써, 나는 좀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당신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 있다면.
▶MIT에서 세계적인 시각 디자이너인 뮤리엘 쿠퍼를 만나 일본의 디자인 학교에 진학한 것이 내 인생을 바꾼 최고 첫번째 순간이었다면,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때 만난 전설적인 디자이너 폴 랜드와 이코 다나카와의 조우 역시 내 인생을 바꿨다. 그들은 기존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수준의 상상력을 발휘할 줄 아는 놀라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보면서 나는 기존 사고와 미래적 사고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무조건 기존 사회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잘 적응하면서도, 새로운 상상력을 창조해 내면서 '아이코닉'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He is…
존 마에다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 총장은 세계적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컴퓨터 공학자다. 두부장사를 하는 일본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하버드 아니면 MIT에 가라"는 아버지의 충고에 따라 MIT에 입학해 전기공학과 컴퓨터 과학을 공부했다. 이후 박사과정을 밟던 중 그는 뮤리엘 쿠퍼의 조언에 따라 일본의 쓰쿠바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다. 컴퓨터라는 매개체에 예술의 옷을 입혀 '인간화'하는 데 매료된 존 마에다는 과학과 미디어 예술이 융합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MIT 미디어랩 교수가 됐다. 이후 2007년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총장으로 선임돼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 몰두하고 있다. 딸 다섯 명을 두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의 지도교수이자 '단순함의 법칙'의 저자로 유명하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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