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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의 시대… 작곡가 ‘억소리’ 시장은 ‘악소리’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5
조회수
4,606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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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의 시대… 작곡가 ‘억소리’ 시장은 ‘악소리’
| 기사입력 2013-05-09 22:05 | 최종수정 2013-05-10 00:45

ㆍ음원 생성·유통·분배·수입 재생해보니…

노래방에 가서 가수 싸이의 ‘젠틀맨’을 불렀다고 치자. 얼마의 돈이 작곡, 작사가들에게 들어갈까? 셈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구체적이다. 6월1일부터 시행되는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르면 노래방 크기마다, 위치마다 징수 금액이 다르다.

시·도 단위에 있는 노래연습장에서는 면적 6.6㎡ 미만의 방 1개당 월 5000원이 음악저작권료로 걷힌다. 읍면 단위에서는 4500원이 걷힌다. 단란주점은 전체 업장 규모를 따진다. 영업허가 면적 66㎡ 미만의 단란주점은 월 2만7000원씩 내야 한다. 최대 29만원까지 낸다. 룸살롱은 3만1000원부터 35만5000원을 낸다. 오락실에 있는 노래반주기에서는 1대당 월 3000원이 저작권료로 나간다.

이렇게 걷힌 돈은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주로 불렀는지를 세는 샘플 기계 자료를 바탕으로 각 노래별로 균등히 배분돼 작곡·작사가들의 통장으로 입금된다. 가수에게 가는 건 없다. 노래방 기기에서는 가수 목소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저작권 주체는 ‘가창자’로서 가수가 아니라 노래를 만든 작사·작곡가 몫이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젠틀맨’를 공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수가 아니라 작곡·작사가로서 저작권료를 받는다. 현재까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징수와 분배를 책임지는 유일한 신탁사다.

▲ 노래 한 곡 다운로드 60원… 작곡 작사가 25원씩·편곡 10원

4년새 저작권료 규모 30% 더 늘어… 대형마트 등 마찰 빚어

2011년 박진영 13억7300만원 음원 수입… 작곡가 1위에

아이돌그룹 중심 자작곡 대세… 아이유·이효리도 가세

■ 저작권료가 징수되는 곳은

콘서트장, 쇼핑몰, 비행기, 커피숍, 뷔페, 경마장, 유원지, 백화점, 호텔, 영화관, 방송사 등 노래가 나오는 장소라면 모두가 저작권료 징수 대상처다.

콘서트를 보기 위해 10만원짜리 공연 티켓을 구입했다면 소비자들은 3000원꼴로 저작권료를 내게 된다. 티켓가 3%인 3000원 가량이 공연이 끝난 뒤 보름 내로 저작권협회에 입금된다.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 시 사용하는 ‘선거송’은 곡당 사용료가 200만원이다. 광역시장·도시자 선거는 100만원, 기초단체장 선거는 50만원을 음저협에 낸다. 5만㎡ 이상 면적의 쇼핑몰, 백화점이라면 매달 130만원을 내야한다. 비행기 내 음악 저작권 사용료는 300석 이상 비행기당 월 2만6000원(탑승 중), 11만5000원(비행 중) 등 사용료가 걷힌다.

각 영업별, 업장마다 세분화된 징수 및 배분 규정이 존재한다. 최근 마련된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은 총 8장 40조에 걸쳐 방대한 세칙을 두고 있다. 규정은 문화부의 승인을 거쳐 저작권법 시행령에 따라 시행된다.

노래 한 곡을 다운로드 받을 시 곡당 저작권료 단가는 60원 정도다. 일정 신탁 수수료를 뺀 뒤 12분의 5(약 25원), 12분의 5(25원), 12분의 2(10원)가 각각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에게 지급된다.

■ 덩치 커지면서 마찰은 불가피

저작권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시민단체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음저협은 2009년 870억, 2010년 1028억, 2011년 1087억, 2012년 1115억여원을 징수했다. 매년 30%씩 늘고 있다.

이에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2011년 이마트가 한때 저작권료를 높게 올려 달라는 음저협과 마찰을 빚으면서, 매장 내에 팝과 클래식 음악만을 트는 강수를 둔 적이 있다. 최근에는 상승하는 저작권료에 반발한 영화 제작사들이 음저협과 싸움을 벌였고, 갑작스럽게 저작권료를 수금하기 시작한 노래교실에서도 항의하는 등 반발이 잇따랐다.

2012년 음저협과 KBS는 저작권료 징수 문제를 둘러싸고 소송전까지 벌였다.



 
 


최근 문화부가 저작권 복수 단체를 허용키로 한 것도, 음저협과 마찰을 빚는 단체들의 요구에 따른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국내 음악계에는 지상파 방송 3사가 출자해 만든 단체, 주요 가요기획사를 중심으로 한 단체 등 제2의 저작권 협회를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작곡가 ㄱ씨는 “사회전반에서 저작권을 중요시 여기기 시작했고, 이것이 돈이 된다는 판단에서 협회를 꾸리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히트 작곡가들은 억대 연봉에

히트 작곡가들의 삶은 과거보다 향상됐다. 저작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료는 과거 음반 판매, 방송 상영 정도에서만 걷혔다. 디지털 음원시대로 접어들면서 음원, 배경음악, 노래방, 컬러링, 스트리밍 등 저작권을 벌어 들이는 창구가 다양해졌다.

작곡가들이 벌어들이는 저작권료 규모는 2009년 국회 국감장에서 밝혀졌다. SG워너비, 씨야 등의 노래를 작곡한 조영수 작곡가는 연평균 11억원대를 받으며 2007년~2010년 1위를 차지했다. 2009년에는 100명 이상이 연간 1억원 이상 저작권료를 받았다.

2011년에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작곡가가 1위에 올랐다. 원더걸스, 2PM, 미쓰에이 등의 노래를 통해 13억7300여만원을 받았다. 조영수는 2위로 13억2480여만원을 받았다. 조영수가 5년간 받은 것만 50여억원에 이른다.

1986년 당시 저작권료 수입 1위를 차지했던 작곡가 박춘석은 1개월에 70만원 정도 저작권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800만원 정도 규모다.

유명 작곡가 ㄴ씨는 “일단 노래 하나가 차트 1위에 한 주라도 오를 경우, 그해 1억원 정도의 저작권료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차트 1위에 올랐던 노래가 5개라면 그해 5억원 정도의 저작권료를 받는다.

물론 ‘곡비’는 따로다. 가수나 제작자들은 A급 작곡가로부터 곡당 2000만원 정도를 주고 노래를 구입한다.



 
 
자작곡을 쓰는 빅뱅 지드래곤.

■ 자작의 시대

자작한 히트곡을 지닌 모 중견 가수는 최근 이렇다할 활약 없이도 매달 들어 오는 1000만원대의 저작권료로 생활비를 쓰고 있다. 비슷한 시기 타 작곡가들의 노래로 활동하던 동료 가수들은 대놓고 그를 부러워하곤 한다. 또 다른 인기 작곡가는 사귀던 여성과 헤어질 때 집과 집에 있던 물건을 전부 주고, 저작권 입금 통장만 들고 나왔다.

최근 작곡가들이 자신의 앨범을 만들거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따로 설립해 가수를 육성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가수들 인식도 변모하고 있다. 유명 아이돌 그룹이라면 자작곡을 싣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빅뱅에서는 지드래곤이, 비스트는 용준형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룹 JYJ는 재중, 준수, 유천 3명 모두가 자작곡을 써서 음반을 만들고 있고, 2PM에서는 준케이, 닉쿤, 택연, 원더걸스에는 예은이 자작곡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유, 이효리가 각각 자작 행렬에 합류했다.

음악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안효진씨는 “많은 가수들과 연습생들이 노래를 직접 만드는 데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미디(노래반주기)나 악기를 익히고 다루는 모습은 흔한 장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기획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가수로서 성장에 도움되는 등 장점이 있다”면서 “개인적인 저작권료 수익이 생기는 것도 유익한 일”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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