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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8
조회수
4,322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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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논어』부터 『열하일기』까지 씹고 또 씹어본 고전의 맛

중앙일보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23면의 1단기사입니다.23면1단| 기사입력 2013-07-06 00:11 | 최종수정 2013-07-06 06:42 기사원문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강신주 외 지음

21세기북스, 412쪽

1만8000원


쟁쟁(錚錚)하고 쟁쟁하다. 내로라하는 학자 13명이 동양고전을 빌려 들려주는 삶과 앎 얘기가 뛰어나고 맑다. 『논어』부터 『열하일기』까지 제목만 알던 책 껍데기가 술술 벗겨져나가며 알토란 같은 속살이 머릿속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다.

  지난해 가을,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와 연세대 학술정보원이 함께 진행한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의 녹취록이다. 대화체 강의가 친근하고, 강연자들의 자기고백이 쏠쏠하게 다가온다. 평생 공부 길에 스승이자 도반(道伴)으로 모신 이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또 고전이라고, 인문학의 부활이라고?' 손사래를 칠 분들도 있겠지만 염려를 붙들어 매도 되는 까닭이다.

 신정근(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는 동양고전을 커피에 빗대 설명한다. 『역경』은 운명을 예고하니 쓴맛이 강한 에스프레소, 상벌과 집행을 주제로 한 『서경』은 톡 쏘는 맛의 아이리시 커피, 교제와 욕망이 담긴 『시경』은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카페 라테, 사랑과 놀이를 말한 『논어』는 여러 가지 섞인 맛이 나는 카페 모카, 이상과 탈바꿈을 다룬 『대학』은 말랑말랑 단맛이 강한 캐러멜 마키아토 같다는 것이다. 입맛 따라 골라 읽으시라는 주문이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을 소개한 박석무 다산연구소장은 그의 이름만 알고 사상 공부는 뒷전인 세상을 한탄하며 “다산을 읽어보면 정말 안 미칠 수가 없다”고 일갈한다. 이렇게 좋은 걸 왜 모르고 사느냐는 쓴소리가 따끔하다.

  퇴계(退溪) 이황(1501~70)의 『성학십도』를 설명한 이광호(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성학(聖學)을 “인간의 향기를 꽃피우는 학문”이라 푼다. 심경호(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1435~93)을 일러 “이런 사람이 우리 역사에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저 역시 이런 사람이 없었다면 공부를 안 했을 것”이라 털어놓는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는 “21세기 지성에서 굉장히 중요한 코드가 글쓰기”리며 “문장을 어떻게 연마할 것인가 고민이라면 연암(燕巖) 박지원에서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한다.

 고전은 파고들어 씹고 또 씹을 때 그 진미를 맛볼 수 있는 인생의 고전(苦戰) 중 하나일 것이다. 한형조(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한학·철학) 교수의 말을 들어본다. “모든 것이 '마케팅'을 지향하는 이 척박한 시대에 길을 나서볼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들이 들려주는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저자 : 강신주
저자 강신주는 대중철학자.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저서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이 필요한 시간』,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외 다수.

저자 : 고미숙
저자 고미숙은 고전평론가.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 학사. 저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외 다수.

저자 : 김언종
저자 김언종은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대만 국립사립대학 국문연구소 박사. 경희대학교 국문학 학사. 저서 『(공저) 한자어 의미 연원사전』, 『(공역) 역주시경강의』 외 다수.

저자 : 김영수
저자 김영수는 前 영산원불교대학교 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고대 한 ?중 관계사 박사. 저서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사기의 리더십』, 『난세에 답하다』 외 다수.

저자 : 박석무
저자 박석무는 다산연구소 소장. 전남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전남대학교 법학 학사. 저서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역사의 땅, 사상의 고향을 가다(조선의 의인들)』, 『다산기행』 외 다수.

저자 : 박웅현
TBWA/Korea 전문임원
뉴욕대학교 대학원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 학사
저서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외 다수

저자 : 성백효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명예교수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한문교육학 학사
저서 『논어집주』, 『맹자집주』 외 다수

저자 : 신정근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서울대학교 철학 학사
저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 외 다수

저자 : 심경호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교토대학교 대학원 문학 박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저서 『김시습 평전』, 『금오신화』 외 다수

저자 : 이광호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서울대학교 철학 학사
저서 『성학십도 역주』, 『한국의 사상가 10인』 외 다수

저자 : 이기동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과 교수
쓰쿠바대학교 대학원 철학사상연구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유학 학사
저서 『대학중용강설』, 『한마음의 나라, 한국』 외 다수

저자 : 정병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저서 『권력과 인간-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 『나는 기생이다』, 『구운몽도』 외 다수

저자 : 정재서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 석사
저서 『(역주) 산해경』,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신화』 외 다수

저자 :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박사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저서 『히스토리아』, 『문화로 읽는 세계사』, 『근대 유럽의 형성』, 『세상을 보는 눈』 외 다수

저자 :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한학 ㆍ 철학 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철학 박사
서울대학교 철학 학사
저서 『근사록』, 『왜 동양철학인가』, 『조선유학의 거장들』 외 다수

 

김진우 - 진정한 학문을 위한 열망을 기대하며
김상근 - 인문학의 심화와 확산을 위하여
프롤로그
박웅현 - 사소한 것들에서 깨달음을 찾다
주경철 - 글로벌 르네상스의 첫 걸음, 동양고전
1. 동양고전에서 인생을 만나다
신정근 - 사람에 대한 꿈을 꾸다, 『논어』
박석무 - 시대를 바꾼 고민의 힘, 『목민심서』
이광호 - 향기로운 삶, 의미 있는 삶, 『성학십도』
한형조 - 스펙보다 더 중요한 자기발견, 『격몽요결』
정병설 - 절대 권력의 눈물, 『한중록』
2. 동양고전으로 행복을 꿈꾸다
성백효 - 사람을 생각합니다, 『맹자』
강신주 -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자유, 『장자』
이기동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중용』
김영수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사기』
김언종 - 3000년 지속된 사랑의 공식, 『시경』
3. 동양고전에서 창조를 발견하다
정재서 - 피어라 상상력, 만나라 『산해경』
심경호 - 천재의 광기, 『매월당집』과 『금오신화』
고미숙 - 유머와 열정의 패러독스, 『열하일기』
인명 자료
저자 소개

 

우리 시대 살아 있는 지성들의 위대한 강연
한 권의 책에 담긴 동양고전의 진수

제자백가부터 『열하일기』까지 인간의 삶을 아우르는 3000년의 지혜!
인간이란 누구인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일찍부터 문명이 발달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서양철학과는 다른 형태로 우주와 인간, 정치와 사회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었다.

한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와 경영 등의 실용학문이 사회를 이끌며 실용과는 동떨어진 인문학은 외면 받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그러나 최근 인간에 대한 연구야말로 무엇보다 삶을 관통하는 핵심주제라는 것을 인식한 지식인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인문학의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에서 주관한 ‘東洋고전, 2012년을 말하다’ 강의는 1만 3000여 명의 사람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며 인문학 열풍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강의는 『논어』를 시작으로 『맹자』, 『장자』 등 제자백가 사상과 『한중록』, 『금오신화』 등 한국의 고전까지 동양고전의 전반을 아우르는 총 14강의 강의로 이루어졌다. 각각의 강의는 강신주, 고미숙, 성백효, 정재서, 한형조 등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인문학자들이 참여해 그 빛을 더했다. 또한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진행된 박웅현, 주경철의 기조강연은 동양고전의 의미를 일깨우며 청중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매 회마다 1700여 좌석이 꽉 채우는 기염을 토하며 대학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그간 인문학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의 열광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이번에 출간된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강신주 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은 당시의 강의 중 이백과 두보를 제외한 13번의 강의를 엮은 것이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당시의 뜨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인문학자들이 펼치는 흥미로운 고전의 향연
인간의 삶과 행복, 철학이 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이 책은 강의를 크게 3부로 나눠 재구성되었다. 1부 ‘동양고전에서 인생을 만나다’에서는 『논어』, 『격몽요결』 등 다시 한 번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지혜의 문장을 담아낸 고전의 진수를 만나본다. 2부 ‘동양고전으로 행복을 꿈꾸다’에서는 『장자』, 『중용』, 『시경』 등에서 나타난 자유와 행복, 천국, 사랑과 같은 고귀한 가치를 어떻게 삶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본다. 마지막 3부 ‘동양고전에서 창조를 발견하다’에서는 『산해경』, 『열하일기』 등에서 한계를 넘어 두려움 없이 마음껏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동경한 신화 속 인물들과 저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동양고전은 서양고전에 비해 아직은 생소하지만 그 안에는 동양 고유의 문화 속에 간직된 역사와 정치, 사람이 숨 쉬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문학자들이 전하는 동양고전의 이야기는 그래서 결코 낯설지 않다. 백성들을 지혜롭게 다스리는 목민관의 규칙을 담은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현재의 여느 공무원규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공직자가 가져야 할 태도와 신념을 잘 나타낸다. 죽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형(거세형)을 자처하면서까지 집필한 사마천의 『사기』는 단순한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군상의 내밀한 모습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방대한 자료다. 흥미로운 신화의 세계가 펼쳐지는 『산해경』은 동양적인 관점으로 상상력을 자극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지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박물지로서의 역할까지 한다.

동양고전은 한자의 난해함과 고루하다는 편견으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자 하나하나가 가진 깊은 뜻과 방대한 분량의 글이 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 우리 선조들이 가진 해학과 철학을 이해한다면 겉으로 볼 때와는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한형조 교수는 “퇴계 두 권, 율곡 두 권 이 정도면 평생을 해도 새롭고 아직도 가야 될 곳이 있기 때문에 책을 많이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처음 동양고전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고, 기존에 동양고전에 관심이 있던 사람에게는 더 넓은 시야를 갖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논어』는 앞부분에서 군자라고 하는 존재, 세계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남에 의해서 평가되지 않는,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강한 자아가 필요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강력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에서는 군자가 오만해질 수 있는 가능성들을 막기 위해서 어떠한 삶의 자세를 취해야 할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앞에서는 현재의 조건에 안주하지 말고 ‘학’을 통해 끊임없이 ‘더 높이 나아가라’고 말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더 이상은 안 돼’라고 제어하는 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pp.52-53

다산은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이 아껴 쓰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다산이 말한 절용은 듣기에는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실천하기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 돈은 절용하기가 쉽지만 정부 돈은 함부로 쓰기 십상입니다. 최근 공직자들이 호화 청사 건축 등으로 예산을 낭비해 큰 비난을 받은 사례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절용은 공직자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p.76

인작은 남이 주어서 귀해진 것이니까 그 사람이 빼앗아 가면 끝이라는 얘기입니다. 천작은 자신의 본성과 본심을 지키고 길러 자연적으로 존귀해지는 것으로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구하여 얻어 냈으므로 그 누구도 뺏을 수 없습니다. 즉, 내게 달려 있는 것이기에 진정한 나의 소유이며 나의 이익입니다. 그러나 정승, 판서와 같은 벼슬은 조맹과 같은 권력가가 줄 수도 있고 뺏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인작에 혹해서는 진정한 자신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p.192

뱃전에 사로잡힌 앨버트로스는 영원히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요? 이 고통을, 이 부자유를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고 싶은데 태풍이 안 오면 어떻게 될까요? 30미터도 안 되는 배지만 도약해서 바다에 처박혀도 뛰어가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바람이 불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장자가 말하는 대붕의 정신은 ‘정면에 바람이 와도 후퇴하지 않는다. 태풍은 나를 비약시킬 수 있는 계기로 만든다’입니다. ‘곤’이라는 바닥에 처박혀 있었던 한 물고기가 거대한 새로 변해 바람을 얻고 스스로 올라가서 아주 먼 시야를 얻어서 날아가는 그것이 바로 대붕의 자유입니다.--- p.214

상상력의 제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보다 다원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 우리는 근대화를 위해 서양 문화를 급속도로 받아들여야 했고, 이를 위해 서양 문화의 근원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 전래동화보다 안데르센 동화를 먼저 읽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선조들이 간직해 왔던 신화, 즉 우리 상상력의 원천을 잃어버렸습니다.--- p.307

김시습은 가고 오고 앉고 눕고 하는 모든 것이 자유로웠습니다. 때때로 분노가 치밀면 광기를 발했고 그 끝에 우울해 했습니다. 세간의 불의를 너무나 참을 수 없어 했지만, 현세간의 당처當處가 곧 인간 존재의 본래성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믿고 현실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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