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 ‘집요한 탐구’ 문학시장 여름을 달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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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 ‘집요한 탐구’ 문학시장 여름을 달군다| 기사입력 2013-07-07 20:35 | 최종수정 2013-07-07 22:06[한겨레] 한 주를 여는 생각 여름 소설시장의 부활 올여름 독자들은 소설에 빠졌다. 국내외 인기 작가의 기대작이 한꺼번에 쏟아져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붐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발표하는 7월 첫주 전국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1위에, 정유정 소설 <28>이 3위에 올랐다. 하루키 소설은 발간 1주일 만에 30만부가량 팔려나갔고, 6월 중순 출간된 <28>도 10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또한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 김진명씨의 <고구려 5>가 7, 8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완득이> 작가 김려령씨의 첫 성인소설 <너를 봤어>, 정이현씨의 <안녕, 내 모든 것>, 이정명씨의 <천국의 소년> 같은 국내 소설과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악한 늑대>,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 같은 번역 소설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넘보고 있다. 최근 몇 년 계속돼온 극심한 출판 불황을 뚫고 소설 시장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본령인 인간의 상처에 대한 집요한 탐구, 생사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솟아나는 생명의 가치에 대한 천착이 올여름 독자와 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세라 예스24 도서팀장은 “7월 첫주 해외문학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뛰었으며, 국내문학도 한달 새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진영균 교보문고 대리는 “올여름 유난히 화제작이 많아 소설과 책 전체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문학 갈증 채워준 작가정신에 뜨거운 공감 행렬 올여름 문학 시장이 뜨겁다. 국내외 인기 작가 ‘출격’에 독자들의 서점가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하루키와 정유정, 댄 브라운과 정이현·김려령에 이어 조정래와 김영하 신작도 개봉박두! 주요 출판사들은 여름 휴가철을 겨냥해 ‘전략 상품’을 내놓는다.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사람들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한 해 매출에서 이른바 ‘여름 장사’의 비중은 압도적이라 할 만큼 크다. 최근 몇 년 독서 시장에서 소설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소설은 가장 믿을 만한 품목이다. 문학 전문 출판사와 거대 종합 출판사는 물론 중소 규모 출판사들까지 너나없이 소설 출판에 뛰어드는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출판사들은 국내외 인기 작가의 신작을 준비했다가 방학과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 초쯤에 시장에 내놓는다. 각 출판사의 기대작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서점가에 독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는 것이 이 무렵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여름 시장 쟁탈전이라고는 하지만, 2013년 올해는 유난히 많은 화제작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유례없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큐팔사>(1Q84)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20만부라는 기록적인 초판 발행으로 발간 즉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7년의 밤>으로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정유정이 그로부터 2년여 만에 발표한 <28> 역시 7월 첫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종합 3위에 오르며 하루키에게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28>의 선전에 힘입어 <7년의 밤> 역시 베스트셀러 순위에 다시 진입한 사실은 정유정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를 잘 보여준다. 하루키 소설 <색채가 없는…>은 고교 시절 절친했던 친구들한테서 어느 날 갑자기 절교 통보를 받은 것 때문에 고통받는 삼십대 중반 사내 다자키 쓰쿠루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문제의 절교 선언으로부터 벌써 16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아픔은 그가 현재의 연인 사라와 관계를 이어 가는 데에도 장애로 작용한다. 쓰쿠루가 연인의 조언에 따라 자신을 내쳤던 친구들을 하나씩 찾아가서 절교의 원인을 확인한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소설 제목에서 ‘순례’라 표현된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여행은 감추어졌던 진실을 확인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종의 종교적 의미를 지니게 되는데, 그것이 쓰쿠루의 몫일 뿐만 아니라 그를 내쳤던 친구들에게도 해당하며, 스스로 색채(=개성, 특징, 장점)가 없다고 생각했던 쓰쿠루가 순례를 통해 자신의 감추어졌던 색채를 확인하게 되는 과정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법하다. <28>은 서울 외곽 도시 화양에서 사람과 짐승에게 함께 옮는 인수공통전염병이 발병하면서 그곳 사람들이 펼치는 생과 사의 극한 투쟁, 주요 등장인물들 사이의 사랑과 증오의 드라마 그리고 인간과 생명의 의미에 대한 천착을 담은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군더더기 없이 빠르고 긴박한 문체, 영화를 보듯 선명하게 펼쳐지는 극적인 장면들, 복선과 반전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능란한 서사는 ‘지금 왜 정유정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는 듯 보인다. 하루키의 소설이 주인공의 고교 시절을 주요한 배경으로 삼는 것처럼 정이현의 소설 <안녕, 내 모든 것> 역시 1990년대 서울 강남의 고교생들을 등장시킨다. “학교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거리의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온 도시를 강타했다. 고모와 함께 오렌지주스를 마셨던 그곳이었다. (…) 교정에 두개뿐인 공중전화 부스에 줄이 수십 미터 늘어섰고 자율학습은 취소되었다. 옥상에 올라가 바라보니 정말로 멀리서 거대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성수대교 붕괴와 함께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이 소설의 주조음을 이룬다. 부모와 떨어져 부유한 조부모의 집에 얹혀사는 사실을 남들에게 숨기고 있는 세미, 통제할 수 없이 반복적으로 욕설을 내뱉는 투렛증후군에 시달리는 준모, 한번 보거나 들은 것은 결코 잊지 않는 비범한 기억력의 소유자 지혜. 이 세 친구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통과하는 고교 시절의 한가운데에는 그러나 무너진 백화점이 남긴 흔적과 비슷한 어떤 ‘구멍’이 자리잡고 있다. 청소년 소설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이 ‘성인물’로는 처음 내놓은 <너를 봤어>는 사랑과 폭력에 관한 강렬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유전과 환경 그리고 운명의 관계에 대한 치열한 탐구가 있는가 하면, 소설가 주인공들을 통해 문단의 맨얼굴을 엿보는 재미도 쑬쑬하다. 다음주에 나오는 조정래의 세 권짜리 소설 <정글만리>는 어느새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중국 대륙을 무대로 각국의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제 전쟁 현장을 그리면서 21세기 한반도의 현실과 전망을 모색한 묵직한 작품이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인페르노>, ‘미미 여사’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악한 늑대>, <연을 쫓는 아이>의 할레드 호세이니의 신작 <그리고 산이 울렸다> 같은 번역 소설들 역시 여름 독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들 가운데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하루키와 정유정이 양강 구도를 이루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선재 예스24 마케팅본부장은 “역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하루키가 유리할 것이고, 정유정이 얼마나 하루키를 따라잡느냐가 관전 포인트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진영균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대리도 “<7년의 밤> 때와 마찬가지로 정유정은 뒤로 갈수록 힘을 발휘할 것이지만 전체 판매량에서 하루키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반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하루키가 오로지 책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데 반해 정유정은 작가가 직접 프로모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정유정이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루키냐 정유정이냐, 아니면 댄 브라운이나 조정래 또는 정이현이냐. 2013년 여름 소설 시장 각축전의 막이 올랐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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