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지역사회가 원하는 대학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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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3-07-08 00:15 | 최종수정 2013-07-08 06:40
이계영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
융·복합 중심으로 학제 개편
의생명공학과 등 내년 신설
'잘 가르치는 대학'뽑히기도
이계영 총장은 “1시간 거리에 포항·울산·대구·부산 등 산업도시가 인접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학제를 개편했다”고 말했다. [경주=프리랜서 공정식]“대대적으로 학제 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기존 41개 학부가 내년부터 30개 학부로 줄어들게 됐어요. 교수 전공 중심으로 가르치던 그동안의 교육과정을 학생 중심으로 또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겁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이계영(59·컴퓨터공학) 총장은 최근 마무리된 학제 개편을 “구조조정이 아닌 교육과정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레저경영·호텔경영·외식경영으로 나뉘어 벽이 높던 학과를 관광경영학부로 묶어 비슷한 전공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영문·일문·중문 등 어학 전공은 경영학부나 사회과학계열 부전공을 의무화하는 등 융·복합을 확대했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학과도 만들었다. 내년에는 1단계로 의생명공학과와 기계부품시스템공학과를 신설한다.
의생명공학과는 대학에 설치된 의대·한의대와 대학병원을 활용해 경북도와 경주시가 육성 중인 의료관광과 힐링산업에 기여할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교내에는 지난달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족 갈등 등을 대화로 풀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국제힐링센터도 개관했다.
기계부품시스템공학과는 경주 주변에 산재한 자동차부품업체 수백 곳 등 지역 산업의 수요를 대비한다. 경주 월성원전·방폐장 등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자며 5년 전 설립한 기존 에너지환경대학은 특성화로 힘을 싣는다. 벌써 취업에 성과를 내고 있다. 학교 안 군데군데 원전 관련 유력 기업에 최종 합격했다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제주 출신으로 교무처장·기획처장을 거친 이 총장은 “이번 학제 개편은 향후 닥칠 지방 소재 대학의 위기에 미리 대응하는 뜻도 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구성원들은 학제 조정 과정에서 진통도 겪었다. 취업률이라는 잣대 하나로 학과 개편을 밀어붙인다는 비판이었다. 결국 대학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논리가 논란을 잠재웠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고교 졸업자 수는 대학 모집정원보다 적어지기 시작해 2020년에는 3만, 2022년에는 무려 13만 명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입학정원 2000명 규모의 대학 100여 곳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교육부를 향해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교육부가 재학생 충원률과 취업률 등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두 가지 지표를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에 똑같이 적용해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지표로는 지방대학이 절대 불리한 만큼 새로운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인문·예체능계 취업률을 대학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불국토 신라의 중심에서 건학이념(자비 정신으로 나라 인재 양성)을 다시 찾자며 건립돼 올해로 35년째를 맞는다. 경주시 석장동 캠퍼스는 서울 본교와 뿌리가 같지만 최근 들어 별도 총장 등 학교 경영과 대학평가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총장은 “그래서 동국대는 잘 아는데 의대·한의대가 설치된 경주캠퍼스는 덜 알려져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런 가운데도 몇몇 굵직한 성과를 냈다. 교육부의 '잘 가르치는 대학'(ACE)에 선정됐고,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는 지방 사립대 중 5위에 올랐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의 실감미디어 사업 236억원 등 정부 재정지원 사업만 500억원 가까이를 따냈다.
경주=송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