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 첫 내한 공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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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날자, 탄성이 터졌다22면| 기사입력 2013-07-08 00:45 | 최종수정 2013-07-08 06:42'월드스타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 첫 내한 공연 로베르토 볼레는 “유년기엔 나도 많이 불안했다. 열다섯 살 때 루돌프 누레예프로부터 '재능 있다'란 얘기를 듣는 순간, 내 방황도 끝이 났다”고 말했다. 사진은 2008년 '볼레와 친구들' 공연에 앞서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찍은 것이다. [사진작가 Luciano Romano] 가슴이 저며왔다. 춤으로 이렇게 애절할 수 있다니. 역시 발군이었다. 세계 넘버1 남자 무용수로 꼽히는 로베르토 볼레(Roberto Bolle·38)가 첫 내한 공연을 했다. 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볼레가 왜 최고의 발레리노인지를 입증하는 무대였다. 고난도 점프와 안정감 있는 회전은 기본, 탁월한 감정 표현에 절제력 있는 동작까지. '발레의 품격' 그 자체였다. 7, 8일 무대 올라 … 외모·기량 발군 로베르토 볼레 이탈리아 출신의 볼레는 현재 이탈리아 라스칼라 오페라 발레단 에뚜왈(수석보다 한 등급 위)이자 아메리칸발레씨어터 수석무용수다. 190㎝의 훤칠한 키, 균형 잡힌 몸매, 뛰어난 기량을 두루 갖춰 “루돌프 누레예프·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이후 명맥이 끊겼던 월드스타 발레리노의 계보를 잇고 있다”(장인주 무용컬럼니스트)는 평가다. 굳이 비유하자면 톰 크루즈의 외모에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력을 결합한 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공연 차 한국을 방문한 볼레를 5일 미리 만나봤다. - 한국 무대는 처음이다. “ 한국 관객은 미쳤다(crazy)는 얘기 여러 번 들었는데…. 그들의 열정이 숨어 있던 에너지까지 샘솟게 할 것 같다. 홍콩·도쿄 등에서 공연할 때 찾아왔던 한국 팬들에게 이제야 조금 보답하게 돼 즐겁다.” - 한국 공연에 갑자기 합류했다고 하던데. “서희(아메리칸발레씨어터 수석무용수)가 전화해 같이 하자고 해서 만사 제치고 달려왔다. 그와는 뉴욕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지는 잎새들' 등 두 차례 공연했다. 무대 위 호흡과 감성을 물론 무대 밖 인성까지, 여러모로 좋은 발레리나다. 곧 이탈리아 여름 축제 공연에서도 같이 무대에 서니, 잘 보여야 한다.(웃음)” 복잡한 심리 묘사 '오네긴' 맘에 들어 -'오네긴'은 어떤 작품인가 “발레에서 남자 주인공은 대부분 왕자다. 지루했다.(웃음) 반면 '오네긴'은 주인공의 심리가 복잡하다. 1막, 2막에선 도도하고 불친절한 면이 보이나 사랑에 눈 뜬 3막에선 다른 인물로 거듭난다. 3년 전 처음 했는데 오네긴의 어두운 내면이 나를 붙잡았다. 이제 나도 발(테크닉)보다 심장(감성)에 머무를 나이다.” 볼레는 일곱 살 때 발레에 입문했다. 열다섯 살 때 누레예프를 만나며 기량이 급성장했다. 스무살 때는 당대 최고의 발레리나였던 카를라 프락치·실비 길렘과 잇따라 공연하며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데뷔 후 30년간 매일 6~7시간 연습 - 세계적 발레리나들이 당신을 파트너 하고 싶은 1순위로 꼽는다. “키가 크고 힘이 세서 그러지 않을까.(웃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연습할 때 말고 무대 바깥에서도 컨디션이 어떤지, 불편한 데는 없는지 자주 챙긴다. 그런 배려가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 발레도, 여성도 섬세하다. 거짓된 호흡은 곧 들통난다.” - 외모가 출중해 기량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다. “예쁘면 누구나 눈길이 먼저 가지 않던가. 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없으면 쉽게 질린다. 생존하려면 결국 실력이다. 난 발레를 시작한 이후 30여 년간 매일 6∼7시간을 연습했다. 발레에 헌신하는 삶엔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사회 공헌에도 관심이 많은데. “14년째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하고 있다. 수단과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 가곤 하는데, 한번 가면 최소 한달 발레를 못한다. 그래도 무대에서 채울 수 없는 감흥이 나를 그곳으로 이끈다. 기금 마련 공연도 계속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발레 '오네긴'=19세기 러시아 문호 푸쉬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귀족청년 오네긴과 시골 순박한 처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안무가 존 크랑코의 1965년작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더해지며 20세기 드라마 발레의 정수로 꼽힌다. 국내에선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의해 초연됐다. 볼레는 8일 무대에 한번 더 오른다. 13일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예나의 고별 무대다.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0만원. 1544-1555.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