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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부, 자기 권리만 주장하지 않는가”

작성자
박두규
작성일
2013.07.09
조회수
4,692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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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부, 자기 권리만 주장하지 않는가”

문화일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24면의 TOP기사입니다.24면신문에 게재되었으며 24면의 TOP기사입니다.| 기사입력 2013-07-09 14:21 | 최종수정 2013-07-09 14:51 기사원문
 
김원우 작가는 “묘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옛말로서의 사투리 구사력이 현저하게 늘어난다”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경상도 사투리가 다소 껄끄럽게 들릴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바람직한 부부상을 그리지만 실제론 가족이나 부부가 와해되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요. 오늘날 부부관계가 과도기에 처해 있다는 말입니다.”

최근 장편소설 ‘부부의 초상’을 펴낸 김원우(66) 작가의 말이다. 지난 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자연과 종교가 격변기에 처해 있듯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라며 “특히 현실의 부부 사이에 남아 있는 것은 위선으로 포장된 자신의 권리 주장밖에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성(性)과 경제적 필요성 그리고 가족이 주는 안락한 분위기 때문에 부부관계를 유지하지만 속으론 갖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그럼에도 매스컴에선 여전히 달콤한 남녀관계를 그리기에 바쁘다”며 “문학에서나마 현실의 남녀관계를 정확히 그려야 과도기에 처한 혼인제도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설 ‘부부의 초상’에서 작가는 특유의 문체로 얽히고설킨 인간사에서 부부의 또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아울러 나름대로 ‘문화예술가’인 부부가 얼마나 속물 근성을 갖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소설의 화자(話者)는 지방신문의 한 퇴직 기자인 안 씨. 그리고 그와 알고 지내는 화가와 아내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화가 노옥배와 약사이자 시인인 고유미는 안 기자와 모두 특별하다면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처녀 적 고 시인과 유부남 안 기자는 ‘성교 비스무리한’ 선까지 넘나든 관계다. 한데 고 시인은 남편 노 화백의 회갑 기념에 참석한 안 기자에게 자신의 시집 해설을 써줄 것을 부탁하고, 노 화백 역시 이를 거든다. 세상의 명리에는 일정한 선을 그은 듯한 노 화백이나 약사의 생업에 매진하면서 일상을 나름 정직하게 응시하고 있는 고 시인은 기실 딜레탕트적 예술 애호가에 불과하다. 단지 안 기자 스스로의 자기 기만이 그런 실상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엔 경상도 사투리가 대화는 물론 묘사와 서술에서도 질펀하게 깔려 있다. 예컨대 지방신문사의 편집국 풍경을 그리고 있는 대목에서 장모 국장은 이렇게 언변을 늘어놓는다. “머니머니 캐싸도 우리는 헐렁헐렁한 거는 딱 질색이다. 설마 내만 그러까, 안 그럴 끼다. 빡빡한이 꽉꽉 조아주고 조판을 빈틈없이 짜주만 오죽 좋나. 머시 있을 데 없어바라, 훌빈한이 얼매나 썰렁하고 보기 싫노.”

경상도 사투리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보기엔 만만찮은 문장이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지방민의 열등감과 사투리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투리를 진하게 구사했다”며 “특히 경상도 사투리는 글로써 말맛을 살리기엔 불리한 점이 많지만 작정하고 써봤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문체는 또한 특유의 만연체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 작가는 “영어의 중·복문에서 배운 바도 있지만 무엇보다 독일 작가 토마스 만과 횡보 염상섭의 문장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속물근성에 대한 김 작가의 시니컬한 비판도 정평이 나 있다. 전작인 중편소설 ‘돌풍전후’에선 심지어 작가 자신으로 짐작되는 소설 주인공에 대해서도 비아냥 섞인 비판의 칼날을 날카롭게 들이댈 정도였다. 김 작가는 “스노비즘(snobbism·고상한 체하는 속물근성)은 사실 ‘돈 맛’을 아직 제대로 못 봤기 때문”이라며 “좀더 사회가 발전해야 이에 대한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봄 계명대에서 정년퇴직한 김 작가는 느닷없이 덮친 신병 때문에 6개월간 병치레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소설 집필에 매달려 올해 초 원고지 1600장 분량의 ‘부부의 초상’ 초고를 완성했다. 이후 퇴고와 편집 과정을 거쳐 이번에 소설을 출간한 김 작가는 “아직도 소설이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 말의 순화야말로 우리 사회의 모든 비리와 부조리, 모순을 척결하는 지름길이며, 소설이 일정하게 그 몫을 감당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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