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깃발까지 등장한 카이로… 과도정부 '내년초 總選'
| 기사입력 2013-07-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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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 기자 |
[혼돈의 땅, 이집트 노석조 기자 르포]
무슬림형제단은 總選 거부… 서부 카이로大까지 충돌 확산
무르시 지지 시위대 중에선 알카에다 상징 검은 깃발도
하마스와 연계된 무장단체는 시나이반도서 군과 게릴라戰
이집트 수도 카이로 서부에 있는 카이로대학 인근엔 8일 오후(이하 현지 시각)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무슬림형제단 시위대가 모여 있었다. 대부분 젊은이인 시위대는 지나가는 자동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쓴 각목을 운전석 차창으로 집어넣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무르시를 지지한 차량은 통과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무르시는 이집트의 대통령이다'라는 말을 복창하도록 강요했다.
시위대가 모여 있는 곳 주변엔 '엘시시(국방장관)는 살인범이다. 도살자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엘시시의 사진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과는 대조적이었다.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카이로대 학생인 아부 하산씨는 '카이로대에서 본 시위대 중엔 알카에다 지지 세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알카에다를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다른 학생은 '군부에 반대하는 카이로의 조직폭력배가 시위에 가담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카이로대 정문을 넘어가 대학 건물을 장악했다. 이들은 옥상에서 화염병을 만들어 군인들을 향해 던졌다. 군은 장갑차를 동원해 대학 주위를 둘러싸고 최루탄을 쏘며 진압을 시도했다. 군 관계자는 '개조한 공기 소총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나스르시티 등 북동부 지역에 이어 카이로대학 인근인 서부까지 유혈 충돌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9일 오전 사망자 수가 최소 51명으로 집계됐으나, 무슬림형제단과 군의 충돌이 이어져 사상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혼란이 확산하자 이집트 과도 정부는 총선 실시 등 향후 정치 일정을 발표했다.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은 8일 '내년 초 총선과 대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르시 정권 때 만들어진 헌법을 무효화하고 새 헌법을 마련하기 위해 15일 이내로 헌법 개정을 위한 법률 전문위원회 2개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초안이 4개월 후 만들어지면, 국민투표를 거쳐 새 의회를 구성할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총선은 내년 2월 중순쯤 치러진다.
만수르 대통령은 '의회가 구성되는 대로 새 대통령 선거를 위한 준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를 주도하는 무슬림형제단은 9일 과도 정부가 제시한 방안을 거부한다고 밝혀 선거가 예정대로 실시될지는 불투명하다.
시나이반도에서는 이날 무장한 이슬람주의자들이 군 시설을 공격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연계된 세력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시나이반도 엘아리시의 군사 시설을 습격했다고 군 당국이 전했다. 군 관계자는 '공격한 이들 중 12명을 생포했다'면서 '이들 중에는 무인기(드론·drone) 사용 장치를 갖고 있는 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국적도 있었는데 군부대 내부 사진을 휴대전화에 가지고 있었다"면서 '폭발물을 설치하는 테러 공격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나이반도를 근거로 하고 있는 무장 이슬람단체는 지난 3일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되자 군을 향해 산발적인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8일 군의 강경 진압으로 무르시 지지자들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보복 공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집트 일간 알마스리알욤이 보도했다.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