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한국史 잘못 쓴 책 보면 화가 납니다"
| 기사입력 2013-07-1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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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에서 만난 코넬대 역사학과 존 와이스 교수는“한국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목표가 뚜렷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엄격하게 노력한다”고 했다. /성형주 기자 |
[48년 만에 한국 온 前 주한미군, 존 와이스 코넬大 역사학 교수]
책 '동양 문화사' 초판을 보면 고유문화 부족한 나라로 묘사 '영어로 된 한국史 책 없는 탓"
고려대서 여름학기 강의 '학생들, 역사공부하는 것이 역사에 기여하는 것 깨닫길"
'한국은 늘 내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1965년 당시 스물네 살이었던 주한 미군 청년은 칠순이 넘은 노교수가 됐다. 48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코넬대학교 역사학과
존 와이스(72) 교수. 올여름 6주 동안 고려대 국제 하계 대학에서 'UN의 역사'와 '기술의 사회사(社會史)'를 가르친다.
와이스 교수는 1964년 4월부터 13개월 동안 강원도 인제에서 주한 미군 포병대 장교로 복무했다. 거의 반세기가 지났지만 자신이 근무했던 '상남리(현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를 분명하게 발음했다. 당시 기억도 선명하다. 부대 내 카투사 장병뿐 아니라 마을 농부들, 가게 주인까지 두루 친하게 지냈다. 부대 내 잡일을 돕던 '조'씨 성의 소년도 특별했다. 절대 기죽지 않고 할 말은 하던 소년이었다. 와이스 교수가 '한국인들은 단순 명쾌(direct)하고 솔직(honest)하다'고 느낀 것도 이때다.
1965년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와이스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유럽사 공부를 계속했다. 귀국 후에도 한국은 그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 미국 역사학계에서 한국에 대해 잘못 서술한 책을 보고는 화도 났다. '동아시아학계의 석학인 라이샤워와 페어뱅크가 함께 쓴 '동양문화사'초판을 보면 한국이 중·일 두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고유문화가 부족한 나라로 묘사돼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국은 절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국과의 연은 미국에서도 계속됐다. 와이스 교수가 코넬대에서 가르친 한국인 학생만 120명이 넘는다. '한국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압니다.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엄격하게 노력하지요.' 한국에서 자신의 수업을 듣게 될 학생들에게도 기대가 높다. 그는 학생들에게 '역사를 공부하는 것 자체가 역사에 기여하는 것이란 자세로 공부하길 바란다"고 했다.
반세기 만에 돌아온 한국은 많이 변했다. 듣던 대로 IT 강국이 돼 있었고,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릴 만큼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가장 놀라운 건 민주주의 발전이라고 했다. 그는 'NLL과 관련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가 증진했다는 방증'이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불가능했지만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된 지금 가능해진 것들을 비교해보고 싶다'고 했다.
와이스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변화된 한국의 위상도 'UN의 역사' 수업에서 가르칠 계획이다. 와이스 교수는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됐지만, 이런 위상 변화가 외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어로 된 책이 없어서다. 이런 부분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으로는 8월 중순 돌아간다. 그전에 한국에서 할 일이 많단다. 우선은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할 계획이다. 한글을 읽을 줄 알지만 된소리와 'ㅎ' 발음이 어렵다고 했다. 여행 계획도 잔뜩 세웠다. '강릉에 세계 유일의 축음기박물관이 있다는데 가보고 싶습니다. 설악산도 등산해야 하고요.' 학기를 마치면 '상남리'를 다시 찾을 계획이다. ''상남리'가 그때 모습 그대로일지, '조씨 소년'은 아직도 상남리에 사는지, 근처에 있던 보육원은 어떻게 됐는지, '상남리 주민'은 당시 미국인들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궁금합니다.'
[문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