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NLL포기 취지' 해석 성명…논란 재점화(종합)
| 기사입력 2013-07-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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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청사 <<연합뉴스DB>> |
野 '매국적 국정원"…與 옹호 속 비판기류도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이귀원 기자 =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던 국가정보원은 10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취지의 해석을 담은 성명을 배포,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이례적으로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2의 개혁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와는 별도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게 된 이유를 서해지도까지 삽화로 곁들여 설명했다.
국정원은 먼저 성명에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NLL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등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첨부한 서해 지도에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주장한 NLL과 북한이 주장해온 NLL 남쪽의 해상군사경계선 사이를 공동어로구역으로 표시하고, 이 지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면 우리 군함만 덕적도 북방선까지 일방적으로 철수하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정원은 '육지에서 현재의 휴전선에 배치된 우리 군대를 수원-양양선 이남으로 철수시키고 휴전선과 수원-양양선 사이를 남북공동관리지역으로 만든다면 '휴전선 포기'가 분명한 것과 같다'고까지 설명했다.
서해 NLL 문제를 휴전선과 비교하면서 정상회담 당시 서해 공동어로구역과 관련, NLL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등면적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그러면서 NLL 남쪽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고, 이 지역에서 남북이 군대를 철수하면 해당 수역내 북한의 잠수함 활동에 대한 탐지가 불가능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수도권 서해 연안 지역이 적 해상 침투에 그대로 노출되는 등 심각한 안보 위협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고려하지 않고 생명선과 같은 NLL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고 그 내용이 왜곡됐다는 등 논란이 증폭돼 진실을 밝히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국가안보 수호의지에서 공공기록물인 회의록(대화록)을 적법 절차에 따라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민주당은 '허위 사실', '진실 호도·왜곡'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국정원이 주장한 공동어로구역 수역은 김정일 위원장이 언급했던 것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이에 합의한 바 없다. 정상회담 후 2007년 12월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우리 측은 등면적 공동어로구역 지도를 제시했다.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남재준 원장과 국정원 대변인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국장은 '노 전 대통령이 합의하지도 않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합의사항으로 만들어버린 매국적 국정원"이라며 '국정원은 난독증 환자냐"고 비판했다. 그는 '2007년 11월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도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이 등거리·등면적 지침을 대통령으로부터 받아갔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NLL 논란을 촉발시켰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국정원의 주장대로 당시 김 위원장이 NLL 남쪽에 공동어로구역을 주장할 때 노 대통령은 'NLL 기준'이나 '등거리·등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NLL을 포기했다'고 국정원의 해석을 옹호했다.
여야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 관련 자료 열람을 통해 NLL 논란의 출구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NLL 문제에 대한 해석까지 내놓은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한 여당 의원은 '여야가 열람을 통해서 빨리 털고 현 상황을 넘어가야 하는데, 국정원 왜 이 시점에서 왜 그런 해석을 내놓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국정원은 정무적 기관이 아니며 대화록은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NLL 포기가 맞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국정원은 지극히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고 이를 용인한 남재준 원장은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모적 NLL 논쟁을 그만 하자고 제안했고, 이후 NLL 논쟁이 다소 차분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늘 다시 국정원이 불을 지른 것"이라면서 '이는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한 전면 항거라고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밝혔던 국정원 측이 이번에는 '국가안보 수호의지에서 공개했다'면서 다른 명분을 내세운 것도 비난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국정원 ‘NLL포기 해석’ 성명 논란
| 기사입력 2013-07-11 04:56
[서울신문]
국가정보원이 또다시 정치적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10일 국정원이 배포한 A4용지 3쪽짜리 보도자료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은 ‘대변인 성명’이라는 이름의 보도자료를 통해 자체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개혁 방안 마련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의 불가피성을 지도까지 곁들여 장황하게 설명했다.
특히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이 사실상 ‘NLL 포기 취지’와 마찬가지라는 식의 해설을 덧붙여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도 여야가 ‘회의록 열람’에 합의해 사실상 ‘출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쓸데없이 논란을 재촉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개혁 주문 이후 뒤늦게 원론적인 수준의 개혁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한 세간의 비판을 우려해 NLL 논란을 재연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은 특히 “육지에서 휴전선에 배치된 우리 군대를 수원-양양선 이남으로 철수시키고 휴전선과 수원-양양선 사이를 남북공동관리지역으로 만든다면 ‘휴전선 포기’가 분명한 것과 같다”면서 NLL을 휴전선에 빗대 ‘NLL 포기’라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남재준 국정원장과 국정원 대변인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모적인 NLL 논쟁을 그만하자고 제안했고, 이후 NLL 논쟁이 다소 차분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늘 다시 국정원이 불을 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NLL 논란 촉발 당사자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국정원 주장대로 당시 김 국방위원장이 NLL 남쪽 공동어로구역을 주장할 때 노 전 대통령은 ‘NLL 기준’이나 ‘등거리·등면적’ 언급하지 않았다”며 국정원 해석을 옹호했다.
한편 국정원은 개혁안과 관련해 부서 통폐합과 조직 개편 등 그동안 강력한 자체 개혁을 추진해 왔다고 자평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 TF를 만들어 제2의 개혁 작업에 착수, 대내외 전문가들의 자문과 공청회 등을 열어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박 대통령 자체 개혁 주문하자 신임 얻은 듯 ‘기습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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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3-07-11 00:42 | 최종수정 2013-07-1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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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의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오른쪽)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논의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ㆍNLL 회의록 성명 발표
국가정보원이 10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논리는 ‘안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했다는 것이다. 대선 댓글 사건과 회의록 공개로 야당에서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요구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한 반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최고정보기관이 야당을 상대로 반격을 가한 것은 현행법상 금지된 정치개입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정일 위원장 발언을 노 전 대통령 것으로 둔갑
국정원이 이날 성명을 통해 밝힌 입장은 한마디로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성명에는 “NLL 관련, 회의록 내용은 남북 정상이 수차례에 걸쳐 백령도 북방을 연한 NLL과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서해해상군사경계선’ 사이 수역에서 쌍방 군대를 철수시키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경찰이 관리하는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것이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 지난달 24일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공개한 회의록 전문을 보면, 국정원이 적시한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것이다. 전문 17쪽부터 2페이지에 걸쳐 장황하게 적혀 있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노 전 대통령은 “예, 아주 나도 관심이 많은…”이라며 애매한 답변으로 얼버무렸다. 그밖에 이와 관련된 발언은 회의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여론의 반대가 높아 NLL을 건드릴 수는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이 논의를 회피하는 말만 나온다.
당시 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지난달 30일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준비해서 북측에 요구한 방안은 ‘NLL을 손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NLL을 기선으로 해서 남북으로 등거리 또는 등면적 수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하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회의록 내용 어디에도 일부의 주장과 같은 ‘NLL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등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이를 NLL 포기의 근거로 삼았다. 당초 “NLL 포기 발언을 확인했다”던 여당이 회의록 전문에 ‘포기’라는 단어가 없자, “전체 문맥은 사실상 포기”라면서 내세운 논리를 그대로 국정원이 되풀이한 것이다. 여당이 정치적 해석을 덧붙인 판단을 국정원은 전직 대통령의 ‘안보 포기’ 주장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민주당 김현 의원은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회담 전후의 논의는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과 김관진 합참의장, 윤병세 외교안보수석 등 현재 박근혜 정부 인사들도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현재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재직 중인 김장수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방장관 회담에서 NLL을 고수했고,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 중인 윤병세 전 수석은 회담자료 준비를 총괄했다는 것이다.
■은밀한 개입에서 공개적 개입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이날 국정원의 기습 성명에 대해 “국정원은 조직의 명예와 사기 부분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입장 표명을 함부로 하면 안되는 조직”이라며 “더구나 단순 의견 표명을 넘어 특정 정치집단을 겨냥해 발언하는 것은 국정원법이 금지하고 있는 정치개입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음지에서 일해야 할 국정원이 NLL 문제를 위기 때마다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면서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14일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뒤 일주일 만에 국정원은 새누리당 의원 일부에게 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을 허가한 데 이어 남재준 원장이 직접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회의록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기습 성명을 발표한 10일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원 전 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날이다. 결국 이날 구속영장은 발부됐다.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NLL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합의해 출구를 찾아가고 있는데 국정원이 다시 나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교형·정환보 기자 wassup0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