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이해준> 태양의 서커스와 한류의 미래
| 기사입력 2013-07-11 11:22
태양의 서커스는 한국 대중문화계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새로운 콘텐츠의 발굴, 장르의 파괴와 융합을 통한 새 영역의 개척, 미래지향적 메시지가 있다면 새 블루오션을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멋지고 충격적인 공연이었다. 사람 몸의 유연성과 역동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환상의 서커스,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기법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춤, 어디가 무대장치이고 어디까지가 영상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무대, 미움과 갈등과 절망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희망과 사랑과 믿음을 나누는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하나로 어우러졌다. 10일 국내에서 첫 공연한 ‘태양의 서커스:마이클 잭슨 디 임모털 월드투어’는 신선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서커스라기보다는 마이클잭슨 뮤직쇼의 부활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태양의 서커스가 보여준 것이 서커스의 기본 틀에 스토리를 입힌 형식이었다면 이번 버전은 한국 아이돌그룹의 쇼에 서커스의 요소를 얹은 듯했다. 마이클 잭슨의 삶과 음악, 춤, 태양의 서커스가 던지는 메시지가 강렬한 음향과 영상, 완벽한 연기에 녹아들었다. 뒤편에 밴드를 배치하고 무대를 객석 가운데로 끌어낸 것도 기존의 원형 서커스 무대와 달랐다. 새롭게 진화한 극단의 공연에 올림픽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이 관객이 갈채를 보냈다. 태양의 서커스가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부각되고 있어 일부러 찾은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다.
사실 ‘태양의 서커스(시르크 뒤 솔레이유, Cirque Du Soleil)’ 자체가 극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다. 출발은 초라했다. 거리축제를 위해 모인 10명의 단원이 1984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북부 생 미셸의 채석장과 쓰레기 매립장으로 쓰이던 곳에서 공연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들은 동물공연을 빼고 ‘이야기가 있는 공연’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접목시켰다. 탄생의 주역인 젊은 무용가 기 랄리베르테는 이곳에 주민들의 예술공간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기업 ‘라 토후(La Tohu)’를 세우고 노동연대기금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서커스로 지구와 인간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 모토였다. 사양산업이었던 서커스의 반란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솔레이유는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됐다. 직원 수 5000여명에 지난해 매출액이 10억달러(약 1조1350억원)를 넘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올랜도에 6개의 상설공연팀을 운영하고 있고, 누적관람객이 1억명을 넘는다. 본사가 있는 생 미셸은 낙후된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예술의 발신지로 변모했다.(‘창조경제란 무엇인가’(김기현ㆍ김현식 저, 북코리아, 2013) 참조)
태양의 서커스의 변신과 성공은 한국 대중문화계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새로운 콘텐츠의 발굴, 장르의 파괴와 융합을 통한 새 영역의 개척, 감동적인 스토리와 미래지향적 메시지가 있다면 새 블루오션을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고도로 숙련된 노래와 춤 등 기예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차원을 넘어, 각각의 공연에 자신의 고유한 색깔, 즉 새 가치와 메시지를 담는 것도 성공 요인임을 솔레이유는 증명하고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발상의 전환과 핵심가치의 구현이야말로 창조의 요체인 셈이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바람으로 한껏 기세가 오른 한국 대중문화계에 솔레이유와 같은 새로운 바람이 불길 기대한다.
hjlee@heraldcorp.com